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데이터 내러티브: 번역, '아저씨,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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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재 (토론 | 기여) 사용자의 2022년 3월 26일 (토) 09:04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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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뉘앙스 데이터베이스 제작 - 통·번역을 위한 한국학 아카이빙

최원재 (동국대학교 문화학술원)

1. 서론 2. 한국학 속의 아카이빙 3. 한국어 뉘앙스 데이터베이스 제작의 필요성 4. 한국어 뉘앙스 데이터베이스 제작 4. 결론


1. 서론

아카이빙(archiving)은 기록의 모음이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분류해서 정리한 기록일 수도 있고, 시대별, 인물 별로 이용자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장치한 기록저장행위다. 최근 들어 디지털 아카이브를 제작하려는 갤러리, 박물관, 도서관, 종교 기관, 정부 기관 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역사 아카이브, https://museum.seoul.go.kr/archive/NR_index.do

이러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인기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기록물의 훼손 없이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디지털 연결사회에서 이용의 편의성이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산재한 자료를 한데 모으고 표준화한다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료 관리자에게는 자료의 보관과 관리에 있어서 효율성을 주고, 이용자에게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쉽게 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관련 자료의 대중성 확보와 이를 통한 자료 연구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디지털 아카이빙에 특히 주목하고 있는 기독교계를 보면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계의 문제 제기는 초기 선교사 자료의 역사적인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며 접근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이나 방안에 대한 체계적인 시도는 현재까지 매우 미비하다는 현실에서 시작했다. 보고서, 서적, 정기간행물, 일기, 편지, 사진 등의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는 초기 선교사 자료는 현재 이들을 파송한 선교회, 신학대학, 정부 기관, 도서관, 박물관, 연구소, 선교사 가족 등에 산재 되어 있다. 장윤금, 「우리나라 초기 외국인 선교사 자료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필요성 연구(1800-1910)」, 『정보관리학회지』, 30(4), 265-281, 2013.

이러한 문제를 확인한 기독교계는 다양한 루트에서 확보한 기록을 아카이빙하고 있다. 한미경, 『내한 선교사 편지(1884-1942)와 디지털 아카이브』, 보고사, 2020; 평양대부흥, http://www.1907revival.com/news/articleView.html?idxno=10212; 운산 김관석 아카이브, http://jpic.org/archive; 리포르만다, http://www.reformanda.co.kr; 한국기독공보, https://www.archives.or.kr

한 예로 미국 연합감리교회의 사진 아카이브를 보면 100년 전 선교사들이 찍어둔 우리나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이 아카이브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생활’ 6개 주제로 사진을 분류해 소개한다. 초기 한국 야구 경기 모습, 전차를 탄 승객과 검표원, 한옥을 짓거나 수리하는 광경 등 일상 사진들이 100여 년 전 서울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므로 당시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00여 년 전 선교사들이 찍은 서울 풍경…학술총서 발간, 연합뉴스, 2022.01.20.

이처럼 한국 기독교 선교 사료들은 종교적인 기록물로서 의미를 넘어 한국 역사의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적 측면에서 재조명될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여기서 아카이브가 갖는 가치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사전도 단어의 뜻풀이를 위한 책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식 데이터베이스다. 단순히 한글어 순서, 알파벳 순서로 정렬한 것이 아니라면 모든 전문 사전은 아카이브다. 그리고 통역과 번역의 기초가 이러한 사전에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사전류를 참고하느냐에 따라서 통역과 번역의 퀄리티는 큰 차이를 보인다. 참고하는 사람의 인지 능력, 문화적 리터러시, 재해석 능력과 경험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결론적으로 통역과 번역은 사전에서 시작한다. 아래 사전에 대한 소개 글을 한번 보면 사전이 왜 지식 아카이브로 인식되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이진영의 통역번역 기초사전』은 오랫동안 전문 통역사와 번역자로 활동해온 이진영 전 이화여대 교수가 그간 축적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시사 개념들과 용어들을 정리한 한영 시사 용어 사전이다. 사회 ㆍ 문화 ㆍ 종교 ㆍ 행정 ㆍ 사법 ㆍ 국제 정치 ㆍ 안보 ㆍ 경제 ㆍ 경영 ㆍ 금융 ㆍ 통상 등 총 24개의 주제로 나누어 핵심 어휘를 선정 ㆍ 수록했다. 분야별로 관련 용어들을 표제어와 부제어로 정리하여 능률적으로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며, 영작뿐 아니라 회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 예문을 많이 넣었다. 시사용어와 더불어 각 분야의 기초 개념까지 따로 설명하여, 더욱 충실한 기초 시사 사전의 기능까지 겸하도록 했다. Yes24 『이진영의 통역번역 기초사전』,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431737


