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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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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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당전집에는 김정희가 황산 김유근, 동리 김경연과 어울린 흔적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완당이 젊은 시절 어울렸던 벗들이다.
 
완당전집에는 김정희가 황산 김유근, 동리 김경연과 어울린 흔적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완당이 젊은 시절 어울렸던 벗들이다.
  
---> 유배당하고, 병들었던 김정희의 말년 작품과는 달리, 완당의 젊은시절 황산, 동리와 어울리며 쓴 시를 보면 비교적 밝고 행복한 모습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큰 고난 없이 시, 그림, 학문 연구 등에 열중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특히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에서 그러한 여유로움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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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의/해석 : 유배당하고, 병들었던 김정희의 말년 작품과는 달리, 완당의 젊은시절 황산, 동리와 어울리며 쓴 시를 보면 비교적 밝고 행복한 모습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큰 고난 없이 시, 그림, 학문 연구 등에 열중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특히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에서 그러한 여유로움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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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조촐한 띠집은 그림같으니 / '''罨畵'''<ref>화려한 채색 그림, 산수의 뛰어난 경치</ref>村茅潔
 
마을의 조촐한 띠집은 그림같으니 / '''罨畵'''<ref>화려한 채색 그림, 산수의 뛰어난 경치</ref>村茅潔
  
,장차 땅을 빌려 깃들 것이다 / '''行當'''<ref>마땅히, 장차</ref>借地棲</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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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땅을 빌려 깃들 것이다 / '''行當'''<ref>마땅히, 장차</ref>借地棲</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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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안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는 북둔의 복숭아꽃이 만개하니 그 정경이 너무도 성스러워 보여 부처가 되는 길도 당장 깨달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선원처럼 뚜렷하여 그곳을 찾느라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겠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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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의/해석 : 성북동의 복숭아꽃을 구경하며 지은 시로, 당시의 성북동 풍경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수풀에 일제히 꽃이 핀 모습과 파란 이끼, 격산의 검은 눈썹과 같이 다양한 색 표현을 사용해서 봄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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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기연을 보내어 새 한 마리가 운다 / 誰遣機緣一鳥啼
 
누군가 기연을 보내어 새 한 마리가 운다 / 誰遣機緣一鳥啼
  
{{{#red 열관}}}이랑 정계는 밝게 보면 평등하다 / 平等熱關仍'''淨界'''<ref>정(淨)하고 깨끗한 곳. 곧, 신불(神佛)을 모시는 곳.</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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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관과 정계는 밝게 보면 평등하다 / 平等熱關仍'''淨界'''<ref>정(淨)하고 깨끗한 곳. 곧, 신불(神佛)을 모시는 곳.</ref>
  
 
황벽이랑 조계를 거침없이 오간다네 / 朅來黃蘗與曹溪
 
황벽이랑 조계를 거침없이 오간다네 / 朅來黃蘗與曹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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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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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3-2.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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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골짝에는 비가 일쑨데 / 陰洞尋常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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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진 골짜기에는 비가 내리기 일쑨데 / 陰洞尋常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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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라히 보이는 저 봉우리 한송이 푸르구나/ 危峯一朶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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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바람은 불어서 탑 쓸어주고 / 松風吹掃'''榻'''<ref>돌이나 쇠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박아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천으로 榻布(탑포)라고도 함</ref>
  
한송이 푸르러라 아스란 저 봉 / 危峯一朶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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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두칠성 물 길어 병에 담아 돌아가네 / 星斗汲歸甁
  
솔바람은 불어서 탑 쓸어주고 / 松風吹掃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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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본래 모습을 입증하는데 / 石證本來面
  
별을 길러 병으로 돌아보내네 / 星斗汲歸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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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글자 없는 경전을 더럽히는구나 / 鳥參'''無字經'''<ref>언어문자로 표현된 경전 밖의 경전</ref>
  
돌은 본래의 면목 입증한다면 / 石證本來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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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낀 비석은 속절없이 긁히고 깎여서 떨어져가니 / '''苔趺'''<ref>이끼 낀 비석, 여기서는 진흥왕순수비를 말함</ref>空剝落
  
