범간(犯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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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범죄를 가리키는 법률 용어.

개설

범간(犯奸)은 사료상 나타나는 용례를 보면 죄를 저질렀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였으나 대부분의 경우 남녀 간의 합의에 의하거나 유인(誘引)하여 성관계를 맺은 경우, 강간 행위 등의 성범죄를 뜻한다. 주로 『대명률직해』「형률」 범간조에 의거하여 처벌이 이루어졌다.

내용

서로 친족 관계인 경우 합의에 의한 화간(和姦)이라 할지라도 촌수에 따라 남녀 모두 교형 혹은 참형에 처했으며, 노비가 처의 주인과 간음한 경우 남녀 모두 참수하였다. 강간인 경우에는 미수범이라도 남자를 처형하고 여자는 처벌하지 않았다. 사족(士族)의 처나 딸을 강간한 경우 미수범 여부나 주범(主犯)과 종범(從犯)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참수하였다. 이에 비해 상민과 천민이 여성을 강간하였을 경우에는 주범은 교수형에 처하고 종범은 먼 변방 지역의 노비로 삼았으며, 미수범인 경우 유형에 처하였다. 같은 범죄라도 피해자의 신분에 따라 처벌 규정이 달랐음을 알 수 있다.

변천

조선 건국 후에는 풍속 교화와 신분 질서 확립을 위해 노비, 폭력 사건, 도적에 관한 사안 처리와 함께 범간에 대한 처결을 형조의 고유 업무로 정하였다(『태종실록』 7년 11월 20일). 세종대에는 노비가 주인의 부인과 간통한 사건이 일어나자 『대명률직해』에 의거하여 교형에 처하였다(『세종실록』 10년 11월 3일). 그러나 대부분의 형사사건과 마찬가지로 『경국대전』이 완성되었을 때에도 범간에 대한 규정을 따로 두지 않고 『대명률』의 규정에 따라 처결하였다.

성종대에 양성지(梁誠之)는 「편의(便宜) 32조」를 올려 승려의 성범죄를 방지하고 사족 부녀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승려가 부녀의 집에 출입하는 것을 금하고 환속시켜 충군할 것을 제안하였다. 처벌 규정 역시 점차 강화되어 중종대에는 실행한 부녀에 대한 처형이 논의되었으며(『중종실록』 7년 10월 3일), 『속대전』에는 별도의 간범(姦犯)조를 두어 해당되는 범죄와 처벌 내용을 명확히 제시하였다.

동래에 왜관을 두어 일본인들이 상주하면서 이들과 조선 부녀간의 사통 사건도 중요한 외교 사안으로 대두하였다. 일본인과 조선인 부녀의 간통 사건이 일어날 경우 왜관의 책임자들은 범죄를 저지른 일본인들을 보호하고 처벌하지 않아 조선이 일본 선박의 왕래를 인정하는 도서(圖署) 발급을 미루는 등 충돌이 잦았다(『숙종실록』 37년 1월 25일). 1712년(숙종 38)에는 동래부사와 대마도주 사이에 이러한 사안에 대한 약조가 이루어져 강간 사건인 경우 일본인을 처형하고 화간이나 강간 미수 사건이 일어나면 해당자를 유배하는 등 규정이 마련되었다(『숙종실록』 38년 3월 5일).

참고문헌

  • 『눌재집(訥齋集)』
  • 『해행총재(海行摠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