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서변의(經書辨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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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중기의 학자 김장생(金長生)이 경서 가운데 의문이 나는 조목에 대해, 상정(商訂: 깊이 생각하여 정정함)하고, 변론한 유학서다.

개설

이 책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저술한 것이 아니라, 사서육경 및 정주(程朱)의 저서를 공부해 나가는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점과 경전에 관한 여러 학자들의 학설 가운데 의심이 나는 부분을 수시로 적어 모아, 연구 자료로 삼고자 한 것이 책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소학(小學)』·『대학(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서전(書傳)』·『주역(周易)』·『예기(禮記)』의 순으로 엮어져 있으며, 저자의 서문과 문인인 장유(張維)·송시열(宋時烈)의 발문이 있다. 각 항목의 구성은 경서의 본문과 주자주(朱子註) 및 소주(小註), 언해 가운데 의심나는 부분을 주제로 제시하고, 한 칸 아래에 주제와 관계되는 제가의 학설을 인용한 다음,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 책에서는 경전 전반에 걸쳐, 난해한 곳에 이르러, 고금의 문헌과 학설이 저자의 안목에서 채택되고 비판된다. 특히 중국 송나라의 주석뿐만 아니라, 스승과 선후배 학자들의 토론내용이 변문(辨文)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경학사상을 엿볼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은 현재 2종의 이본(異本)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는 1666년(현종 7) 김장생의 제자 송시열의 주도 아래 간행된 7권 3책의 단행본이며, 다른 하나는 『사계전서(沙溪全書)』에 포함되어 있는 6권 분량의 책이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주역(周易)이 추가되었을 뿐 다른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 김장생이 이 책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 논변들은 정경세(鄭經世)와의 질정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정경세가 김장생과 문답한 내용은 정경세의 문집에 『김사계경서의문변론(金沙溪經書疑問辨論)』으로 남아 있다.

전체 구성은 1책에 ‘서문(序文)·발(跋)·소학(小學)·대학(大學)·논어(論語)·맹자(孟子)’로 되어 있으며, 2책에 ‘중용(中庸)·서전(書傳)·예기(禮記)’로 구성되어 있다. 각 항이 한 권이며, 모두 7권으로 되어 있다. 경서 가운데 문제점이 있으면, ‘대문(大文)·주자주(朱子註)·소주(小註)·언해(諺解)’를 모두 추출하되, 각 경서의 원문 순서를 지켰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구절의 발췌문 뒤에 한 칸 낮게 본문을 시작하였으며, ‘퇴계왈(退溪曰)·율곡왈(栗谷曰)’ 등으로 근거를 밝혔다. 자신의 견해일 경우 ‘우안(愚按)’ 또는 ‘안(按)’으로 시작하였으며, 전거가 있는 경우에는 ‘논류(語類)·좌전(左傳)·사기(史記)’ 등 원래의 자료를 밝혔다.

서지 사항

7권 3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사주쌍변(四周雙邊)이고, 반엽광곽(半葉匡郭)은 20.2×13.9cm이다. 10행 20자의 유계(有界), 판심(版心)은 상하내향화문어미(上下內向花紋魚尾)를 갖추고 있다. 크기는 26.5×18.1cm이며, 규장각, 국립중앙도서관, 연세대학교 도서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저자가 만년인 71세 때인 1618년(광해군 10)에 저술된 것으로, 경전에 대하여 깊이 공부하면서, 몸소 실천하고 체득한 내용을 위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저서 속에는 그의 완숙기의 사상이 온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저서를 통하여 그의 경학사상과 유학 본연의 학행일치(學行一致)를 일관되게 실천한 그의 철학적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경전을 읽다보니, 해득되지 않는 바가 많고, 여러 선생의 학설에 있어서도, 때로는 의심나는 바가 있어, 억지로 좇을 수가 없어서, 그 때마다 적어놓고, 공부하는 자료로 삼았다.”고 하였다. 즉 저술 자체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위기지학(爲己之學)에 도움이 되고자 한 것으로 끝까지 각고한 그의 면학정신을 알 수 있다.

간행(刊行)에 대해서는 우암(尤庵) 송시열의 발문에 의하면, 본래 8권이었던 것을 1666년에 7권으로 초간(初刊)하였음을 알 수 있고, 1922년 간행시에는 6권으로 되었으며, 1978년 영인된 『사계(沙溪) 신독재전서(愼獨齋全書)』에는 권11에서 권16까지 되어 있다. 권수의 변동이 있으나,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

이 책의 체제와 편성은 『소학』·『대학』·『논어』·『맹자』·『중용』·『서전』·『주역』·『예기』 등의 순서로 되어 있고, 오경(五經) 가운데서 『시경(詩經)』과 『춘추(春秋)』는 제외되어 있다.

각 항목의 구성은 경서의 본문과 주자(朱子)의 주(註) 및 소주(小註) 등에 대하여, 의문점이 있는 조목을 맨 위에 제시하고, 한 칸 아래에 주제와 관계되는 제가(諸家)의 학설과 여러 문헌의 근거를 인용하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훈고학적 고증은 『소학』과 『예기』 등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며, 철학적 내용은 『대학』과 『중용』에서 많이 취급되고 있다. 그러므로 사계(沙溪)의 『경서변의(經書辨疑)』에 나타나는 경학사상의 특징은 『소학』을 중심으로 한 여러 경전에서 그 특징을 살펴볼 수 있고, 『대학』과 『중용』 속에서 나타난 사계의 이기론(理氣論), 심성론(心性論), 인식론(認識論), 수양론(修養論) 등의 철학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비록 『시전(詩傳)』과 관련된 내용이 누락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설문해자(說文解字)』·『사기색은(史記索隱)』·『백호통(白虎通)』·『수경주(水經註)』 등 여러 종류의 중국 서적을 인용해 문물제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대전본(大全本) 소주(小註)에 수록된 원(元)·명대(明代) 이전 중국학자들의 설은 물론 권근(權近)·이황(李滉)·이이(李珥)·정경세(鄭經世)·송익필(宋翼弼)·유희춘(柳希春) 등 조선조 유학자들의 설까지도 두루 망라하여 수록하고 있어서, 이 책으로 17세기 중엽 이전의 경서 해석에 대한 논란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참고문헌

  • 김현수, 「沙溪 金長生의 『大學』 이해」, 『동양고전연구』 제45집, 동양고전학회, 2011.
  • 오석원, 「사계(沙溪) 김장생의 경학사상-《경서변의(經書辨疑)》를 중심으로-」, 『동양철학연구』 제10호, 동방학술연구원, 1989.
  • 우경섭, 「金長生의 經學思想」, 『한국학보』 27권 2호(103호), 일지사, 2001.
  • 이영호, 「『경서변의』·『대학』을 통해 본 사계 김장생의 경학사상」, 『인문과학』 제30집, 성균관대 인문과학연구소, 2000.
  • 황의동, 「기호유학에서 金長生, 金集의 성리학적 위상」, 『대동철학회지』 제53집, 대동철학회,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