새는 무자의 경을 참견하누나 / 鳥參無字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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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전을 누가 다시 새길 건지. / '''虯篆'''<ref>구불구불한 글자 모양, 전서체의 글씨</ref>復誰銘</font>
  
좌부는 속절없어 박락해가니 / 苔趺空剝落
 
  
규전을 뉘가 다시 새길 건지 원 / 虯篆復誰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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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7월, 김정희의 나이 31에 친구 김경연과 함께 북한산 비봉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찾은 날을 그린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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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 승가사에 들러 당시에 고승인 해봉화상을 만난다. 해붕과 인연을 맺은 두 편의 글 중 하나이다.
  
  
'''3-3. 해붕 대사의 영에 제하다[題海鵬大師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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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3-3. 해붕 대사의 영에 제하다[題海鵬大師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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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鵬之空兮。非五蘊皆空。之空卽諸法空相。空卽是色之空。人或謂之空宗非也。不在於宗。又或謂眞空似然矣。吾又恐眞之累其空。又非鵬之空也。鵬之空卽鵬之空。空生大覺。是鵬之錯解。鵬之空之獨造獨透。又在錯解中。當時一庵,栗峰,華嶽,畸庵各自見識。與鵬相上下。其於透a301_126c空。似皆後於鵬之空。昔有人云禪是大潙詩是朴。大唐天子只三人。鵬是大唐天子禪也耳。尙記鵬眼細而點。瞳碧射人。雖火滅灰寒。瞳碧尙存。見此三十年後落筆。呵呵大笑。歷歷如三角道峰之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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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鵬之空兮。非五蘊皆空。之空卽諸法空相。空卽是色之空。人或謂之空宗非也。不在於宗。又或謂眞空似然矣。吾又恐眞之累其空。又非鵬之空也。鵬之空卽鵬之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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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記鵬眼細而點。瞳碧射人。雖火滅灰寒。瞳碧尙存。見此三十年後落筆。呵呵大笑。歷歷如三角道峰之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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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붕이 말하는 공(空)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의 공이 아니라 공즉시색(空則是色)의 공이다. 혹자는 그를 공(空)의 종(宗)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혹자는 또 진공(眞空)이라고 하니, 그럴듯하다. 그러나 진(眞)이 공(空)을 얽맨다면 그 또한 해붕의 공이 아니다. 해붕의 공은 곧 해붕의 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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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눈이 가늘고 검어서 푸른 눈동자가 사람을 꿰뚫는 듯한 해붕의 모습이다. 그는 비록 재가 되었지만 푸른 눈동자는 아직도 살아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보고서 껄껄 웃는 모습이 삼각산과 도봉산 사이에서 뵐 때처럼 역력하다.</font>
  
해붕(海鵬)의 공(空)이여! 오온개공(五蘊皆空)의 공이 아니요 바로 제법의 공상(空相)으로 공즉시색(空則是色)의 공이다. 사람이 혹은 그를 공종(空宗)이라 이르는데 그는 아니니 종에 있지 아니하고 또 혹은 진공(眞空)이라 이르는데 그럴 것도 같으나 나는 또 진이 그 공을 누(累)할까 두려우니 또 붕의 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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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의/해석 :
붕의 공은 바로 붕의 공이니 공이 대각(大覺)을 낳는다는 것은 바로 붕의 어긋난 풀이이며 붕의 공이 홀로 나아가고 홀로 통하는 것은 또 착해(錯解) 속에 있는 것이다.
 
