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건설진출"의 두 판 사이의 차이

2018년 2월 10일 (토) 22:51 기준 최신판

중동건설진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석유 파동

1973년의 1차 오일쇼크로 한국경제는 위기를 맞았다. 원유가격이 한꺼번에 4배나 오르자 국내 물가는 두 배로 올랐다. 국제적 경기침체로 수출이 줄자 달러 유입은 줄고 해외에 지불해야 할 원유대금은 급증하면서 외환위기마저 겪게 되었다. 반면 산유국들은 고유가에 힘입어 오일머니가 쌓이게 되자 이 돈을 경제건설과 도로,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원유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중동으로 빠져나간 달러를 건설시장에 진출하여 되찾아 오자는 역발상을 했다. 마침 삼환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고속도로공사 2,4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 정책은 적중했고, 위기는 기회가 되었다. 중동건설시장에서 벌어드린 오일머니로 한국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80년대와 90년대 고도성장을 이룰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다.

한국의 건설업체는 초기에는 공사전체를 맡은 해외유명회사의 하청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신용과 기술을 축적하면서 독자적으로 대형공사들을 맡게 되었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한국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오일머니로 되찾은 경제 활력

중동 진출 첫해인 1974년 수주액은 2억6,000만 달러였으나 다음해에는 그 세배인 7억5,000만 달러, 1980년에는 다시 10배 이상으로 늘어 82억 달러가 되었다. 1975-1980 기간 한국 외화수입액의 85.3%가 중동건설에서 번 달러였다. 1981년과 1982년 해외건설 수주 총액은 각각 137억 달러와 133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파견 근로자 수도 급증했다. 1975년 6,000명이던 것이 1978년에는 10만 명에 육박했고 한때 20만 명까지 이르렀다. 성취욕이 강하고 근로기강이 엄정한 한국 근로자들은 해외 건설업체와 중동 현지인들에게 높은 신망을 받았다. 한국의 건설 업체는 공기(工期)를 맞추는 데 만족하지 않고 늘 완공 일정을 단축해 명성을 쌓았다.

해외건설은 수입 유발 효과가 거의 없으므로 외화 가득률이 매우 높다. 당시에는 한국의 인건비가 국제적으로 낮은 축이어서 한국인 근로자를 많이 고용했기 때문에, 시공 관리 수익뿐만 아니라 노무 인건비도 고스란히 국내에 유입되었다. 중동에서 벌어온 오일머니 덕분에 오일쇼크로 위축되었던 한국 경제는 다시 활력을 찾았다. 수출입국(輸出立國)을 국가적 목표로 추진해온 한국은 1977년에는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고 경상수지 흑자까지 기록했다. 내수시장도 활성화되어 자동차 냉장고 등 고가 소비재 수요가 크게 늘었고, 주택시장도 활기를 띠게 되었다.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한 기업들

중동 특수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 현대건설이다. 현대는 1975년 10월 바레인 아랍수리조선소 건설공사 수주를 시작으로 12월 사우디 해군기지 해상공사를 따냈다. 1976년에는 기술적으로 난공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9억3,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현대는 이런 공사에 필요한 초대형 철구조물을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하여 대형 바지선에 실어 대양을 항해하여 현지로 보냈다.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인 리비아의 물문제 해결을 위해 동아건설이 시공한 대수로 사업은 그 공사 규모와 수주 금액 모두 전설적이었다. 동아건설은 이 사업의 1단계 1,874km를 39억 달러에, 2단계 1,730km을 102억 달러에 수주하여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중동건설시장은 1986년부터 1992년까지 이 지역의 전쟁과 정정불안으로 침체기를 겪었다. 한국의 업체들은 동남아지역으로 진출을 모색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각종 공사를 수주했다.

초기의 중동건설진출에는 한국의 건설근로자가 대거 참여했으나 90년대부터는 동남아와 서남아 지역의 근로자를 쓰고 있다. 수주내역도 초기의 단순건설에서 이제는 원자력발전소, 대형교량, 댐, 초고층빌딩, 지하철, 복합주택단지, 항만과 물류센터 등 기술적으로 고도화되고 규모도 대형화되고 있다. 그 실례로, 삼성건설은 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높이 829m)를 시공했으며, 현대건설은 세계최장 교량인 말레이지아의 페낭대교를 건설했다.

2000년 이후 중동시장의 건설경기도 서서히 회복되어 매년 수십억 달러 수준으로 수주하고 있다. 2016년 해외건설 수주액은 중동이 107억 달러, 동남아는 127억 달러로 이제는 동남아의 비중이 더 높다.

