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선정례(貢膳定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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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6년 각 도에서 왕실에 바치던 공선을 줄이거나 혁파하면서 그 내용을 정리한 문서.

개설

조선은 전국에서 산출되는 다양한 물종의 곡물과 자연물을 바탕으로 국가를 운영하였다. 그중에서도 공선(貢膳)은 왕실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식자재와 국가제례를 위한 물품 등을 진상(進上)하는 것이었다. 공선은 의정부·육조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왕실 각처에 진상하였다. 『공선정례』에는 도별로 진상하는 물선(物膳)을 납부처에 따라 월별로 정리하고 있다. 조선의 공선제도는 중국 고제(古制)를 모범삼아 조선초기부터 마련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물품의 산지(産地)가 변하거나, 군현(郡縣)의 규모가 변하였다. 이로 인해 기존에 마련된 공선제도로는 백성에게 균등한 과세(課稅)를 실현할 수 없었다. 공선의 규모를 전체적으로 줄여 백성의 부담을 줄여 주고, 환경 변화에 맞춰 지역별로 부과되는 특산품을 재조정한 것이 바로 정조 즉위년에 간행된 『공선정례』였다.

편찬·발간 경위

『공선정례』의 서문이라 할 수 있는 공선정례지(貢膳定例識)와 공선정례이정절목(貢膳定例釐正節目)에서는 『공선정례』의 간행 경위와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에는 각 지방의 특산물을 바치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었으며 매우 검소하였다. 그러나 중국 옛 제도를 모방한 공선제도는 옛날과 지금의 물종 이름이 달라지고, 물종마다 가치도 달라지면서 여러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사라지거나 자연적으로 줄어든 물종도 있었기 때문에 이전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는 것은 백성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 주었다. 그럼에도 제도를 쉽게 손볼 수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왕실에 바치는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즉위와 함께 백성에게 피해를 주는 모든 제도를 바로잡을 것을 계획하였고, 그 일환으로 공선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정조는 예조와 호조참판에게 명하여 서울 밖에서 진상하는 모든 물품을 조사하여 부당한 것은 모두 수정하라고 지시하였다. 이때 비록 토질이 알맞아서 현재 생산되는 물종이라도 백성을 병들게 하는 것은 역시 제거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1776년(정조 즉위년) 7월 『공선정례』가 완성되어 팔도(八道)와 양도(兩都)에 반포하였고, 바로 다음 달부터 새로운 규정에 따라 상납할 것을 지시하였다(『정조실록』 즉위년 7월 19일).

서지 사항

『공선정례』는 정조의 지시에 따라 1776년(정조 즉위년) 예조와 호조에서 작성하였으며, 전체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규장각 도서관과 장서각 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구성과 내용

『공선정례』는 공선정례지와 공선정례이정절목, 그리고 각 기관별 납부 물종을 정리한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선정례지에서는 『공선정례』를 간행한 목적과 경위를 밝히고 있으며, 공선정례이정절목에서는 총 7가지 조목으로 『공선정례』의 개정 원칙과 규정을 정리하였다.

간략하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천신(薦新), 즉 새로 나온 물건을 진상하는 물종의 경우 이전 규례에 따라 그대로 봉진(封進)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 조항에서는 매월 초하루에 바치는 삭선(朔膳) 가운데 날이 뜨거울 경우 쉽게 상하는 물선(物膳)에 대한 조치를 담고 있다. 세 번째 조항에서는 천신이나 삭선 가운데 절기(節氣)가 일러서 해당 물종이 아직 산출되지 않았을 경우에 관한 조치를 담고 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조항에서는 마른 광어(廣魚)와 마른 대구(大口)를 봉진(封進)하는 문제를 다루었고, 여섯 번째 조항에서는 특별한 날을 기념하여 베푸는 잔치인 별진하(別陳賀) 물선과 감사 등이 부임지에 도착해서 올리는 도계진상(到界進上) 물선은 이전 방식대로 생산되는 절기에 따라 봉진할 것을 규정하였다. 마지막 일곱 번째 조항은 미진한 조항은 추후에 마련한다는 내용이다.