당시에 일암(一庵)ㆍ율봉(栗峯)ㆍ화악(華嶽)ㆍ기암(畸庵)이 각자의 견식을 가져 붕과 더불어 서로 오르내리나 그 공을 통하는 데에는 다 붕의 공에 뒤질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선(禪)은 바로 대위(大潙)라면 시(詩)는 바로 박(朴)일진대 대당(大唐)의 천자와 단지 세 사람일레.[禪是大潙詩是朴大唐天子只三人]” 하였으니 붕은 바로 대당 천자인 것이다. 상기도 기억되는 것은 붕은 눈이 가늘고 점 찍혀 파란 동자가 사람을 쏘니 비록 불이 꺼지고 재가 차도 파란 눈동자는 오히려 남았을 것이다. 이를 본 삼십 년 후에는 붓을 놓고 껄껄대어 크게 웃으며 삼각 도봉(道峯)의 사이와 같이 역력(歷歷)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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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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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4-3.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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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之來如盈。君之去如虛。其去來果有通於盈虛之妙耶。君每以未及a301_091d讀易爲憾。而其行履動靖。自在於大易消息之中。此所以百姓日用而不知也。去後消息。果復何如。看何等書。臨摹何等法墨。與何等人相見。何等啜茗。何等燒香。何等評畫。又何等飮食。風雨凄然。山川緜邈。靑燈一穗。照人不寐於此間寤言何等。夢醒何等。何等思想。亦有及於靑冠山中。對榻聯枕臥。數鷄鳴時耶。此皆消息中玩幾探賾處。凡情俗諦。皆尋常過漫閒去。八角槃上。陶輪界內。冷拈澹抹已耳。賤狀如君在時。毫無一寸長。草木殘年。去益顢干。種種醜態。人當吐之。雖如君嗜痂。恐難與之修飾之也。顧影亦笑。旬間再期。且須牢記。都留不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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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之來如盈。君之去如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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去後消息。果復何如。看何等書。'''臨摹'''<ref>서화 모사의 한 방법</ref>何等法墨。與何等人相見。何等啜茗。何等燒香。何等評畫。又何等飮食。風雨凄然。山川緜邈。靑燈一穗。照人不寐於此間寤言何等。夢醒何等。何等思想。亦有及於靑冠山中。對榻聯枕臥。數鷄鳴時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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賤狀如君在時。毫無一寸長。草木殘年。去益顢干。種種醜態。人當吐之。雖如君'''嗜痂'''<ref>기호가 변태적이다, 취향이 괴벽스럽다. 이 글에서는 애정이 깊다고 해석해보았다.</ref>恐難與之修飾之也。顧影亦笑。旬間再期。且須牢記。都留不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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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오니 꽉 찬 것 같았는데 그대가 가니 텅 빈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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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뒤 근황은 어떠한가. 어떤 책을 보며 어떤 법서를 임모하며 누구를 만나며 어떤 차를 마시며 어떤 향을 피우며 어떤 그림을 평론하며 또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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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이 으스스하고 산천은 아득히 멀고 하나의 파란 등불은 사람을 비추어 잠 못 들게 하는데 이 때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꿈을 꾸고 깨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역시 청계산, 관악산 속에서 자리를 마주하고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워서 닭 울음을 세던 그때에 �미치기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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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몸은 그대 있을 때와 같아서 모든 것이 한 치의 자람도 없으며, 초목의 낡은 나이는 갈수록 더욱 뻔뻔해지니, 남이 온갖 추태를 보면 당연히 침을 뱉을 것이다. 아무리 그대 같은 깊은 애정이 아니라면 더불어 같이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를 돌아보고 스스로 웃는다네. 열흘 안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은 부디 단단히 기억해 두게. 모두 뒤로 미루고, 이만.</font>
  
그대가 오니 꽉 찬 것 같았는데 그대가 가니 텅 빈 것 같네. 그 가고 옴이 과연 차고 비는 묘리와 서로 통함이 있단 말인가. 그대는 매양 역(易)을 읽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삼는데 그 행리(行履)와 동정은 저절로 대역(大易)의 소식(消息)하는 속에 들어 있으니 이러기에 백성은 날마다 쓰면서도 모르고 지내는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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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가 김석준에게 애정을 담아 쓴 편지이다.
떠난 뒤 근황은 과연 어떠한가. 어떤 책을 보며 어떤 법서(法書)를 임모(臨摹)하며 어떤 사람과 더불어 서로 만나며 어떤 차를 마시며 어떤 향을 피우며 어떤 그림을 평론하며 또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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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의/해석 : 문장 하나하나마다 김석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김정희는 평소에 "책은 빌려주는 사람도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라고 말할 정도로 책을 아꼈는데, 김석준에게는 자신의 귀중한 책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아끼는 벼루도 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김정희는 김석준의 시와 글씨 모두를 아주 극찬하였다. 완당전집 7권에 보면, 소당(김석준)의 글이 최고의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사리 글을 써주지 않았는데, 예외적으로 김석준의 부탁은 뭐든지 들어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김석준을 통해서 추사의 글을 구하기도 했다.  
비바람이 으시으시하고 산천은 아득히 멀고 한 모개 파란 등불은 사람을 비추어 잠 못 들게 하는데 이 사이에 있어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꿈을 꾸고 깨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역시 청계(靑溪)ㆍ관악(冠岳) 산 속에서 자리를 마주하고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워서 닭 울음을 세던 그때에 미쳐가기도 하는가.
 