한강의 기적은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눈부신 한국인의 업적이다. 이 기적은 석유파동으로 잃은 돈을 산유국에 가서 다시 벌어 오자는 발상을 한 정부의 적극성과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열사의 사막에서 모래 섞인 밥을 먹으며 가족과 나라를 위해 외화벌이에 나선 국민이 힘을 합쳐 이루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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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 대수로 공사 / 사진 출처 – 동아건설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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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자동 전화 공사 / 사진 출처 – 동아건설 홍보물

관련항목

참고문헌

• 중동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박정희 시대와 중동건설. 1, 2』는 박정희 정권 당시 대대적으로 추진된 중동 지역에 대한 건설업 진출을 주제로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초반 박정희 시대 중동지역 건설업 진출이 가진 다양한 의미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글을 배치했다. 그 이후에는 책의 대부분을 당시 참여했던 정책결정자, 파견 건설 노동자, 업체 담당자, 기자 등의 증언과 구술로 담아내 기록함으로써 역사적 사료의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무엇보다 관련자의 구술 내용을 그대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중동붐이 일었던 70년대 관련자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역사적 증언의 성격으로 박정희 시대와 중동 건설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프로젝트 중심) 해외건설사』는 한국 건설업의 해외진출 역사를 망라해 정리해낸 책이다. 이 책은 한국 건설업의 해외진출 역사를 시기적으로 나누고 이를 요람기, 개척기, 성장기, 조정기, 도약기로 제시하였다. 그 중에 이른바 중동붐이 일었던 70년대는 성장기에 해당되며, 사우디아라비아와 리비아, 이집트 등 아랍국가들을 상대로 한 건설업 진출의 성과가 한국 건설업이 세계적으로 발돋음 하는 데 핵심적인 원동력이 되었음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그 이전에 단순히 노동인력을 파견하는 수준에서 머물던 해외건설업 진출의 양상이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대형공사 수주의 양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며, 그에 따라 벌어들인 외화 역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세계경제적 위시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큰 힘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고 역설하였다. 저자는 성장기 중동에서 거둬들인 신화를 토대로 삼아 앞으로 한국 건설업이 더욱 선진화 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역사적 흐름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오일쇼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당신이 몰랐으면 하는) 석유의 진실』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석유를 둘러싼 그 이면의 문제점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석유는 고갈자원으로 분류되어 그 매장량이 한정되어 있다고 여긴다. 때문에 제한된 석유를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가들간 경쟁이 벌어져 때로는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곤 하였다. 석유를 둘러싼 매우 복잡한 혼란의 양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으며, 70년대 이른바 ‘오일쇼크’로 불리우는 석유파동들 역시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발생되는 것이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석유에 대해 알려진 여러 오해들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함으로써 석유를 둘러싼 혼란과 비극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저자는 왜곡된 석유 시장은 바로 그러한 석유 시장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는 소위 패권주의자들의 농간의 결과이며, 그것에 대한 분명한 이해가 석유 문제를 극복하는데 선결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중동사태이후의 석유시장과 선진국 대응』은 중동사태, 즉 석유 자원을 무기화하기 시작한 아랍 산유국가들의 정책으로 인해 국제유가 상승과 세계경제 침체가 야기된 사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 자료집이다. 석유자원에 대한 비중이 점차 커져감에 따라 그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산유국이면서 산업사회의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동력원으로써 석유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한국은 후발 산업국가로써 자원 수급이 항상 불안정한 비산유국의 한계와 선진산업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대안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이 자료집은 70년대 두 차례 걸쳐 일어났던 오일쇼크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가운데, 그 이후의 석유시장의 추이와 주요한 나라들의 대응 전략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향후 재발할 수 있는 석유를 둘러싼 다양한 형태의 분쟁에 그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책이다.

• 중동진출 건설노동자의 생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32분의 1 : 중동 건설현장의 유일한 여성, 사막에서 꿈을 키우다』는 척박한 중동 건설 노동현장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는 여성 근로자의 생활과 면면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건설 노동현장에서 근무한 이지영씨는 32명의 한국인 직원과 1,500여명의 현지 노동자들이 함께 일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유일한 여성 노동자이다. 거칠고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진행되는 생소한 노동 환경 속에서도 저자는 당당하게 맞서며 많은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사막에서 피우는 꽃’이나 ‘사막의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로 표현하면서, 함께 일하는 현장의 동료들의 땀과 눈물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중동이라는 생소한 공간과 그 가운데서 더욱 생소한 여성 노동자의 생생한 생활 모습을 엿보기에 충분한 책이다.

『열사에 핀 장미: 광복 70년 해외건설 50년 기념: 건설근로자 5인의 중동 도전기』는 70년대 중동지역의 건설붐을 타고 현지에 건설인력으로 파견되었던 5명의 삶과 당시의 경험들을 회고하며 정리한 책이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5인은 현재 관련 건설 기업의 간부를 지내며 중동 파견 당시 소회와 경험들을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현대건설과, 동아건설, 극동건설, GS건설 등 중동붐이 일었던 70년대 당시 현지에 진출한 대표적인 건설사 소속이었던 이들은 셀러리맨들의 애환과 함께 사막의 황무지에서 꽃을 피워내는데 일조를 한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환희로 표현해 내고 있다. 특히 자신들의 땀과 눈물이 ‘코리아 넘버원’이라는 칭송으로 돌아올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고 그들은 말한다.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둘러싸인 중동의 척박한 땅이 한국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었으며, 자기 자신들에겐 추억의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이제는 한국에게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줄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매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소소한 에피소드 속에 당시 건설 인력들의 실제적인 생활 모습과 애환들을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