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氏眞假之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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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진가지변
- 佛氏以心性爲眞常, 以天地萬物爲假合. 其言曰, “一切衆生, 種種幻化, 皆生如來圓覺妙心,” “猶如空華及第二月.” 【按, 此一段, 出圓覺經, 言“衆生業識, 不知自身內如來圓覺妙心. 若以智照用, 則法界之無實, 如空華, 衆生之妄相,” 如第二月. 妙心, 本月; 第二月, 影也.】 又曰, “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 有漏微塵國, 皆依空所立.” 【按. 此一段, 出楞嚴經, 言“大覺海中, 本絶空有, 由迷風飄鼓, 妄發空漚, 而諸有生焉, 迷風旣息, 則空漚亦滅. 所依諸有, 遽不可得. 而空覺圓融, 復歸元妙”.】
- 불씨는 심(心)과 성(性)은 진상(眞常)으로 여기고, 천지와 만물은 일시적으로 합쳐진 것이라 여겼다. 그의 말에 이르기를, “일체 중생의 갖가지 허깨비 같은 변화는 모두 여래(如來)의 ‘圓覺妙心’에서 생겨났다.”[1]고 하고 “그것은 마치 [눈병 때문에 보이는] 허공에 꽃이 아른거리는 것과 달이 두 개로 보이는 것과 같다. [2]”고 하였다. 【살펴보건대, 이 한 단락은 원각경에 나오는 것으로, “중생들의 업식(業識)으로는 자신들의 몸 안에 여래의 원각묘심(圓覺妙心)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만일 지혜로서 현상[用]을 비춘다면, 현상세계[法界]의 실상이 없음은 마치 허공에 아른거리는 꽃과 같고, 모든 존재[衆生]의 헛된 형상은 달 곁에 나타나는 희미한 달과 같다.”라고 하였으니 [여기서 말하는] 묘심(妙心)이 [바로] 본래의 달이고, 희미한 달은 그림자인 것이다.】 또 말하기를, “공(空)은 큰 깨달음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다. 바다에서 하나의 물거품이 일어나는 것 같은 번뇌[有漏]와 미세한 먼지로 만들어진 세상[微塵國]은 모두 공(空)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3] ”라고 했다. 【살펴보건대, 이 한 단락은 능엄경에서 나오는 것으로, “큰 깨달음의 바다 가운데는 본래 ‘공(空)’도 ‘유(有)’도 없는데, 미혹의 바람이 불어 고동하면, 공(空)의 물거품이 헛되이 일어나 모든 유(有)가 생겨나고, 미혹의 바람이 멎게 되면 공(空)의 물거품도 사라지게 된다. 이에 의지하여 생긴 모든 유(有)는 홀연히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공(空)에 대한 깨달음이 막힘이 없게 되면, 다시 원래의 묘심(妙心)으로 돌아가게 된다”[4]를 말한 것이다.】
- 佛氏之言, 其害多端, 然滅絶倫理, 略無忌憚者, 此其病根也, 不得不砭而藥之也. 蓋未有天地萬物之前, 畢竟先有太極, 而天地萬物之理, 已渾然具於其中. 故曰太極生兩儀, 兩儀生四象, 千變萬化, 皆從此出. 如水之有源, 萬泒流注, 如木之有根, 枝葉暢茂, 此非人智力之所得而爲也, 亦非人智力之所得而遏也. 然此固有難與初學言者, 以其衆人所易見者而言之.
- 불씨의 말에는 그 폐해가 많지만, 윤리를 끊어버리고도 약간의 거리낌도 없는 이것이 그 병통의 근원이니, 돌침을 놓으며 치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개 천지와 만물이 아직 있기 전에, 필경 태극(太極)이 먼저 있었으니, 천지와 만물의 이치가 그 가운데에 이미 혼연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주역에서]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사상(四象)을 낳는다”라고 하였던 것이니, 천만 가지의 변화가 모두 이로부터 나온다. 현상계의 만사만물이 ‘태극(太極)’이라는 동일한 근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이는] 마치 물에 수원(水源)이 있어서 [물이] 만 갈래로 흘러나가는 것과 같고, 나무에 뿌리가 있어서 가지와 잎이 무성해지는 것과 같으니, 이는 사람의 지력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사람의 지력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초학자에게 말하기엔 참으로 어려운 점이 있으니, 모든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것으로 말하겠다.
- 自佛氏歿, 至今數千餘年. 天之昆侖於上者, 若是其確然也, 地之磅礴於下者, 若是其隤然也, 人物之生於其間者, 若是其燦然也, 日月寒暑之往來, 若是其秩然也. 是以天體至大, 而其周圍運轉之度, 日月星辰逆順疾徐之行, 雖當風雨晦明之夕, 而不能外於八尺之璣, 數寸之衡. 歲年之積, 至於百千萬億之多, 而二十四氣之平分, 與夫朔虛氣盈餘分之積, 至於毫釐絲忽之微, 而亦不能外於乘除之兩策. 孟子所謂天之高也, 星辰之遠也, 苟求其故, 千歲之日至, 可坐而致者, 此也.