2. 한국학 속의 아카이빙: 방법론과 콘텐츠

한국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빙의 역사는 백과전서식 유서(類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서란 많은 서적으로부터 사항을 뽑아 모아 유별로 분류, 배열하여 참고하는 데 편리하게 만든 서적이다. 『고사촬요』 이외에 『대동운부군옥(大東韻府群玉)』·『지봉유설(芝峰類說)』·『성호사설(星湖僿說)』·『성호사설유선(星湖僿說類選)』·『고사신서(攷事新書)』·『물명고(物名考)』·『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藁)』·『임하필기(林下筆記)』, 『松南雜識(송남잡지)』가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유서다. 특히 조선 후기의 학자 송남 조재삼이 저술한 『송남잡지』는 사전적 아카이브의 요소가 짙게 나타난다. 단어의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밝히기 위해서 저자 조재삼은 천문·인사 및 동·식물 등의 다양한 부문을 나누어 그와 관련된 세부 사항을 모아 정리했다. 각종 전적에서 사물을 총망라해 33부문으로 유집(類集)하고, 각 유(類) 아래에 작은 항목을 설정해 상세히 설명하였다. 한민족대백과사전


『송남잡지』는 물명이나 어휘의 典故를 밝히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 어휘 사전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유서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인 조재삼의 언어·문자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는 「方言類」의 내용을 통해 『송남잡지』의 어휘 사전적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당대 조선에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어휘들, 특히 우리말의 어원을 밝히고 있다. 둘째, 譜學과 관련된 成語나 한국적 故事를 기록하여 우리 고유의 전고를 생성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어원들은 중국의 문헌에서는 전거를 밝힐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들로서 우리의 고유한 언어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방편이 된다. 셋째, 漢譯俗談을 수록하고 그 유래와 뜻을 풀이하고 있다. 풍부한 고사와 용례를 밝혀 속담 사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송남잡지』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백과전서류 서적의 대표적인 저작으로 우리 고유의 어휘와 물명에 대한 해설을 낱낱이 밝혀 오늘날의 전문용어 해설집과 같은 전고사전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유서라고 할 수 있다. 양영옥, 「『송남잡지(松南雜識)』의 어휘사전적 특징에 관한 연구」, 『한문학보』, 37(0), 275-300, 2017.

『송남잡지』는 지식 서적을 방불케 하는 많은 내용을 아카이빙하면서 사전의 역할도 했다. 저자가 한국어 단어의 기원을 밝히겠다는 의도를 갖고 저술했기 때문에 독자는 각각의 단어가 지니는 뉘앙스를 인지할 수 있었다. 『송남잡지』는 담고 있는 지식의 양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에 비례하여 오류도 많다. 그중 상당수는 서양인과 그들의 무기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신뢰할 만한 문헌을 보지 못하고 주로 전문(傳聞)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강민구, 「조선 3대 유서의 편찬 의식에 대한 연구」, 『다산과 현대』, 3, 279-114, 2010.
『송남잡지』는 아카이빙을 할 때 전문이나 문서적 지식에만 의존하지 않는 방법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자료를 아카이빙할 때 『송남잡지』의 저술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금의 기술을 추가하는 것도 좋겠다. 초연결주의 시대답게 VR이나 AR로 아카이브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내 한국학 개설 대학 나무위키 한국학, https://namu.wiki/w/한국학 과 해외 소재 한국학 개설 대학 한국국제교류재단 내 해외 대학 한국학 현황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http://www.kf.or.kr 을 연동하는 거대 데이터망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통·번역에 사용할 수 있도록 아카이빙한다면 통·번역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영 번역과 관련되어 한국학이 제시할 수 있는 방법론과 콘텐츠의 예를 또 하나 살펴보자. 1890년 출판된 언더우드(H. G. Underwood)의 은 한국어와 영어를 대응시킨 최초의 사전이다.

