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본(官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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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관서 및 지방관서에서 간인한 책.

개설

중앙과 지방의 관청에서 간인(刊印)한 서적을 총칭한다. 관판본(官板本), 관판(官板), 관간본(官刊本)이라고도 한다.

내용 및 특징

관본(官本)은 중앙과 지방의 관청에서 목판으로 간행하거나 활자로 인출한 서적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관본의 용어는 조선에서 간행된 중앙관본과 지방관본을 의미하기보다는 대개 중국에서 간행한 관판본을 방각본(坊刻本)과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예를 들면, 1461년(세조 7)에 예조 참판김처례(金處禮)와 중추원 부사이사평(李士平)을 명나라에 보내 사은(謝恩)하도록 하였는데, 당시 예부(禮部)에 보낼 자문(咨文)의 내용 중에 서점에서 판매하는 방각본은 오류가 많으니 관본 『홍무정운(洪武正韻)』을 황제에게 아뢰어 내려 달라고 요청하였다(『세조실록』 7년 4월 6일). 또한 1554년(명종 9)에는 홍문관에서 관본으로 된 『의례경전(儀禮經傳)』을 구입해 오도록 요청하였고(『명종실록』 9년 7월 11일), 임진왜란으로 경연에서 강할 책들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 처하자 지중추부사이호민(李好閔)이 중국의 옥하관(玉河館)에 머물면서 서점을 돌아다니며 관본을 구매하고자 한 노력 끝에 간신히 사서(四書)·사경(四經)과 『군신도감(君臣圖鑑)』 등 75책을 구입해 오기도 하였다(『선조실록』 33년 6월 7일). 1610년(광해군 2)에는 『후한서(後漢書)』·『남사(南史)』·『북사(北史)』·『요사(遼史)』·『금사(金史)』·『원사(元史)』·『태평어람(太平御覽)』·『역대명신주의(歷代名臣奏議)』 등의 책을 천추사(千秋使) 편에 사 오도록 할 적에 특별히 관본으로 엄선해서 사 오도록 하였고(『광해군일기』 2년 윤3월 30일), 1613년(광해군 5)에도 주청사 편에 『춘추사전(春秋四傳)』·『통감찬요(通鑑纂要)』·『두씨통전(杜氏通典)』·『옥해(玉海)』·『이선주문선(李選註文選)』의 책을 사 오되 관본을 잘 선택해 구입하라는 전교를 내리기도 하였다(『광해군일기』 5년 12월 3일).

그 밖에 선조 연간에 교정청에서 간행한 『사서언해』를 『사서율곡언해』와 구별하기 위해 관본이란 용어를 사용한 경우도 있다. 『사서언해』는 1576년(선조 9)에 율곡이이가 왕명을 받아 언해한 책으로 1590년(선조 13)에 교정청에서 간행한 것과 1749년(영조 25)에 이이의 후손인 이진오가 율곡이 언해했던 『사서언해』의 원고본과 등사본 등을 모아 홍계희(洪啓禧)의 도움을 받아 간행한 것이 있는데, 교정청에서 간행한 『사서언해』를 율곡의 『사서언해』와 구분하여 관본언해(官本諺解)라고 명명하였다.

변천

고려시대에 관본의 출판 인쇄는 중앙관서인 비서성(秘書省)·비서감(秘書監)·전교서(典校署)·서적포(書籍鋪)·서적점(書籍店) 및 지방관서에서 이루어졌다. 조선시대에는 중앙관본의 경우 교서관(校書館)·주자소(鑄字所)·규장각(奎章閣) 등의 주도하에 이루어졌고, 특정 주제의 서적에 한하여 관상감(觀象監)·사역원(司譯院)·춘방(春坊)·종부시(宗簿寺)·내의원(內醫院)·군기시(軍器寺)·혜민서(惠民署)·장악원(掌樂院)·성균관(成均館)·봉모당(奉謨堂)·시강원(侍講院)·장용영(壯勇營) 등에서 담당하기도 하였다. 또한 간경도감(刊經都監)·정음청(正音廳)·언문청(諺文廳)·주자도감(鑄字都監)·녹훈도감(錄勳都監)·실록청(實錄廳)·의궤청(儀軌廳)을 한시적으로 설치하여 필요한 서적을 공급하였다. 중앙관본은 대체로 지방관본이나 서원·향교·개인·서점 등에서 간행했던 간인본에 비해 판각이 정교하고 인쇄 상태가 우수하다. 중앙관본의 명칭은 간행 주체에 따라서 교서관본(校書館本), 내각본(內閣本), 관상감본(觀象監本), 사역원본(司譯院本), 내의원본(內醫院本) 등으로 세분할 수 있다. 목판본의 경우에는 교서관장판(校書館藏板, 또는 운각장판(芸閣藏板)이라고도 함)·내각장판(內閣藏板)·춘방장판(春坊藏板)·내의원장판(內醫院藏板)·성균관장판(成均館藏板) 등으로 부른다. 지방관본은 팔도의 감영 및 감영의 관할하에 있는 부(府)·목(牧)·군(郡)·현(縣)에서도 활발하게 간행되었다. 지방관본의 명칭은 감영본의 경우 경기도는 기영본(畿營本), 충청도는 금영본(錦營本), 경상도는 영영본(嶺營本), 전라도는 완영본(完營本), 황해도는 해영본(海營本), 강원도는 원영본(原營本), 함경도는 함영본(咸營本), 평안도는 기영본(箕營本)이라고 일컫는다. 임진왜란 이전의 지방 책판을 수록하고 있는 『고사촬요(攷事撮要)』의 책판 목록과 1796년(정조 20)에 편찬된 전국에 소장된 책판 목록 종합보고서인 『누판고(鏤板考)』를 분석해 보면,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영남과 호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서적을 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 『남계집(南溪集)』
  • 천혜봉, 『한국서지학』, 민음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