이는 다 소식하는 속에서 기미를 구경하고 신비를 탐색하는 곳이어서 범속(凡俗)의 정과 인연으로는 다 심상히 지나고 속절없이 넘기며 팔각의 소반 위와 도륜(陶輪)의 경개 안에서 차갑게 문지르고 말갛게 바르는 데 그칠 따름이라네.
 
천한 몸은 그대 있을 때와 같아서 모든 것이 한 치의 자람도 없으며 초목의 낡은 나이 갈수록 더욱 뻔뻔스럽기만 해지니 온갖 추태는 남이 보면 당연히 침을 뱉을 것이며 아무리 그대 같은 기가(嗜痂)로도 아마 더불어 수식하기는 어려울 걸세. 그림자를 돌아보고 스스로 웃는다네.
 
열흘 사이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은 부디 단단히 기억해 두게. 모두 뒤로 미루고, 불비.
 
  
  

2022년 4월 19일 (화) 18:06 판

한문학데이터큐레이션(2022) 강의 페이지로 가기


추사 김정희의 서울 기행과 성북동 유람

-『완당전집』의 기록을 중심으로-




목차

Contents


연구목적 연구대상 연구방법 연구데이터 연구결과 참고자료



연구 목적


추사 김정희는 평소 답사를 좋아하였다. 이는 그가 북한산 비봉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발견한 것, 경주 암곡동의 무장사를 찾아가 풀섶에서 비편을 주운 것 등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천성이 산천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겼던 그는, 여행만큼이나 벗과의 교류를 좋아했다. 만날 수 있으면 만나러 갔고,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들면 보러 와달라고 애걸하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편지로라도 벗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다양한 공간에서의 다양한 벗들과의 교류 속에, 김정희의 학문과 시와 글씨와 인생은 무르익었다.


본 연구는 추사 김정희의 『완당전집』에서 언급되는 서울지역(북둔, 석경루, 관악산, 청계산, 수락산)을 대상으로 한다.

각 공간의 속성정보와, 그 공간에 거주하거나 방문했던 인물들을 분석해보고, 더 나아가 김정희를 중심으로 그와 교류했던 인물들간의 관계성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연구대상인 공간 또는 인물이 언급되는 『완당전집』내 다른 텍스트로도 연구를 확장해보고, 각 텍스트의 의의, 텍스트에 담긴 김정희의 생각과 가치관을 찾아내고 해석해보고자 한다.





연구 대상


1-1. 석경루에서 서옹의 운에 차하다[石瓊樓 次犀翁韻] 골짝 속엔 청사의 말고삐라면 / 谷裏靑絲騎

산중에는 죽피(竹皮)의 관이로구려 / 山中紫荀巾

꽃을 보니 모두 다 예전의 나무 / 看花皆昔樹

잔을 잡으니 역시 묵은 사람만 / 把酒亦陳人

변해가는 연기구름 아깝다지만 / 久惜煙雲變

새로운 광경도 늘 그리웠다네 / 每懷光景新

싫도록 유련해라 이 비 좋으니 / 流連今雨好

가맥엔 붉은 티끌 하도나 많아 / 街陌多紅塵


1-2. 석경루에서 여러 제군과 운을 나누다[石瓊樓與諸公分韻]

