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氏因果之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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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씨인과지변

정도전불씨잡변 제2장의 원문 및 번역이다.


或曰, 吾子辨佛氏輪廻之說, 至矣, 子言人物皆得陰陽五行之氣以生, 今夫人則有智愚賢不肖, 貧富貴賤壽夭之不同, 物則有爲人所畜役, 勞苦至死而不辭者, 有未免網羅釣弋之害, 大小強弱之自相食者, 天之生物, 一賦一與, 何其僞而不均如是耶! 以此而言釋氏所謂生時所作善惡, 皆有報應者, 不其然乎! 且生時所作善惡, 是之謂因, 他日報應, 是之謂果, 此其說, 不亦有所據歟!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대의 불교의 윤회설을 변별한 것은 지극하지만 그대가 ‘사람과 만물이 모두 음양오행의 기(氣)를 얻어서 태어났다.’ [1]고 말하는데 지금 무릇 사람의 경우라면 지혜로운 사람, 어리석은 사람, 어진 사람, 불초(不肖)한 사람,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귀한 사람, 천한 사람, 장수(長壽)하는 사람, 요절(夭絶)하는 사람 등 같지 않은 것이 있으며, 동물의 경우라면 어떤 것은 사람이 길러서 쓰이는 바가 되어 힘써 고생하다 죽음에 이르기를 불사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물이나 낚시나 주살(弋)의 해를 면치 못하기도 하고, 크고 작고 강하고 약한 것들이 서로 잡아먹기도 하니, 하늘이 만물을 냄에 있어 하나 하나 부여해 준 것이 어찌 그 치우치고 고르지 못함이 이와 같단 말인가? 이렇게 보면 불교에서 이른바 ‘살아 있을 때 착한 일을 하건 악한 일을 한건 모두 보응(報應)받는다.’고 말하는 것이 그렇지 아니한가? 또 살아 있을 때 착한 일을 하거나 악한 일을 하는 것을 일러 인(因)이라 하고, 다른 날에 보응을 받는 것을 일러 과(果)라고 하였으니, 이 말 또한 근거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하였다.


曰, 予於上論人物生生之理悉矣, 知此則輪廻之說自辨矣, 輪廻之說辨, 則因果之說, 不辨而自明矣。然子旣有問焉, 予敢不推本而重言之! 夫所謂陰陽五行者, 交運迭行, 參差不齊, 故其氣也有通塞偏正淸濁厚薄高下長短之異焉, 而人物之生, 適當其時, 得其正且通者爲人, 得其偏且塞者爲物。人與物之貴賤, 於此焉分。
나는 대답하기를, “내가 위에서 사람과 만물의 생생(生生)하는 이치를 논함을 다하였으니, 이것을 알았다면 윤회설은 저절로 변론될 것이요, 윤회설이 변론되면 인과설(因果說)은 변론하지 않아도 자명(自明)하다. 그러나 그대가 이미 나에게 질문하였으니 내가 감히 근본을 미루어서 다시 말하지 않겠는가? 저 이른바 음양오행이라고 하는 것은 엇갈려 움직이고 빨리 행해지며, 들쭉날쭉해서 가지런하지 않다.[2] 그러므로 그 기(氣)의 통함과 막힘, 치우침과 바름, 맑음과 흐림, 두터움과 얇음, 높고 낮음,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어서 그리하여 사람과 만물이 생겨남에 적당한 때를 만나서 바름과 통함을 얻은 것은 사람이 되고, 치우치고 막힘을 얻은 것은 사물(物)이 된다. 사람과 사물의 귀하고 천함이 여기에서 나눠지는 것이다.


