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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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현장성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두 가지 측면의 사실을 한번에 전달한다. 이러한 방법은 현장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몰입도를 높여 감정이입을 충분히 끌어내리려고 하는 내러티브 장치라고 볼 수 있다. | 지리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현장성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두 가지 측면의 사실을 한번에 전달한다. 이러한 방법은 현장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몰입도를 높여 감정이입을 충분히 끌어내리려고 하는 내러티브 장치라고 볼 수 있다. | ||
− | 通精暴血濺池隍 김통정의 거친 피 쏟아져 웅덩이 이루고 | + | 通精暴血濺池隍 김통정의 거친 피 쏟아져 웅덩이 이루고<br> |
− | 哈赤頑魂飛劒鋩 합적의 완악한 혼 서슬퍼런 칼에 날아갔네 | + | 哈赤頑魂飛劒鋩 합적의 완악한 혼 서슬퍼런 칼에 날아갔네<br> |
− | 綱盡鱣鯨付鼎鑊 큰고기 모두 잡아 가마솥에 삶았더니 | + | 綱盡鱣鯨付鼎鑊 큰고기 모두 잡아 가마솥에 삶았더니<br> |
− | 年來無服海波揚 그 후 다시 거친 파도 일지 않았네 | + | 年來無服海波揚 그 후 다시 거친 파도 일지 않았네<br> |
지리적 설명으로부터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추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낯선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역시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 지리적 설명으로부터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추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낯선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역시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 ||
− | 到頭安堵復蘇息 드디어 편안히 살게 되어 다시 숨을 쉬고 | + | 到頭安堵復蘇息 드디어 편안히 살게 되어 다시 숨을 쉬고<br> |
− | 弋獵謀生任所得 사냥하며 살며 맡은 바 소임 따라 일했네 | + | 弋獵謀生任所得 사냥하며 살며 맡은 바 소임 따라 일했네<br> |
− | 解棹扁舟向北風 작은 배에 돛달고 북풍을 향해 떠나니 | + | 解棹扁舟向北風 작은 배에 돛달고 북풍을 향해 떠나니<br> |
− | 却將土物供臣職 앞으로 토산물 바쳐 신하된 직분 받들었네 | + | 却將土物供臣職 앞으로 토산물 바쳐 신하된 직분 받들었네<br> |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은 신하의 직분(臣職)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도학적 상하관계가 지켜져야 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최부의 정명의식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은 신하의 직분(臣職)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도학적 상하관계가 지켜져야 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최부의 정명의식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 ||
− | 我今萬里擎丹詔 나는 만리길 임금의 명을 받들어 | + | 我今萬里擎丹詔 나는 만리길 임금의 명을 받들어<br> |
− | 跋涉遠來並海徼 멀리서 바닷가로 건너 왔다네 | + | 跋涉遠來並海徼 멀리서 바닷가로 건너 왔다네<br> |
− | 又有同舟許使君 마침 같은 배에 허목사와 같이 탔으니 | + | 又有同舟許使君 마침 같은 배에 허목사와 같이 탔으니<br> |
− | 一番傾盖膽相照 한번 이야기 나눴더니 마음이 통했다네 | + | 一番傾盖膽相照 한번 이야기 나눴더니 마음이 통했다네<br> |
− | 舘頭岩畔卸征鞍 관두포 바위밑에 말안장 짐 풀어놓고 | + | 舘頭岩畔卸征鞍 관두포 바위밑에 말안장 짐 풀어놓고<br> |
− | 海色天光入望寒 바닷빛 하늘빛 바라보니 겨울하늘이네 | + | 海色天光入望寒 바닷빛 하늘빛 바라보니 겨울하늘이네<br> |
− | 貫月槎浮縱所適 어두운 밤에 배 띄워놓고 떠났으니 | + | 貫月槎浮縱所適 어두운 밤에 배 띄워놓고 떠났으니<br> |
− | 南溟無際學鵬搏 남쪽 바다 끝까지 붕새의 날개짓을 배우노라 | + | 南溟無際學鵬搏 남쪽 바다 끝까지 붕새의 날개짓을 배우노라<br> |