십 년이라 달갑게 계수(桂樹)의 무리되니 / 十載甘爲靑桂群

돌도 말을 아는 듯 새도 글을 능히 하네 / 石如解語鳥能文

정자엔 구우 모여 금우가 아니라면 / 亭還舊雨非今雨

처마엔 아침 구름 잔 구름과 교대하네 / 簷放朝雲遞宿雲

심상한 구학에도 나를 두어 마땅한데 / 邱壑尋常容置我

화정이라 반 분을 그대와 함께 하네 / 華亭一半許同君

설레는 짚신 버선 본래 일이 많은 거라 / 紛紛鞵襪元多事

지폐산 천태산도 여기에 다 있는 걸 / 地肺天胎此十分


1-3.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


이 집(방)에 들어오면 항상 비가 오는 것 같으니 / 入室常疑雨

번뇌없는 고요함은 잔잔하게 퍼지는 물소리 같다네 / 無煩[1]繪水聲

맑은 숲에서 맞는 아침이 상쾌하고 / 晴林朝合爽

구석진 골짜기에는 밤에도 빛이 나네 / 陰壑夜生明

정중하게 명맥을 이어온 명산이여 / 鄭重名山[2]

가볍게 나부끼는 그 풍경은 인간세상의 것이 아니라네 / 飄然[3]不世情

서늘한 솔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드니 / 松風涼到骨

시 한 수 지을 마음은 맑기만 하네 / 詩夢百般淸


완당전집에는 김정희가 황산 김유근, 동리 김경연과 어울린 흔적이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완당이 젊은 시절 어울렸던 벗들이다.

---> 의의/해석 : 유배당하고, 병들었던 김정희의 말년 작품과는 달리, 완당의 젊은시절 황산, 동리와 어울리며 쓴 시를 보면 비교적 밝고 행복한 모습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큰 고난 없이 시, 그림, 학문 연구 등에 열중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음을 추측할 수 있다. 특히 황산 동리와 더불어 석경루에서 자다[與黃山東籬 宿石瓊樓]에서 그러한 여유로움이 잘 드러난다.


2-1. 북둔에서 도화를 구경하다[北屯看桃花]

성 동쪽 매우 가까운 곳에 / 城東尺五地

온 숲 가득 일제히 [4]이 피었네 / 花發萬林齊

불승도 곧 깨우칠 것 같고, / 佛乘[5]如將悟

선원도 또렷하여 흐릿하지 않으니/ 仙源[6]了不迷

서로 교차한 시내에는 푸른 이끼가 모여있고, / 乳苔叉磵合

격산의 검은 눈썹은 나직하구나/ 眉黛[7]鬲山[8][9]

마을의 조촐한 띠집은 그림같으니 / 罨畵[10]村茅潔

장차 땅을 빌려 깃들 것이다 / 行當[11]借地棲

성안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는 북둔의 복숭아꽃이 만개하니 그 정경이 너무도 성스러워 보여 부처가 되는 길도 당장 깨달을 수 있을 것 같고, 또 선원처럼 뚜렷하여 그곳을 찾느라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겠다고 하고 있다. ---> 의의/해석 : 성북동의 복숭아꽃을 구경하며 지은 시로, 당시의 성북동 풍경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수풀에 일제히 꽃이 핀 모습과 파란 이끼, 격산의 검은 눈썹과 같이 다양한 색 표현을 사용해서 봄의 모습을 생동감있게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2-2. 북둔에서 꽃을 구경하고 성을 벗어나 구호하다[北屯賞花 出郭口號]

두서너 집 산곽에 아지랑이 갓 걷히니 / 數家山郭翠微開

눈부시게 타올라라 시내 낀 붉은 노을 / 炙眼蒸紅夾磵栽

낯에 부는 번풍이 술 기운을 올리는 듯 / 吹面番風如被酒

곱게 개인 하늘 기운 회대에 가까우이 / 嫩晴天氣近恢台


3-1. 수락산사(水落山寺)

세상 도는 바람 바퀴 뭇 미흑의 길잡인데 / 轉世風輪導衆迷

표말을 앞에 두고 동쪽 서쪽 긴가민가 / 却將表所眩東西

말 잊은 지 오래라 사방 산이 고요한데 / 久忘言說千山寂

누군가 기연을 보내어 새 한 마리가 운다 / 誰遣機緣一鳥啼

열관과 정계는 밝게 보면 평등하다 / 平等熱關仍淨界[12]

