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리기: 파독 광부와 간호원"의 두 판 사이의 차이

2018년 2월 15일 (목) 00:24 기준 최신판

나라 살리기: 파독 광부와 간호원

차관 대신 파견된 인력

1960년대 초, 한국은 전쟁의 피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가난한 나라였다. 1962년도 인당 GNP는 87달러로 아프리카의 가나와 비슷했고 실업률은 30%에 육박하고 있었다. 산업화가 늦어서 수출할 물건도 없었다. 그러나 한국이 가진 값싸고 질 좋은 노동력은 수출할 수 있었다. 취업을 위해 독일로 간 간호원과 광부들이 노동력 수출의 문호를 열었다.

1961년 5.16군사혁명으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산업화로 빈곤을 탈출하기 위해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했으나 국고 부족으로 착수를 못하고 있었다. 외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남북한 간의 대치, 4.19혁명과 5.16쿠데타 등 정정불안을 겪고 있는 한국은 외국투자가들에게 그리 매력 있는 투자처가 못되었다. 이웃 일본과는 아직 국교가 정상화되지 못한 상태였다.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는 것이 어려워지자 군사정부는 같은 분단국인 서독으로 눈을 돌렸다. 서독에 파견된 한국의 차관 교섭단은 1억5천 만 마르크의 상업차관 도입에 합의했다. 이때 서독 측이 제의한 것이 한국인 광부 5천 명과 간호인력 2천 명을 서독에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라인 강의 기적을 이룬 서독은 노동력 부족으로 해외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있었다. 특히 광부 일은 고되고 힘들어서 서독 노동자들이 꺼리기 때문에 인력부족이 더욱 심각했다.

이렇게 하여 ‘서독 파견 한국 광부 임시 고용계획’이 탄생하였고, 1963년 12월 양국 간에 협정이 이루어졌다. 이 협정은 독일이 유럽권 밖의 국가에서 노동력을 들여오는 최초의 협정이었다. 또한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후 첫 노동력 해외수출이었다.

광부와 간호사 모집에 몰린 지원자

당시 취업이 어려웠던 한국의 젊은이들은 서독파견 광부 모집에 대거 몰려들었다. 경쟁률이 8 대 1이나 되었고, 중학교졸업자 이상을 자격으로 했는데 대학교 졸업자가 20% 이상이었다. 2천 명을 뽑는 첫 간호사 모집에는 2만 명이 응모했다. 1963년부터 1977년까지 8천 명의 광부가 서독으로 건너갔다.

광부들의 월급은 164달러로 당시 한국의 기준으로는 많은 편이었다. 광부들은 생활비를 아껴 쓰고 남는 돈을 고국에 송금했다. 파독 근로자들은 약 10년에 걸쳐 한국에 총 1억164만 달러를 송금하였다. 1965년 한국의 연간 총 수출액이 1억 7508만 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큰 금액이었다.

1964년 12월, 선거에 의해 민정대통령으로 선출된 박정희는 서독을 국빈으로 방문하였을 때 광부와 간호사들을 만나 그들의 노고에 깊은 사의를 표하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독일에 파견된 한국인 광부 중에는 계약기간이 끝난 후 학업을 계속하여 학위를 받은 후 한국에 돌아와 대학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도 많았다. 대부분은 은퇴하여 독일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으로 살고 있다.

한국 간호사의 독일 파견은 한국 내 독일 가톨릭교회와 독일의 여러 수도회의 중개로 1950년대 말부터 소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광부협정에 상응하는 한국 간호사의 독일 파견에 관한 공식 협정이 체결되어 대규모로 파견되었다. 1966년부터 10년 동안 서독에 파견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모두 1만1천 명이다.

노동력으로 국가를 돕다

서독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은 근면과 성실성으로 현지 업체와 병원의 인정을 받았다. 이들이 아껴서 송금한 돈은 외환이 부족한 고국의 경제에 큰 보탬이 되었다.

간호사들은 대부분 고용계약이 연장되어 장기간 근무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한국인 광부들과 결혼하여 독일에 정주했다. 독일인과 결혼한 여성도 많다. 파독 한국 간호사의 절반 이상은 독일에 계속 거주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이주노동자의 대다수는 루르 지역이나 라인란트 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독일 최대이자 서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한국 교민사회를 이루고 있다.