又在於人, 得其淸者智且賢, 得其濁者愚不肖, 厚者富而薄者貧, 高者貴而下者賤, 長者壽而短者夭, 此其大略也, 雖物亦然。若麒麟龍鳳之爲靈, 虎狼蛇虺之爲毒, 椿桂芝蘭之爲瑞, 烏喙堇茶之爲苦, 是皆就於偏塞之中, 而又有善惡之不同。然皆非有意而爲之。易曰, 乾道變化, 各定性命, 先儒曰, 天道無心而普萬物, 是也。
또 사람에게 있어서 기(氣)의 맑은 것을 얻은 사람은 지혜롭고 어질며, 흐린 것을 얻은 사람은 어리석고 불초하며, 두터운 것을 얻은 사람은 부자가 되고, 엷은 것을 얻은 사람은 가난하고, 높은 것을 얻은 사람은 귀하게 되고, 낮은 것을 얻은 사람은 천하게 되고, 긴 것을 얻은 사람은 장수(長壽)하게 되고, 짧은 것을 얻은 사람은 요절(夭折)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이 그 대략이다. 비록 사물(物)도 그러하다. 기린ㆍ용ㆍ봉(鳳)의 신령함이나, 호랑(虎狼)ㆍ독사의 독(毒)함이나, 춘(椿)ㆍ계(桂)ㆍ지(芝)ㆍ난(蘭)의 상서로움이나, 오훼(烏喙, 맛이 쓴 독약의 일종)ㆍ씀바귀의 씀과 같은 것은 모두 치우치고 막힌 가운데에서 얻어지고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 선악의 다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 어떤 의도(意)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周易󰡕, 건괘(乾卦)에 이르기를 ‘건(乾)의 도가 변화하여 각각 성명(性命)을 정(定)한다.’ 하였으며, 선유(先儒)가 말한 ‘천도가 무심하여 만물을 두루 덮는다.’ [3]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今夫醫卜, 小數也, 卜者定人之禍福, 必推本於五行之衰旺。至曰, 某人以木爲命, 當春而旺, 當秋而衰, 其象貌靑而長, 其心慈而仁; 某人以金爲命, 吉於秋而凶於夏, 其象貌白而方, 其心剛而明。曰水曰火, 莫不皆然, 而象貌之醜陋, 心識之愚暴, 亦皆本於五行稟賦之偏。
오늘날의 의술(醫術)이나 점술(占術)은 조그마한 술수이지만, 점치는 사람은 사람의 福이나 禍를 정하는 데 반드시 오행(五行)의 쇠퇴하고 왕성함에 근본을 두고 미루어나간다. 심지어 ‘이 사람은 나무로 명을 받았으니 봄을 맞아서는 왕성하지만 가을을 맞으면 쇠퇴하며 그 용모는 푸르고 오래가며 그 마음씨는 자비롭고 어질다.’ 하고 어떤 사람은 ‘이 사람은 쇠로 운명을 받았으니 가을에는 길(吉)하나 여름에는 흉(凶)하며 그 용모는 희고 단정하며, 그 마음씨는 강(剛)하고 밝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물의 운명과 불의 운명도 모두 이러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용모의 누추함이나, 마음의 어리석고 사나움이 또한 모두 오행의 품부(禀賦)받음이 치우침에 근거한다.


醫者診人之疾病, 又必推本於五行之相感。乃曰, 某之病寒, 乃腎水之證, 某之病溫, 乃心火之證之類是也。其命藥也, 以其性之溫涼寒熱, 味之酸鹹甘苦, 分屬陰陽五行而劑之, 無不符合。此吾儒之說, 以人物之生, 爲得於陰陽五行之氣者, 明有左驗, 無可疑矣。
또 의사가 사람의 병을 진찰할 때도 반드시 오행이 서로 감응(感應)함에서 근본을 두고 미루어 나간다. 이내 말했다. : ‘어떤 사람의 병은 한증(寒)이니 신장병의 증세’라 하고 ‘어떤 사람의 병은 온증(溫)이니 화병의 증세’라 말하는 부류가 이것이다. 따라서 약(藥)을 명할 때, 그 약 성질의 온(溫)ㆍ양(凉)ㆍ한(寒)ㆍ열(熱)과 그 맛의 산(酸)ㆍ함(醎)ㆍ감(甘)ㆍ고(苦)를 음양오행에 나누어 속하게 하여 제조하면 부합되지 않는 것이 없다. 이는 우리 유가(儒家)의 설에 사람과 만물은 태어남에 음양오행의 기를 얻었다는 것이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 의심할 여지도 없는 것이다.


信如佛氏之說, 則人之禍福疾病, 無與於陰陽五行, 而皆出於因果之報應, 何無一人捨吾儒所謂陰陽五行, 而以佛氏所說因果報應, 定人禍福, 診人疾病歟? 其說荒唐謬誤, 無足取信如此, 子尙惑其說歟?
진실로 불교의 설과 같다면 사람의 화복과 질병이 음양오행과는 관계없이 모두 인과(因果)의 보응(報應)에서 나오는 것이 되는데, 어찌하여 한 사람이라도 우리 유가의 이른바 음양오행을 버리고 불교의 인과보응설을 가지고서 사람의 화복을 정하고 사람의 질병을 진료하는 사람이 없는가? 그 설이 황당하고 오류가 있어서 믿기에 충분하지 않음이 이와 같거늘, 그대는 아직도 그 설에 미혹되려는가?