황벽이랑 조계를 거침없이 오간다네 / 朅來黃蘗與曹溪

토산 수화 이를세라 꽃을 들고 해리하듯 / 土山水火如拈解

이 일에는 수가 낮아 그대에게 양보하네 / 且讓輸君此着低


3-2. 승가사에서 동리와 함께 해붕화상을 만나다[僧伽寺 與東籬會海鵬和尙]

그늘진 골짜기에는 비가 내리기 일쑨데 / 陰洞尋常雨

아스라히 보이는 저 봉우리 한송이 푸르구나/ 危峯一朶靑

솔바람은 불어서 탑 쓸어주고 / 松風吹掃[13]

북두칠성 물 길어 병에 담아 돌아가네 / 星斗汲歸甁

돌은 본래 모습을 입증하는데 / 石證本來面

새는 글자 없는 경전을 더럽히는구나 / 鳥參無字經[14]

이끼 낀 비석은 속절없이 긁히고 깎여서 떨어져가니 / 苔趺[15]空剝落

규전을 누가 다시 새길 건지. / 虯篆[16]復誰銘


1816년 7월, 김정희의 나이 31에 친구 김경연과 함께 북한산 비봉에 올라 진흥왕 순수비를 찾은 날을 그린 시이다. 내려오는 길에 승가사에 들러 당시에 고승인 해봉화상을 만난다. 해붕과 인연을 맺은 두 편의 글 중 하나이다.


3-3. 해붕 대사의 영에 제하다[題海鵬大師影]

海鵬之空兮。非五蘊皆空。之空卽諸法空相。空卽是色之空。人或謂之空宗非也。不在於宗。又或謂眞空似然矣。吾又恐眞之累其空。又非鵬之空也。鵬之空卽鵬之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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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記鵬眼細而點。瞳碧射人。雖火滅灰寒。瞳碧尙存。見此三十年後落筆。呵呵大笑。歷歷如三角道峰之間。

해붕이 말하는 공(空)은 오온개공(五蘊皆空)의 공이 아니라 공즉시색(空則是色)의 공이다. 혹자는 그를 공(空)의 종(宗)이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혹자는 또 진공(眞空)이라고 하니, 그럴듯하다. 그러나 진(眞)이 공(空)을 얽맨다면 그 또한 해붕의 공이 아니다. 해붕의 공은 곧 해붕의 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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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눈이 가늘고 검어서 푸른 눈동자가 사람을 꿰뚫는 듯한 해붕의 모습이다. 그는 비록 재가 되었지만 푸른 눈동자는 아직도 살아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보고서 껄껄 웃는 모습이 삼각산과 도봉산 사이에서 뵐 때처럼 역력하다.

---> 의의/해석 :


4-1. 청계산 나무꾼이 영아(靈稏)를 얻었다기에 희작하다[淸溪山樵人得靈稏戲作]

사천 년 지난 뒤에 늙은 초부 도끼날이 / 四千年後老樵斤

장작패다 자연으로 옛 글을 분별했네 / 析木天然辨古文

신령한 풀 인형을 이따금 캐들고서 / 靈卉人形時斸得

머리에 오엽 얹고 고운을 내리보네 / 擔頭五葉傲孤雲


4-2. 김군 석준에게 써서 보이다[書示金君奭準] ... 팔목을 종이면에 붙이고 쓰면 붓 끝에 지력(指力)만 있고 비력(臂力)은 없게 되니 제필(提筆)로도 역시 해서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미원장(米元章)이 하얀 종이에 쓴 그가 올린 보의잠표(黼扆箴表)는 필획이 단근(端謹)하여 글자는 파리 머리와 같으나 위치와 규모가 한결같아서 대자(大字)와 같으니 이제부터는 매양 글자를 쓸 때에는 한 글자라도 제필하고 쓰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면 오래 함에 따라 저절로 익숙하게 되는 것이다. 소당(小棠)이 동문(東門)의 역(役)에 있어 크게 힘을 써서 나의 글씨 대자(大字)ㆍ소자(小字)를 막론하고 모두 거두어들여 상자에 가득 찼는데도 오히려 부족을 느껴 또 아이종의 어깨를 벌겋게 부어오르게 하였다. 그 후 한달이 지나서 또 산극(山屐)을 챙겨가지고 청계산중(淸溪山中)으로 나를 따라와 다시 선탑(禪榻)을 빌렸는데 종이창 등잔불에 불황(佛幌)이 매우 뜻에 맞아서 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비록 동문(東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역시 바깥 인연이 서로 침요(侵擾)하는 일이 없어 정명(淨名)의 설경(說經)을 두루 보았다. ...


