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달리고 대륙을 지배한 기상, 고구려
목차
초원을 달리고 대륙을 지배한 기상, 고구려
압록강 유역의 왕권국가
고구려는 압록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연맹체 국가로 일어나 주변 세력을 통합하면서 강력한 고대국가로 발전한 나라이다. 414년에 세워진 광개토대왕릉비의 기록에 따르면, 북부여의 왕자 주몽이 남쪽으로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고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구려 왕가는 부여로부터 나왔다는 계통의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고구려에서는 주몽의 어머니인 유화부인을 부여신으로 섬기며 주몽과 함께 국가적으로 제사지내는 등 부여와의 관계를 명확히 내세웠다.
1세기 후반 태조왕을 기점으로 연맹체를 벗어나 고대국가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고구려는 압록강 유역에서 점차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위로는 부여를 압박하고, 동쪽으로는 옥저와 동예를 정복했으며, 서쪽으로는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남쪽으로는 대동강 유역까지 뻗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3세기 중국 위나라와 전쟁을 벌이다 수도가 함락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4세기에 접어들어 불교를 받아들이고 율령을 반포하여 강력한 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체제를 확립하면서 국력을 회복하였다.
고구려 전성기
이에 5세기 고구려는 476년 요동반도를 포함하여 만주의 대부분과 한반도의 남부 지역까지 장악하면서 한반도의 3/4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구축하였다. 이 과정에서 삼국간 경쟁에서 가장 우세를 보이고 있었던 백제를 격파해 수도인 한성을 함락시키는 한편, 남쪽으로 내려가 가야를 압박하면서 신라 안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도 하였다. 이때가 고구려의 최전성기에 해당한다.
광개토대왕(374~413)과 그의 아들 장수왕(394~491)은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국왕이었다. 광개토대왕은 중국의 후연(後燕)과 남쪽의 백제, 가야를 물리치면서 막대한 영토를 획득하였다. 이어 장수왕은 수도를 오늘날의 평양으로 옮긴 후 본격적으로 국력을 신장시키고 국가의 안정을 확립하였다.
극복하지 못한 위기
그러나 6세기에 들어 고구려는 나라 안팎으로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551년에 신라와 백제가 동맹을 체결하고 반격을 시도하면서 고구려의 요충지이자 백제의 옛 수도였던 한강유역을 빼앗겼다. 이어 북쪽에서는 중국의 오랜 분열을 통일하고 등장한 수나라와 당나라가 연이어 고구려에 쳐들어왔다. 연이어 그들과 맞서 싸웠던 고구려는 국력을 크게 소모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라는 한강유역을 점령한 뒤 백제와 나눠 갖기로 했던 약속을 무시하고 독차지하면서 이를 토대로 비약적인 성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고구려는 급기야 신라와 적대하기 시작한 백제와 손을 잡고 신라와 대항하였다. 삼국 간 관계에서 고립되던 신라는 중국의 당나라와 더욱 견고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신라와 당나라는 동맹을 체결하여 고구려를 쳐들어왔고, 668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결국 멸망하였다. 그 결과 고구려의 영토는 대동강을 기준으로 북쪽은 당나라가, 남쪽은 신라가 나눠가졌다가 이후 대동강 북쪽의 고구려 영토를 발해가 점령하면서 남북국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뛰어난 기술과 높은 문화 수준
고구려는 삼국 가운데 가장 먼저 불교를 받아들였다. 372년 중국에서 전파된 불교를 수용한 이래 왕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보급되었다. 불교는 고대국가로 발전해 가던 과정에서 왕권을 뒷받침 해주는 중요한 사상적 근거로 기능하였기 때문에 고구려는 국왕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 1-3.호로고루성-DSC 0244.jpg
호로고루성(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 1-3.호로고루성-ESC 8715.jpg
호로고루성(경기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또 고구려는 오랜 기간 중국과의 전쟁을 거치며 견고하고 탁월한 성곽 방어 체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성곽의 돌을 계단식으로 들여쌓는 방식이나, 성곽 돌을 안쪽으로 뾰족하게 깎아 마치 사람의 이빨처럼 견고하게 맞물릴 수 있게 축성한 것은 고구려만의 독특한 축성 방식이자 수준 높은 기술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고구려의 주거형태 가운데 온돌을 활용한 난방이나, 고구려의 무예·무용과 의복과 같은 당시 실질적인 생활 모습들이 왕과 귀족들의 무덤 안 벽화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것은 현재 한국 전통 문화의 원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오늘날 고구려의 고분과 성곽, 궁성터 등 중국과 북한에 남아 있는 몇몇 유적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매우 신중하게 보호되고 있다.