광부와 간호사가 연 노동력 수출은 그 후 베트남전쟁 용역시장 진출, 중동건설시장 인력진출, 원양어업 진출 등으로 이어져 한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관련항목

참고문헌

• 독일 경제와 라인강의 기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기적을 이뤄낸) 아데나워 리더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4년간 서독의 수상으로 재임하면서 독일을 ‘라인강의 기적’으로 이끌었던 콘라드 아데나워의 리더십과 업적들을 정리해 낸 책이다. 독일 재건과 경제적 부활은 바로 당시 수상이었던 아데나워의 리더십의 성과라고 평가되고 있으며, 그가 시행한 주택건설, 산업화 정책, 서방국가들과의 유럽경제공동체 구성과 협력 등은 당시 독일 사회의 안정과 경제적 발전의 아주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특히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해 페테르부르크 협정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통국가의 지위를 확인 받았으며, 패전국, 전범국인 독일의 재무장을 이끌어 냈고 나아가 소위 아데나워식 복지개혁을 실시하여 독일사회 안정의 토대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그 위에 독일은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독일의 전후 경제회복과 발전을 지도자의 정책을 중심으로 이해하기에 좋은 책이다.

『질서자유주의, 독일의 사회적 시장경제』는 독일의 독특한 시장경제질서로 일컬어지는 ‘사회적 시장경제’를 소개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책이다. 아데나워 이래로 독일의 핵심적인 경제정책의 기조로 자리 잡은 ‘사회적 시장경제’는 전후 독일 경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유행한 ‘자유방임’과 공산진영 방식의 극단적인 정부 개입을 모두 부정하면서 양자의 장점을 취합해 결합시킨 ‘사회적 시장경제’는 노동조건이나, 저임금 문제 등 빈곤층의 기본적인 삶의 질과 방편을 마련하는 토대 위에서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아직도 독일 경제의 근간이자 이념으로 칭송받는 ‘사회적 시장경제’는 그간 몇 번에 걸쳐 문제점을 수정 보완해 왔지만 그 골자는 그대로 유지된 채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독일의 사례와 경험이 한국 사회와 우리의 시장경제에 주는 시사점과 교훈이 무엇인지를 밝히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사회적 시장경제 : 독일 경제정책 A에서 Z까지』는 전후 폐허에서 다시 경제강국으로 올라서는 데 성공한 독일의 경제정책과 그 성공신화를 소개하고 분석한 책이다. 독일은 두 차례에 걸쳐 벌어진 20세기 세계전쟁에서 모두 패전국으로 전락했던 나라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전국토가 폐허로 변하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의 부담 속에 분할통치의 경험까지 겪었던 아픔이 있다. 하지만 이후 국가를 재건하는 데 성공한 독일은 50~70년대 빠른 경제적 성장을 거쳐 현재는 세계 5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때문에 이를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칭송한다. 이 책은 당시 독일이 국가를 재건하고 경제를 회복시켜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으며, 그 정책적 해법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상세하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전쟁의 아픔과 분단, 냉전 속 대립이라고 하는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제공해주는 메시지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 독일의 전후처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과거의 죄 : 국가의 죄와 과거 청산에 관한 8개의 이야기』는 과거 청산과 국가적 사죄라는 키워드에 대한 독일의 대응과 사례를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다. 특히 나치에 의해 자행된 인종청소와 유태인 학살은 지금까지도 독일 사회의 큰 반성과 성찰의 주제로 언급되며 그 죄악의 실체를 잊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저자는 국가 혹은 집단이 저지른 ‘과거의 죄’가 다음 세대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에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역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체 8개의 테마로 문제를 제기하며 독일이 하고 있는 용서와 화해의 노력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확인코자 하였다. 과거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존하고 있는 실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부끄러운 지난 범죄와 치욕을 숨김없이 뒤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사 청산과 역사교육 : 아픈 과거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부끄럽고 아픈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시하고 그 해답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역사교육과 그 교재로 교과서를 통한 과거사의 대응에 기본 초점을 맞추고 전세계 다양한 나라들의 역사교육 사례들을 모아 결론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중에 독일의 사례를 가장 첫머리인 제1장에서 다루며 통일 이후 독일이 진행하고 있는 역사 교육의 방향과 화해의 궤적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책은 진정한 과거사에 대한 청산은 곧 진실하고 정확한 역사교육을 통해 사실과 실체를 그대로 공유하고 성찰과 반성의 노력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역사 교육 속에서 끊임없이 시도되는 성찰의 시도가 세대를 건너며 더욱 견고한 치유와 화해의 처방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전후 독일이 자신의 전쟁 범죄에 눈감지 않고 역사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성하고 있는 모습들 속에서 과거사의 문제를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궁극적으로 치유 받을 수 있는 방법이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 검열과 역사 교육 : 일본·독일·미국에서의 공민권과 전쟁의 기억』은 전쟁과 세계권력, 사회 변화에 따른 교훈들을 어떻게 전승하고 간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역사 교육을 통한 그 전승이 단순한 역사적 논쟁에 대한 대응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공민권 개념의 문제라고 보았다. 하나의 사건과 이슈 속에서 그것이 공민권의 범주에 어떤 침해가 있었는지가 역사적으로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기준이 될 것임을 이 책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냉전 이후 1990년대 들어와 전세계적으로 민족주의와 지역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이 같은 전쟁에 대한 기억들은 희미해지거나 혹은 미화되고 왜곡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도 아울러 지적하였다. 이에 대한 가장 적극적이고 궁극적은 해법은 바로 역사 속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독일에 비해 일본에서 역사적 성찰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파독(派獨) 간호사로부터 온 편지』는 파독 간호사로 활동했던 저자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전체 구성은 저자가 독일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고향 식구들에게 보낸 편지를 묶어 한 부분, 한국에서 독일로 식구들이 보낸 편지들을 묶어 한 부분, 이렇게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대적으로는 1960년대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간에 이르고 있으며, 범위로는 부모님과 오빠, 두 남동생 및 그들의 배우자인 올케들, 또 서울에 있는 종조부와 왕래한 편지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정희 시대 파독사업을 분석하면서 거창하게 그 정책과 배경 등을 전문적으로 살펴본 책이 아니라, 그저 한 개인이 왕래한 편지 내용들을 묶어 내기만 한 단순한 구성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역사책이나 전문 연구서에서 알려주지 않는 실제 파독 근로자들의 생각과 정서, 그 주변인들의 심성들을 그대로 읽어 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역사가와 비평가들의 시각으로 한번 걸러낸 사실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과 감성이 곧장 달려가 느낄 수 있는 파독 근로자들의 삶과 회한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다.