4-3. 김군 석준 에게 주다[與金君 奭準]

君之來如盈。君之去如虛。

...

去後消息。果復何如。看何等書。臨摹[17]何等法墨。與何等人相見。何等啜茗。何等燒香。何等評畫。又何等飮食。風雨凄然。山川緜邈。靑燈一穗。照人不寐於此間寤言何等。夢醒何等。何等思想。亦有及於靑冠山中。對榻聯枕臥。數鷄鳴時耶。

...

賤狀如君在時。毫無一寸長。草木殘年。去益顢干。種種醜態。人當吐之。雖如君嗜痂[18]恐難與之修飾之也。顧影亦笑。旬間再期。且須牢記。都留不儩。


그대가 오니 꽉 찬 것 같았는데 그대가 가니 텅 빈 것 같네.

...

떠난 뒤 근황은 어떠한가. 어떤 책을 보며 어떤 법서를 임모하며 누구를 만나며 어떤 차를 마시며 어떤 향을 피우며 어떤 그림을 평론하며 또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하는가. 비바람이 으스스하고 산천은 아득히 멀고 하나의 파란 등불은 사람을 비추어 잠 못 들게 하는데 이 때 어떤 말을 주고받으며 어떤 꿈을 꾸고 깨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역시 청계산, 관악산 속에서 자리를 마주하고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워서 닭 울음을 세던 그때에 �미치기도 하는가.

...

천한 몸은 그대 있을 때와 같아서 모든 것이 한 치의 자람도 없으며, 초목의 낡은 나이는 갈수록 더욱 뻔뻔해지니, 남이 온갖 추태를 보면 당연히 침을 뱉을 것이다. 아무리 그대 같은 깊은 애정이 아니라면 더불어 같이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그림자를 돌아보고 스스로 웃는다네. 열흘 안에 다시 만나자는 기약은 부디 단단히 기억해 두게. 모두 뒤로 미루고, 이만.

김정희가 김석준에게 애정을 담아 쓴 편지이다. ---> 의의/해석 : 문장 하나하나마다 김석준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다. 김정희는 평소에 "책은 빌려주는 사람도 돌려주는 사람도 바보"라고 말할 정도로 책을 아꼈는데, 김석준에게는 자신의 귀중한 책을 빌려주기도 했으며 아끼는 벼루도 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김정희는 김석준의 시와 글씨 모두를 아주 극찬하였다. 완당전집 7권에 보면, 소당(김석준)의 글이 최고의 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정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쉽사리 글을 써주지 않았는데, 예외적으로 김석준의 부탁은 뭐든지 들어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김석준을 통해서 추사의 글을 구하기도 했다.


5-1. 단전 관악산시에 제하다[題丹鄽冠嶽山詩]

冠嶽詩之第四句。一碧幾千年。極爲雄奇。人所易解。且或可能。至於第二句之巖松相鉤連。外看若順筆過去。一尋常接來者。此非胸中有五千卷。筆底具金剛杵。不可能。天然湊泊。雖作者亦不自知。何况凡識俗諦[19]。可能而可解也。古人妙處。專在此一境。所以古作者之異於今人也。

今汝非有眼圓境熟。能彀得此一境也。古人尙有以五千卷金剛杵。致之以人工。此則自然流出。暗合於古人。


관악산 시의 제4구인 “몇 천 년을 한결같이 푸르렀도다(一碧幾千年)”는 극히 우수하고 기이하여 사람들이 이해하기도 쉽고 또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2구의 “바위와 솔이 서로 엇물렸구려(巖松相鉤連)”에 이르러서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글로 자연스럽게 묘사된 것 같지만 이는 가슴속에 오천 권이 들어 있고 붓 밑에 금강저(金剛杵)[20]를 갖추고 있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하다. 천연스럽게 맞추어져서 비록 작자조차도 스스로 알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평범한 지식과 속된 사람은 지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옛사람의 묘한 곳은 오로지 이러한 경지에 있으니 이 때문에 옛날의 작자는 지금 사람과 다른 것이다.