관련항목
참고문헌
- 고구려의 영토확장과 강력한 군사활동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박성봉, 『고구려의 남진 발전과 사적 의의』, 경인문화사, 2015. |
• 김락기, 『고구려의 동북방 경역과 물길 말갈』, 경인문화사, 2013. |
• 마대정 외 공저, 『(중국이 쓴) 고구려 역사』, 여유당, 2007. |
『고구려의 남진 발전과 사적 의의』는 고구려가 한반도 안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확장시켰던 5세기경 남진의 성과와 그 내용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대략 광개토대왕과 장수왕대 업적에 해당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 고구려의 남진에 대해 저자는 서기 1세기부터 5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된 사건임을 밝히고, 더욱 세분화하여 자세하게 소개하였다. 또 그 발전 속에서 고구려 사람들의 천하관과 문화적 발전도 함께 형성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고구려의 동북방 경역과 물길 말갈』은 고구려가 소위 만주지역이라고 지칭하는 중국의 동북방으로 진출해 가는 과정과 그 내용을 상세하게 다뤘다. 주로 숙신과 물길 또는 말갈로 불리었던 종족에 대한 확장과 지배로 언급되는 고구려의 동북방 경영은 부여를 멸망시키고 확장한 송화강 유역과 더불어 고구려의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고구려 영토확장 과정에서 등장하는 ‘유인(遊人)’에 존재에 대해 기존의 시선을 소개하면서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는 등 고구려의 발전과정과 영토확장 전반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중국이 쓴) 고구려 역사』는 중국의 사서 속에 확인되는 고구려의 발전과정과 면면들을 종합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고구려의 건국에서부터 국호, 민족 호칭 등 고구려 민족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부터 고구려의 확장과 발전을 거쳐 멸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시야에 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왕조들과 충돌하는 정황을 중국 측 사료 내용과 시선으로 자세히 다루면서 고구려가 만주지역을 넘어 그 영향력과 세력을 확장해간 사실을 중국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 고구려의 신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김경복, 『한국 신화』, 청아출판사, 2014. |
• 김일권, 『고구려 별자리와 신화』, 사계절, 2008. |
• 강윤동, 임지덕 공저, 『고구려의 전설』, 백산자료원, 2005. |
『한국 신화』는 단군신화에서부터 고려의 설화까지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승과 신화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가고 있어 접하기가 편한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제2장에서 부여 관련 신화를, 제3장에서 고구려 관련 신화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부여와의 연관성을 지닌 고구려의 신화와 그 정신세계를 입체적으로 접하기에 용이하다.
『고구려의 별자리와 신화』는 고구려의 별자리와 그 속에 담겨 있는 고구려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매우 정밀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전통시대 천문지식이 모두 중국의 위도에서 관찰되고 축적된 정보가 유입된 것으로 고구려의 천문관측과 지식은 전혀 다른 것임을 밝혀내었다. 따라서 고구려는 고구려만의 천문지식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그 안에 천하관과 세계관을 투영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그 안에는 신화의 형태로 고구려 사람들의 정신세계가 반영되었음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고구려의 전설』은 최무장 교수가 북경에 교환 교수로 갔을 때 현지에서 구한 책을 번역한 것으로, 사서에 소개되지 않은 고구려 건국과 정신세계 관련 설화들을 담고 있다. 고구려의 사료와 문헌기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에서 전해져 오는 고구려 관련 전설들은 고구려 사람들의 삶과 그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특히 이 책에는 삼국유사에서도 다루지 않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일정부분 사료적 가치도 함께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 고구려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박유미, 『고구려 음식문화사』, 학연문화사, 2017. |
• 안휘준, 『고구려 회화 : 고대 한국 문화가 그림으로 되살아나다』, 효형출판, 2007. |
• 동북아역사재단, 『고구려의 문화와 사상』, 동북아역사재단, 2007. |
『고구려 음식문화사』는 고구려의 음식문화 전반을 정리한 책이다.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상을 복원해 내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는 여러 문헌자료와 고분 벽화의 기록들을 집대성하여 밝혀내고자 하였다. 이 책에서는 고구려의 영토 확장이 음식 재료의 범위를 더욱 확대시켰다면서, 고구려의 생태환경과 음식문화를 연결시켜 밝히고 있다. 또 고구려 시대 식기구와 구조 등도 아울러 규명하고자 하였다.
『고구려 회화』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 속에 담겨져 있는 고구려 사람들의 생활상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저자는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고구려 사람들의 문화를 담고 있으며, 고구려 문화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분 벽화가 그려내는 생활상은 초기와 중기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일종의 삶의 기록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므로 충분히 신뢰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고구려의 문화와 사상』은 고구려의 풍속과 신앙, 유불도를 망라한 사상, 언어와 문학을 넘어 의식주와 생활상 전반을 총망라하여 소개하였다. 한국에서 고구려 관련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해당 전공 학자들의 연구성과를 망라해 모은 이 책은 고구려 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실제 삶의 모습들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정제된 내용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