정확한 대응어가 존재하지 않는 단어의 경우, 소통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언더우드는 여러 가지 전략을 동원해야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어의 ‘cheese’를 메주에 빗대어 풀이한 사례다. 정확한 대응어가 없는 경우 뉘앙스를 최대한 살려 전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원천 데이터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치즈를 본 적이 없는 한국인들에게 그 뜻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언더우드는 ‘소졋메쥬’라는 표현을 고안해보였다. ‘소졋’은 치즈의 주재료인 우유를 나타낸 것이고 ‘메쥬’는 치즈의 모양을 한국의 메주에 빗댄 것이다. 『송남잡지』와 라는 한국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전을 제작할 때 저자는 독자가 뉘앙스를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원천 데이터를 많이 제공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또 언더우드는 메주를 ‘소스를 만들기 위한 콩 치즈(Bean cheese for sauce making)’라고 풀이하였고, 두부를 ‘콩 치즈의 일종(A kind of bean cheese)’이라고 풀이하였다. 최초의 국어사전에 담긴 한국어, https://news.korean.go.kr/index.jsp?control=page&part=view&idx=13045

인터넷으로 서로 다른 두 문화 간의 접촉이 전보다 훨씬 활발해진 오늘날 단어와 단어 간의 일대일 대응 번역보다는 번역자가 생각할 수 있는 번역의 원천 데이터 공급이 요구된다. 다른 문화에서 정확히 찾아볼 수 없는 단어를 통·번역 하기 위해서는 문화 간 유사 개념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당 단어와 연결되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언더우드는 ‘꽹과리’를 ‘cymbal’로, ‘엿’을 ‘candy’로, ‘갓’을 ‘hat’으로, ‘툇마루’를 ‘veranda’로 번역했다. 타문화를 깊이 경험해야 할 수 있는 나올 수 있는 결과다. 

현대기에 우리나라 시인 백석이 사용한 시어를 엮어 놓은 『백석 시의 물명고』, 『백석 시어의 힘』, 『백석 시를 읽는 시간』를 보면 이러한 한국어 단어의 뉘앙스는 더욱 다양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시라는 장르의 특성상 유려함과 중의성이 동시에 갖춰진 개인적인 어휘를 모아둔 내용이지만 이를 통해 한국의 정서를 읽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백석 시의 물명고』에는 방언도 많고 자칫 방언으로 오해할 수도 있음 직한 어휘들도 많이 보인다. 한국적 뉘앙스를 파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즌닭’,‘장고기’, ‘달송편’, ‘섭가락’ 등의 단어를 보면 단순히 외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한국의 뉘앙스가 짙게 배어있다.



한국어 번역과 디지털 데이터 내러티브

1. 이는 곧 한국학 연구자료 아카이빙을 의미한다. 이번 발표는 한국어 ‘아저씨’의 번역을 위한 한국학 아카이빙을 디지털 데이터 내러티브로 구현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한국어를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모아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시맨틱 큐레이션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가씨’로도 연결된다. 추후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 내러티브의 결과를 모두 모아 번역 뉘앙스 전자사전을 선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선 후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재삼이 저술한 송남잡지다. 백과전서식 유서다. 어떤 단어의 기원이 어디에 연유하는지 밝혀놓고 있다.

2. 뉘앙스 – 단어 – 문학, 영화, 드라마, 노래, 인터넷 - 사회

3. ‘아저씨’라는 단어를 보자. CNN의 한국 음식 보도에는 발음 그대로 아저씨를 썼다. 영어로 바꾸는 데 포기한 모양이다. 영어 중심으로 이해하고 번역하려는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저씨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이해하라! 즉, 한국을 이해하라’하는 식으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 원빈 주연의 <아저씨>에서는 아저씨를 man으로 영역(英譯)하였다.

4. ‘아저씨’라는 단어가 속한 그룹을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을 할 수 있다. (1)성, (2)위상, (3)커뮤니케이션이다. 이 그룹에 대한 뉘앙스 데이터를 한데 모아서 참고해야 번역의 깊이를 확보할 수 있다.

5. 한국어의 뉘앙스를 형성하는 요소를 이미지로 보여주어야 한다.

6. 뉘앙스 사전은 AR/VR이어야 한다.

7. 번역=사고체계와 사고체계 간의 교류다.

8. 번역은 어원과 어원 간의 교류다.

9. 번역은 뉘앙스와 뉘앙스 간의 교류다.

10. 번역의 효과는 지식 축적, 사고력 향상, 자기문화 탐구라는 이점을 불러온다.

11. 어원과 뉘앙스 사전은 조선 후기 송남잡지를 참고하라.

최원재 AR 발표: 아저씨, 아가씨

우리는 어떻게 '아저씨'를 이해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아가씨'를 이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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