今以至切而易見者比之。酒之爲物也, 麴糱之多寡, 瓷甕之生熟, 日時之寒熱久近適相當, 則其味爲甚旨, 若糱多則味甘, 麴多則味苦, 水多則味淡, 水與麴糱適相當, 而瓷甕之生熟, 日時之寒熱久近, 相違而不相合, 則酒之味有變焉, 而隨其味之厚薄, 其用亦有上下之異, 若其糟粕則委之汚下之地, 或有蹴踏之者矣。然則酒之或旨或不旨或上或下或用或棄者, 此固適然而爲之耳, 亦有所作因果之報應歟? 此喩雖淺近鄙俚, 亦可謂明且盡矣。
이제 지극히 절근하고 보기 쉬운 것을 써서 비유해 보자. 술이란 국(麴, 누룩)과 얼(蘖, 엿기름을 넣어 만든 죽)의 많고 적음과, 항아리(甕)의 덜 구워지고 잘 구워짐과, 날씨의 차고 더움과 기간의 오래됨과 가까움이 서로 적당히 어울리면 그 맛이 매우 좋게 된다. (그러나) 만일 얼(蘖)이 많으면 맛이 달고, 국(麴)이 많으면 맛이 쓰고, 물이 많으면 맛이 싱겁고, 물과 국(麴), 얼(蘖)이 모두 적당하게 들어갔다 할지라도 항아리의 덜 구워짐ㆍ잘 구워짐이나, 날씨의 차고 더움이나 기간의 오래됨과 덜됨이 서로 어긋나 합해지지 않으면 술맛이 변하게 되고 그 맛의 좋고 나쁨에 따라 그 쓰임도 상(上)ㆍ하(下)의 다름이 있어서, 지게미(糟粕) 같은 것은 더러운 땅에 버려져 간혹 발 길에 채이고 밟히게도 된다. 그러하다면 술이 어떤 것은 맛있고 어떤 것은 맛없고,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고, 쓰이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하는 것, 이것은 우연히 그렇게 되었을 뿐이니 또한 술을 만드는 데 인과보응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겠는가? 이 비유 [4]는 비록 비근한 것이지만 또한 명백하고 극진하다고 말할 만 하다.


所謂陰陽五行之氣, 相推迭運, 參差不齊, 而人物之萬變生焉, 其理亦猶是也。聖人設敎, 使學者變化氣質, 至於聖賢, 治國者, 轉衰亡而進治安, 此聖人所以廻陰陽之氣, 以致參贊之功者, 佛氏因果之說, 豈能行於其間哉!
이른바 음양오행의 기는 서로 미루어 갈마들어 운행되어서 엇갈려 가지런하지 않아서 사람과 만물도 만 번 변하여 태어나는 것이니, 그 이치가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성인은 가르침을 베풀어, 배우는 사람이 기질을 변화하여 성현에 이르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은 쇠망을 바꾸어 잘 다스리고 평안한 것으로 나아가게도 한다. 이는 성인이 음양의 기(氣)를 돌이켜 천지의 화육을 돕는 공효에 이르게 하는 것이니 불교의 인과설이 어찌 그 가운데에 행해질 수 있겠는가!


주석

  1. 󰡔太極圖設󰡕. “건의 도리는 남자를 이루고, 곤의 도리는 여자를 이룬다고 하니, 음양이라는 두 기가 교감하여 만물을 화생시킨다. 만물이 발생하는 과정을 반복하니 변화는 끝이 없다. 오직 사람만이 빼어난 기를 얻어서 가장 영명하다. 형체가 이미 생겨났다면 정신이 지각을 발현시키니, 다섯 가지 본성이 외물에 감응해 움직이다 선악이 나위고 온갖 사태들이 나타난다. (乾道成男,坤道成女,二氣交感,化生萬物。萬物生生,而變化無窮焉。惟人也,得其秀而最靈。形既生矣,神發知矣,五性感動,而善惡分,萬事出矣。)”
  2. 󰡔시경󰡕 「관저」
  3. 󰡔周易傳義大典󰡕, 「咸卦」_爻. 【小註】 “程子曰, 咸九四言貞吉悔亡, 言感之不可以心也. 天地之間, 只有一箇感與應而已, 更有甚事. 天地之常, 以其心普萬物而无心, 聖人之常, 以其情順萬物而无情. 故君子之學, 莫若廓然而大公, 物來而順應. …”
  4. 󰡔尙書󰡕, 「說命下」 王曰:「來!汝說。台小子舊學于甘盤,既乃遯于荒野,入宅于河。自河徂亳,暨厥終罔顯。爾惟訓于朕志,若作酒醴,爾惟麴蘖;若作和羹,爾惟鹽梅。爾交修予,罔予棄,予惟克邁乃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