『파독 광부의 노래 : 독일로 파견된 광부의 한 많은 이야기』는 광부로 독일에 파견되었던 저자가 자신의 삶과 회한을 담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일대기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가면서도 자신이 파독 광부라는 점에서 그 독특한 경험들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배경과 삶의 면면들을 성실히 그려내고 있다. 파독 초기 언어에 서툴고 낯선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당황스런 순간들에서부터 외로운 이국땅에서의 삶에 지쳐 귀국이냐 연장이냐를 고민했던 순간, 하지만 끝내 결혼을 통해 정착하면서 현재의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는 전반의 과정을 잘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전후 독일의 부흥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존재였음을 자랑스럽게 담아내었다. 그러면서도 그 이면에 그들이 품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다양한 회한과 사연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박정희 시대 파독 근로자들의 실제 삶과 여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해주는 증언이라 하겠다.

『파독광부 45년사 : 1963~2008』은 박정희 시대 외화 벌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었던 파독광부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책은 서독에 광부를 파견하기 이전의 한국 실정들을 소개하면서 당시 광부를 파견하기로 결정하게 된 정책적 배경을 설명하였다. 이어 파독 광부를 모집하기 위해 공표된 모집 공고문과, 그 응모를 위해 나돌았던 소위 ‘족집게 문제집’도 발굴해 수록함으로써 흥미를 일으킨다. 한편 파독을 통해 정착한 이후 실제 광부들의 삶을 소개하는 내용도 풍부하게 다루었다. 당시 한국인 광부가 투입된 광산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주거환경,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의 면면들, 독일 한인사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성장 기반과 한인간 교유의 모습들까지 생생한 당시 활동 모습들을 망라해 소개하고 있다. 말미에는 광부 파견이 종료되고 광산계약이 만료된 이후의 그들 사정을 소개하면서 현재 독일사회에서 자리 잡은 파독 근로자들의 삶을 기록하였다. 이 책은 당시 신문기사나, 인쇄물, 사진 등 매우 다채로운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일종의 역사적 사료의 가치도 함께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