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거쳐간 왕들은 덕종, 성종, 선조, 광해군, 인조, 고종 등이다. 1469년(성종 즉위년) 11월 28일, 성종이 경복궁에서 즉위했다. 대비 정희왕후의 교서에 의해 왕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신숙주 등은 대비의 교서를 받들고 자산군(성종)을 맞이하러 정빈궁으로 나가려 했으나 이때 미리 부름을 받은 자산군이 궁궐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왕위에 올랐다. 덕수궁의 시초인 정빈궁에서 처음으로 왕위에 오른 사람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의경세자 즉 덕종의 존재이다. 성종이 왕위에 오른 후에 월산대군에게 의경세자의 제사를 맡도록 했으니 의경세자 덕종의 제사가 바로 월산대군 사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덕수궁을 거쳐간 왕으로 덕종을 포함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성종 다음으로 덕수궁에 머물렀던 왕은 선조이다. 임진왜란 의주 피난 후 돌아와 불타버린 경복궁 대신 거처했던 곳이 월산대군 사저를 확장한 정릉동 행궁이었다. 광해군은 선조를 이어 정릉동 행궁에서 즉위했다. 그리고 즉위한 3년 후 정릉동 행궁의 이름을 경운궁으로 바꾼다. 그런데 이 경운궁은 창덕궁으로 궁궐이 옯겨진 후에 창덕궁의 서쪽에 있다고 해서 서궁으로 불리기도 햇다. 인목대비가 서궁에 유폐되었다고 할 때의 그 서궁이다. 인조는 반정을 일으킨 후 인목대비로부터 어렵사리 승인을 받으면서 급박하게 이 서궁 즉 경운궁에서 즉위식을 했다. 광해구에 이어 인조도 경운궁에서 즉위를 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궁에 머문 것은 고종이다. 고종이 아관파천에서 돌아오면서 경운궁을 확장하고 제대로 된 궁궐로 만들고 거쳐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