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氏地獄之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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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지옥지변

정도전불씨잡변 제10장이다.


先儒辨佛氏地獄之說曰, 世俗信浮屠誑誘, 凡有喪事, 無不供佛飯僧, 云, 「爲死者, 滅罪資福, 使生天堂, 受諸快樂, 不爲者, 必入地獄, 剉燒舂磨, 受諸苦楚,」 殊不知死者, 形旣朽滅, 神亦飄散, 雖有剉燒舂磨, 且無所施。又況佛法未入中國之前, 人固有死而復生者, 何故都無一人誤入地獄, 見所謂十王者歟? 此其無有而未足信也明矣。
선유(先儒)가 불씨의 지옥설을 변박(辨駁)하여 말하기를, “세속(世俗)의 승려(浮屠)들이 속이고 꾀어서, 무릇 장례가 있으면 부처에게 공양(供養)하고 승려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이 없어서 말하기를 ‘죽은 자를 위하여 죄를 없애고, 복을 받아 천당에 태어나게 하여 쾌락(快樂)을 받게 하는 것이니,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은(부처에게 공양하고 승려에게 밥 주지 않는 사람) 반드시 지옥에 떨어져 썰리고, 불태워지고, 찌여지고, 갈리는 여러 고초를 받는다.’고 하니 죽어서 알지 못하는 자의 형체가 이미 썩어 없어지고 정신 또한 흩어져 버려, 비록 썰리고 불태워지고 찌여지고 갈리는 것이 있어도 장차 시행할 곳이 없는 것이다. 또한 하물며 불법이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도 사람이 진실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한 사람도 지옥에 잘못 들어가 소위 시왕(十王) [1] 이란 것을 본 자가 없단 말인가? 그 (지옥이란 것이) 없기도 하거니와 믿을 수 없음이 명백하다.”라고 하였다.


或曰, 釋氏地獄之說, 皆是爲下根之人, 設此怖令爲善耳。程子曰, 至誠貫天地, 人尙有不化, 豈有立僞敎而人可化乎! 昔有僧問予曰, 若無地獄, 人何畏而不爲惡乎? 予曰, 君子之好善惡惡, 如好好色, 如惡惡臭, 皆由中而出, 無所爲而爲之。一有惡名至, 則其心愧恥, 若撻于市, 豈待地獄之說然後不爲惡乎! 其僧默然。於此幷書之, 俾世之惑於其說者, 知所辨焉。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석씨(釋氏)의 지옥설은 모두 낮은 근기의 사람들을 위하여 이렇게 겁나는 지옥설을 만들어 착한 일을 하게 할 뿐이다.” 라고 하니 정자(程子)가 말하길, “지극한 정성이 천지를 관통하여도 사람은 오히려 감화되지 못하는데, 어찌 거짓된 가르침을 세움에 사람들이 감화될 수 있겠는가!” 하였다. [2] 옛날에 어떤 승려가 나에게 묻기를, “만일 지옥이 없다면 사람이 무엇이 두려워 악한 짓을 안 하겠느냐?” 하기에, 내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군자(君子)가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함은, 마치 여색을 좋아하고 나쁜 냄새를 싫어함과 같아 모두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해야하는 것이라서 하는 것은 아니다.[3] 한 번이라도 악명(惡名)이 있게 되면 그 마음에 부끄러워하기를 마치 시장에서 종아리를 맞은 듯이 여기나니, 어찌 지옥설을 구한 뒤에 악한 짓을 하지 않는다고 하겠느냐?” 하였더니, 그 승려는 아무 말도 못하였다. 여기에 이 사실을 아울러 써서, 그 설에 미혹되는 세상 사람들이 분변할 줄을 알도록 하고자 한다.

주석

  1. 시왕(十王) : 사후(死後)세계에서 인간들의 죄의 경중(輕重)을 가리는 열 명의 심판관.
  2. 󰡔二程遺書󰡕, “석씨는 본래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이로운 것으로 생각하니 어찌 이것이 공도가 될 수 있겠는가? 오직 상달에만 힘쓰고 하학은 없으니, 그렇다면 그 상달한 곳도 어찌 옳은 수 있겠는가? 원래 서로 연속되지 않고 다만 끊어진 곳만 있으니, 도가 아니다. 맹자는 ‘그 마음을 다하는 자는 본성을 아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저 이른바 마음을 알고 본성을 파악한다는 것이 이것이다. 만약 마음을 보존하여 본성을 기르는 한가지라면 있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석씨(釋氏)의 지옥설은 모두 낮은 근기의 사람들을 위하여 이렇게 겁나는 지옥설을 만들어 착한 일을 하게 할 뿐이다.’ 라고 하였는데. 선생님께서(程子) 이르기를, ‘지극한 정성이 천지를 관통하여도 사람은 오히려 감화되지 못하는데, 어찌 거짓된 가르침을 세움에 사람들이 감화될 수 있겠는가!’ 하였다(釋氏本怖死生, 爲利豈是公道? 唯務上達而無下學, 然則其上達處, 豈有是也? 元不相連屬, 但有間斷, 非道也. 孟子曰:「盡其心者, 知其性也.」 彼所謂「識心見性」是也. 若「存心養性」一段事則無矣. 彼固曰出家獨善, 便於道體自不足. 一作已非矣. 或曰:「釋氏地獄之類, 皆是爲下根之人設此, 怖令爲善.」 先生曰:「至誠貫天地, 人尙有不化, 豈有立僞敎而人可化乎?」)”
  3. 󰡔大學章句󰡕, 傳六章. “이른바 그 뜻을 진실하게 한다는 것은 스스로 속이지 마는 것이니, 악(惡)을 미워하기를 악취(惡臭)를 미워하는 것과 같이 하며, 선(善)을 좋아하기를 호색(好色)을 좋아하는 것과 같이 하여야 하니, 이것을 자겸(自慊)이라 이른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반드시 그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所謂誠其意者:毋自欺也,如惡惡臭,如好好色,此之謂自謙,故君子必慎其獨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