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經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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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의 등급을 매기고, 등급에 따른 넓이를 정확히 측량하여 토지대장인 양안에 등록하는 국가의 대(對) 토지 파악 업무를 총칭하는 말.

개설

경계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국가가 토지를 파악하는 양전(量田) 업무를 원활히 수행함을 의미한다. 공정한 양전은 국가의 조세수입을 늘리고 또한 세금을 거두는 과정에서 백성들의 민원을 없게 한다. 따라서 경계를 바르게 하는 것은 국가행정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내용 및 특징

경계는, 『맹자』에 “인정(仁政)은 반드시 경계를 바로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라는 구절에서 연원한 말이다. 이는 맹자가 주나라의 토지제도인 정전법(井田法)을 언급하는 맥락에서 나왔다. 정전법은 토지를 우물 정(井)자로 구획하여 가운데는 공전으로 삼고, 나머지 8필지는 사전으로 삼아 국가의 세금을 충당하는 한편 백성들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즉 맹자가 말한 경계란 토지의 구획 자체를 말하며, 경계를 바로 한다는 것은 토지를 구획하여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행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고는 유학적 소양을 가진 조선의 지배층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조선에서의 경계란 의미는 『맹자』에서 쓰인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사용되었다. 즉 실제로 토지를 백성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행위가 아니라, 국가가 수세 대상이 되는 토지를 정당한 등급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실제 면적을 정확히 산출하여 파악하는 행위를 ‘경계를 바로 하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더불어 관원이나 국가에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정한 원칙에 따라 수조권을 분급하는 행위 역시 경계를 바로 하는 것의 하나로 인식하였다.

이러한 의미 차이는 고대 중국과 중세 한반도에서의 토지에 대한 인식과 권리가 달랐던 데서 유래한다. 즉 한반도에서는 이미 조선시대 이전부터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발달되어 있었고, 그러한 소유권은 국가권력도 자의적으로 침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이 각자 가진 토지를 정당한 가치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균등히 세금을 매기며, 또 국가 운영에 일정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에게 물질적 보상으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수조권을 분급하는 것이 바로 국가가 할 수 있는 ‘경계를 바로 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조선의 지배층들이 경계를 바르게 하여 부세를 균등히 하는 것이 정치에서의 급선무이라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였다(『태종실록』 5년 9월 5일).

구체적으로 경계를 바르게 한다는 것은 결국 양전사업을 공정하고 원활하게 수행하는 것을 지칭한다. 조선은 토지 비옥도의 등급에 따라 면적 측정의 기준척을 달리 적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 등급을 판정하여 면적을 계산하는 양전작업의 결과에 따라 백성의 수세 부담이 크게 달라졌다. 이에 부세 불균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바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선시대 전 기간에 걸쳐 꾸준히 제기되었다.

변천

조선은 몇 차례 대규모 양전을 시행하였지만, 숙종대 경자양전을 끝으로 전국적인 양전은 시행된 바가 없었다. 그러나 경계를 바로잡는 것은 국가의 재정업무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많은 양전 논의가 제기되는 바탕이 되었다. 경계를 바로 하는 것이 오늘의 급선무란 인식은 대한제국기 광무양전 실시 과정에서도 제기되었다(『고종실록』 35년 4월 16일).

참고문헌

  • 『맹자집주(孟子集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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