- 불씨가 죽은 뒤, 지금 수천 여년에 이르렀다. 하늘이 위에서 둥글게 있는 것이 이와 같이 확연(確然)하고, 땅이 아래에서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이와 같이 퇴연(隤然)하며, 사람과 만물이 천지 사이에서 태어나는 것이 이와 같이 찬연(燦然)하고, 해와 달이나 추위와 더위의 가고 옴이 이와 같이 질서정연[秩然]하다. 그러므로 천체는 지극히 크지만, 그 둘레나 운행과 회전의 도수,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의 역순(逆順)과 운행의 빠르고 느림은, 비록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어두웠다 밝았다 하는 저녁일지라도 8척에 지나지 않는 선기(璇璣)와 몇 촌에 지나지 않는 옥형(玉衡)을 벗어날 수 없다. 세월이 쌓여 백, 천, 만, 십만 년에 이르러도 24절기로 고르게 나뉨이나, 달이 삭망을 이루다가 남은 일수를 윤년에 포함시켜 조그마한 시간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맹자의 이른바 “하늘의 높이 있고, 별들이 멀리 있어도 진실로 그 옛 자취를 구한다면, 천년 후의 동지와 하지[日至]를 앉아서도 알 수 있다” [5]는 것이 이것이다.
- 是亦孰使之然歟? 必有實理爲之主張也. 且假者, 可暫於一時, 而不可久於千萬世; 幻者, 可欺於一人, 而不可信於千萬人. 而以天地之常久、萬物之常生, 謂之假且幻, 抑何說歟? 豈佛氏無窮理之學, 求其說而不得歟? 抑其心隘, 天地之大、萬物之衆, 不得容於其中歟? 豈樂夫持守之約, 而厭夫窮理之煩, 酬酢萬變之勞歟? 張子曰: “明不能盡, 誣天地日月以爲幻妄”, 則佛氏受病之處, 必有所自矣. 要之其所見蔽, 故其所言詖如此. 嗚呼惜哉! 予豈譊譊而多言者歟! 予所言之而不已者, 正惟彼心之迷昧爲可憐, 而吾道之衰廢爲可憂而已耳.
- 이것은 또한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인가? 반드시 실제적인 이치[實理]가 있어서 그렇게 되도록 주관한 것이다. 또 ‘假’라는 것은 일시적으로 잠깐 머물 수는 있으나 천만 세대를 머무를 수는 없고, ‘幻’이라는 것은 한 사람을 속일 수는 있어도 천만 명의 사람들을 믿게 할 수는 없다. 천지는 항상 머물러있고, 만물은 항상 생성되는 것인데, 이를 ‘일시적[假]’이고 ‘허깨비[幻]’라고 일컬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불씨에게는 이치를 궁구하는 학문이 없기에 그러한 설을 구하려 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그 마음이 좁아서 거대한 천지와 수많은 만물을 마음 안에 포용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찌하여 불씨는 마음을 잡아 지키기는 간략함만 좋아하고 이치를 궁구하는 번거로움과 다양한 변화에 응수하는 수고로움을 싫어하는가? 장재가 말하기를, “밝힘을 다하지 못하면 천지와 해와 달을 속여서 허깨비라고 한다” [6]고 하였으니, 불씨가 병폐를 가지게 된 데는 반드시 원인이 있는 것이다. 요컨대, 그 보는 바가 가려졌기에 그 말하는 바의 치우침이 이와 같은 것이다. 아, 애석하도다! 내가 어찌 언성을 높이며 말을 많이 하는 자겠는가! 내가 말하기를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바로 저들의 마음이 미혹되어 몽매함을 불쌍히 여겨서이고, [또] 우리의 道가 쇠하여 없어질까 걱정스러울 뿐이기 때문이다.
주석
- ↑ 圓覺經, “善男子。一切眾生。種種幻化。皆生如來圓覺妙心。”
- ↑ 圓覺經, “譬彼病目見空中華及第二月”
- ↑ 楞嚴經要解, 「大佛頂如來密因修證了義諸菩薩萬行首楞嚴經要解卷第十二」, △三融通。 空生大覺中 如海一漚發 有漏微塵國 皆依空所生 漚滅空本無 況復諸三有
- ↑ 楞嚴經要解, 牒上以明迷澄圓而成根器。融根器則歸澄圓也。大覺海中。本絕空有。由迷風飄皷妄發空漚。而諸有生焉。迷風既息。則空漚亦滅。所依諸有遂不可得。而空覺圓融。復歸元妙矣。諸三有。指微塵國中三有也。
- ↑ 孟子集註 「離婁章句下」. “天之高也, 星辰之遠也, 苟求其故, 千歲之日至, 可坐而致也.” 【注】“天雖高, 星辰雖遠, 然求其已然之跡, 則其運有常, 雖千歲之久, 其日至之度, 可坐而得, 況於事物之近, 若因其故而求之, 豈有不得其理者而何以穿鑿爲哉. 必言日至者, 造歷者, 以上古十一月甲子朔夜半冬至, 爲歷元也.”
- ↑ 正蒙, 《大心篇第七》. “석씨는 천성에 대해 지멋대로 생각해서 천용을 본받을 줄 모르고, 도리어 육근의 미미함으로써 천지에 대해서 밝히기를 다하지 못하면 오히려 천지와 일월을 환망이라고 거짓말한다. 釋氏妄意天性而不知範圍天用, 反以六根之微, 因縁天地明不能盡, 則誣天地日月, 為幻妄, 蔽其用於一身之小, 溺其志於虛空之大, 此所以語大語小, 流遁失中, 其過於大也. 塵芥六合, 其蔽於小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