본문은 공선을 납부하는 주체에 따라 구분하여 기술하고 있다. 공선을 납부하는 기관은 의정부·육조를 시작으로 경기, 개성부, 충청도, 선혜청, 전라도, 제주, 경상도, 통제사(統制使), 좌수사(左水使), 강원도, 황해도, 함경도 순으로 기재되어 있다. 지역적으로는 팔도 중 유일하게 평안도만이 제외되었다는 점이 눈에 띄며, 유수부(留守府) 중에서 개성부만이 포함된 점도 특징이다. 또한 제주를 전라도와 구분하여 기록하였다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 기관의 경우 통제사와 좌수사가 공선에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각각의 납부 기관 안에는 공선을 납부하는 시기에 따라 삭선과 명일물선(名日物膳)으로 구분되어 있다. 삭선은 정월(正月)부터 12월까지 매달 납부해야 할 물종을 규정하였고, 명일물선에는 기본적으로 정조(正朝)·단오(端午)·추석(秋夕)·동지(冬至) 등 사명일(四名日)이 포함되었고 납부 기관에 따라 입춘(立春)·납육(臘肉)·납일(臘日)·탄일(誕日) 등이 추가되어 납부해야 할 물선을 기록하였다. 특징적인 것은 납부하는 기관마다 배정된 명일물선의 시기와 물종이 다르다는 점이다. 또한 삭선의 경우에도 12개월 내내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서 특정한 달에는 납부 물종이 없기도 하였다.

각각의 납부 시기 안에는 상납된 물선을 받는 기관에 따라 구분하여 납부 물종이 규정되어 있다. 공선을 받는 기관은 대전(大殿), 왕대비전(王大妃殿), 혜경궁(惠慶宮), 중궁전(中宮殿), 세자궁(世子宮), 빈궁(嬪宮) 순으로 위계에 따라 정리되었다. 정조 재위 기간에 왕대비였던 정순왕후(貞純王后) 김씨(金氏)와 혜경궁(惠慶宮) 홍씨(洪氏)의 공선 내역이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공선 물종은 매우 다양하였다. 의정부와 육조에서 바치는 명일물선(名日物膳)의 경우에는 익히거나 말리지 않은 꿩고기 생치(生雉)와 생선 등 두 가지 물종만 정해져 있었지만, 나머지 기관과 지역은 각각 지역별 특산품이 다양하게 배정되었다. 예를 들어 경기는 명일물선으로 생치·생선·생율(生栗)·산포도(山葡萄) 등이 배정되었고, 개성부는 생복(生鰒)과 생저(生猪), 전라도는 전복·생치·분곽(粉藿)·다시마·생강·유자·석류, 경상도는 생저·생록(生鹿)·생치·건광어(乾廣魚)·건대구(乾大口)·전복·건대문어(乾大文魚)·백자(栢子)·황율(黃栗)·호도 등이 배정되었다. 특기할 점은 다른 기관이나 지역의 경우 모두 현물로 명일물선이 배정된 반면, 선혜청(宣惠廳)은 현물을 절가(折價)한 값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대동미(大同米)를 관리하는 기관의 특성상 현물 대신 쌀로 명일물선을 납부하였거나 쌀로 물품 대금을 지불하여 방납(防納)했던 것이다.

『공선정례』는 중앙으로 상납되는 공선의 종류와 수량을 각 기관별로 정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18세기 후반 중앙 재정과 왕실의 운영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또한 각 지역별 공선의 부과 규모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공선의 운영 양상을 연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참고문헌

  • 『공선정례(貢膳定例)』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최주희, 『조선후기 선혜청(宣惠廳)의 운영과 중앙재정구조(中央財政構造)의 변화 –재정기구의 합설과 지출정비 과정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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