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대청(開市大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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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부산의 왜관에 설치된 조선과 일본 상인들의 무역 장소.

개설

조선전기와는 달리 조선후기 일본과의 무역은 모두 부산의 왜관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인의 상경(上京)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조선과 일본 사이의 무역은 공무역(公貿易), 사무역(私貿易), 일명 개시무역, 잠상(潛商)으로 불리는 밀무역(密貿易)으로 구분된다. 개시대청(開市大廳)은 왜관 안에 위치하였으며, 개시무역이 이루어지던 건물이다.

위치 및 용도

개시무역은 장소나 규모에 따라 개시(開市), 대청개시(大廳開市), 대개시(大開市) 등으로 불렸다. 개시에 참여한 무역 상인은 동래상인(東萊商人)이라고 불리는 관허특권상인(官許特權商人)이었다. 임진왜란 이후 조정에서는 왜관 개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영의정이던 이덕형(李德馨)이 밀무역[潛商]을 방지하고 일본인들의 상경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개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래는 한 달에 3회였는데, 1610년(광해군 2)부터 한 달에 6회(3일·8일·13일·18일·23일·28일)의 개시가 열렸다. 또한 일본인의 요청이 있거나 무역품이 많이 적체되었을 때는 별도로 개시가 열리기도 하였다.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개시(開市)」에는 “훈도와 별차가 개시대청에 들어가 앉으면, 여러 상인들이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절한 후에 각기 그 물건을 차례로 교역하며 마음껏 흥정하고 일시에 모두 물러간다”라고 하여 무역 장소가 개시대청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춘관지(春官志)』권3, 「개시」, 시역사적(市易事蹟)에도 “왜관 대청에서 개시하되, 훈도와 별차 및 호조 수세 산원과 본부[동래부] 개시 감관 등이 대관왜(代官倭)와 동서에 벌려 앉은 다음, 뜰 가운데 물화(物貨)를 나누어 두고 서로 교역할 물품에 대해 각각 물목[都目]을 작성하여, 점검할 기반으로 삼도록 한다”라고 하여 무역 관계자들이 모두 대청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개시대청에서 무역이 이루어지게 된 배경은 왜관 내에서 조선과 일본 양국 상인들끼리 사사로이 무역을 하게 되면 수세량(收稅量)을 파악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무역이 금지된 금수품(禁輸品) 거래에 대한 통제, 불법 정보 유출이 우려되었기 때문에 양국의 무역 담당관, 수세관, 통역관, 상인 등이 정해진 곳에 모여 공개적으로 무역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무역 공간을 왜관 안에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1637년 무렵 밀무역이 횡행하였다. 1653년 왜관의 방에서 사무역을 하는 것을 금하는 「금산입각방약조(禁散入各房約條)」를 맺어 대청에서 행하는 개시가 부활하였다.

변천 및 현황

임진왜란 이후 조일 간에 국교가 정식으로 재개되지 못하였던 시기에 있었던 절영도왜관(絶影島倭館)에는 전용 무역 공간인 개시대청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두모포왜관에서는 중대청과 외대청이 개시대청의 기능을 담당하였으며, 초량왜관에는 무역만을 위한 공간으로 개시대청이란 건물이 있었다.

형태

개시대청은 왜관 동관(東館) 관수왜가(館守倭家), 재판왜가(裁判倭家)와 함께 동관 3대청(三大廳)으로 불리며 관수왜가 다음으로 왜관 안에서 큰 건물이었다. 개시대청은 조선 측에서 세운 조선식 건물이었다. 건물의 구성은 본채 40칸, 중문(中門) 1칸, 변소 1칸을 갖추었고, 왜관에서 조선과의 무역을 담당하는 일본인 관리인 일대관(一代官)의 집무소인 일대관가(一代官家)와 붙어 있었다(『숙종실록』 24년 8월 13일). 『승정원일기』에는 개시대청과 일대관가를 합쳐 60칸 규모라고 기록되어 있다. 변박(卞璞)의 「왜관도(倭館圖)」에는 관수왜가와 수문(守門) 사이에 개시대청이 길게 그려져 있으며, 각종 기록에도 개시대청에서의 개시 모습, 개시대청의 경관 및 규모가 잘 나타나 있다.

참고문헌

  • 『변례집요(邊例集要)』
  •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 『춘관지(春官志)』
  • 『통문관지(通文館志)』
  •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 김동철, 「17~19세기 부산 왜관의 開市와 朝市」, 『한일관계 속의 왜관』, 경인문화사, 2012.
  • 田代和生, 『日朝通交貿易史の硏究』, 創文社,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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