지금 네가 안목이 원만하고 익숙한 경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데도 이 한 경지를 터득했단 말이냐. 옛사람은 오히려 오천 권과 금강저를 가지고도 인공적으로 이루는데(자기 스스로 터득하지 못함) 너는 자연히 흘러나와서 암암리에 옛사람과 합치되었구나.


김정희의 제자인 단전이 관악산 시를 지어 보낸 것에 대해 그의 시권에 붙이는 글을 써준 것. 단전의 시구가 빼어난 것에 대해 매우 기뻐하며 이를 칭찬했다.

---> 의의 : 이처럼 김정희는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시구에 대해서 피드백도 해 주며 스승으로서의 보람을 느끼는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김정희는 공부하는 즐거움과 함께 가르치는 즐거움도 누렸다는 것이다. 또한 완당전집 5권에는 '가끔은 북쪽 벽에 기대고 앉아 스승의 예를 받기도 하니 이 얼마나 다행이오'라고 말했으니, 앞의 내용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그는 스승으로서의 삶 역시 즐거워했음을 알 수 있다.


5-2. 관악 절정에 올라 읊어 최아서에게 주다[登冠岳絶頂 唫與崔鵝書]

먼 묏부리 한 가닥에 실버들 천 오라기 / 遙岑一抹柳千絲

갈매기 해오라빈 물안개와 성긴 비에 / 正是鷗煙鷺雨時

용산이라 입구로 배돛을 올리련다 / 帆身欲上龍山口

서녘 바람 고이 불고 썰물은 느릿느릿 / 無恙西風汐水遲


박현규.(2000). ≪동리우담≫의 편저자 문제. 대동한문학, 12(): 123-170




연구 방법


데이터 모델링


완당전집을 중심으로 석경루, 북둔, 수락산, 청계산, 관악산, 5개 장소를 분석할 것이다. 각 장소의 속성정보와 그 장소가 언급된 텍스트들을 연결하고, 그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확장하여 그 인물들의 속성정보, 그 인물들이 등장하는 완당전집 내 또 다른 텍스트를 분석할 것이다.



데이터 샘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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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데이터


(내용 서술)


연구 결과


(내용 서술)


참고 자료


(내용 서술)


주석


  1. 번뇌없는 고요함.
  2. 석경루가 있던 세검정을 두르고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
  3. 가볍게 나부낌.
  4. 桃花
  5.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 부처의 교법, 부처가 되는 길
  6. 도교에서 신이 사는 곳(선산), 도원명이 묘사한 복숭아꽃 정원의 이상적인 모습
  7. 눈썹을 그리는 먹, 먹으로 그린 눈썹
  8. 서로 격절된 산
  9. 나직하다, 낮게 드리우다
  10. 화려한 채색 그림, 산수의 뛰어난 경치
  11. 마땅히, 장차
  12. 정(淨)하고 깨끗한 곳. 곧, 신불(神佛)을 모시는 곳.
  13. 돌이나 쇠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을 그대로 박아내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천으로 榻布(탑포)라고도 함
  14. 언어문자로 표현된 경전 밖의 경전
  15. 이끼 낀 비석, 여기서는 진흥왕순수비를 말함
  16. 구불구불한 글자 모양, 전서체의 글씨
  17. 서화 모사의 한 방법
  18. 기호가 변태적이다, 취향이 괴벽스럽다. 이 글에서는 애정이 깊다고 해석해보았다.
  19. 속된 사람
  20. 승려들이 불도를 닦을 때에 쓰는 도구인 방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