− | 孤帆却被天風好 외롭게 뜬 배 맑은 날씨에 좋은 바람 만나 | + | 孤帆却被天風好 외롭게 뜬 배 맑은 날씨에 좋은 바람 만나<br> |
− | 驀地飛經火脫島 땅 위를 날듯이 화탈도를 지나쳤네 | + | 驀地飛經火脫島 땅 위를 날듯이 화탈도를 지나쳤네<br> |
− | 暫試靑蛇掣海雲 잠시 구렁이를 시험하듯 바닷구름을 이끌고 | + | 暫試靑蛇掣海雲 잠시 구렁이를 시험하듯 바닷구름을 이끌고<br> |
− | 蜃樓蛟室紛顚倒 드넓은 바다에 신기루와 교인이 뒤엉켜 있네 | + | 蜃樓蛟室紛顚倒 드넓은 바다에 신기루와 교인이 뒤엉켜 있네<br> |
− | 底處一聲送櫓歌 배밑에서 한 목소리로 노젓는 노래소리 | + | 底處一聲送櫓歌 배밑에서 한 목소리로 노젓는 노래소리<br> |
− | 迓船來趂疾於梭 마중 나온 배 북처럼 빨리 다가오네 | + | 迓船來趂疾於梭 마중 나온 배 북처럼 빨리 다가오네<br> |
− | 蓬窓揭了問前程 봉창을 걷고 얼마나 남았는가 물어보니 | + | 蓬窓揭了問前程 봉창을 걷고 얼마나 남았는가 물어보니<br> |
− | 舘在朝天影蘸波 파도에 잠겨 비치는 곳이 조천관이라 하네 | + | 舘在朝天影蘸波 파도에 잠겨 비치는 곳이 조천관이라 하네<br> |
− | 海吐瑞山供逸趣 상서로운 산을 바다가 토해낸 듯 색다른 흥취 일고 | + | 海吐瑞山供逸趣 상서로운 산을 바다가 토해낸 듯 색다른 흥취 일고<br> |
− | 龍蟠牛島呈祥霧 용이 웅크린 듯한 우도에는 상서로운 안개 드리웠네 | + | 龍蟠牛島呈祥霧 용이 웅크린 듯한 우도에는 상서로운 안개 드리웠네<br> |
− | 山川喜我泛槎來 산천이 배띄워 온 나를 반기듯 하니 | + | 山川喜我泛槎來 산천이 배띄워 온 나를 반기듯 하니<br> |
− | 我亦有情堪指顧 나 또한 정겹게 하늘 향해 손흔들어 보네 | + | 我亦有情堪指顧 나 또한 정겹게 하늘 향해 손흔들어 보네<br> |
− | 燕尾峰腰千萬形 연미봉 둘레에 두른 천만가지 형상은 | + | 燕尾峰腰千萬形 연미봉 둘레에 두른 천만가지 형상은<br> |
− | 爭流競秀不知名 골짜기의 빼어남 서로 다투니 이름 다 알지 못하겠네 | + | 爭流競秀不知名 골짜기의 빼어남 서로 다투니 이름 다 알지 못하겠네<br> |
− | 微茫樹色畵圖裏 나무숲은 아득하여 마치 그림 속에 있는 듯하고 | + | 微茫樹色畵圖裏 나무숲은 아득하여 마치 그림 속에 있는 듯하고<br> |
− | 日暉紅霞照眼明 눈에 환하게 비추는 것은 햇무리 붉은 안개라네 | + | 日暉紅霞照眼明 눈에 환하게 비추는 것은 햇무리 붉은 안개라네<br> |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들리는 소리, 지나는 지역마다의 지리적 특성, 경치, 계절성을 살려 자신의 여정에 대입하고 있다. 독자들은 제주에 가 있는 듯한 현장감,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감을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 |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들리는 소리, 지나는 지역마다의 지리적 특성, 경치, 계절성을 살려 자신의 여정에 대입하고 있다. 독자들은 제주에 가 있는 듯한 현장감,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감을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 | ||
− | 遠人頗識尊王命 이 고장 사람들도 자못 왕명 높은 줄 알아 | + | 遠人頗識尊王命 이 고장 사람들도 자못 왕명 높은 줄 알아<br> |
− | 扶我登途笳鼓競 나를 도와 길에 오르니 피리 북소리 요란하네 | + | 扶我登途笳鼓競 나를 도와 길에 오르니 피리 북소리 요란하네<br> |
− | 浦口巉嵓道士羊 포구에 높고 험한 바위는 양처럼 울퉁불퉁하고 | + | 浦口巉嵓道士羊 포구에 높고 험한 바위는 양처럼 울퉁불퉁하고<br> |
− | 路周磊落仙人鏡 길 둘레에 자리한 낭떠러지 신선의 경계로다 | + | 路周磊落仙人鏡 길 둘레에 자리한 낭떠러지 신선의 경계로다<br> |
최부가 왕명에 대한 권위를 세우는 부분이다. 그는 도학적 윤리와 사회적 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최부는 이렇게 풍경을 묘사하는 지리적인 설명 부분에서도 은연중 왕명에 대한 해석장치를 삽입하여 그가 단순히 지리적인 풍광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도학적으로 의도된 바를 전달하기 위한 내러티브를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최부가 왕명에 대한 권위를 세우는 부분이다. 그는 도학적 윤리와 사회적 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최부는 이렇게 풍경을 묘사하는 지리적인 설명 부분에서도 은연중 왕명에 대한 해석장치를 삽입하여 그가 단순히 지리적인 풍광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도학적으로 의도된 바를 전달하기 위한 내러티브를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
− | 靑鳥彩鸞如有期 파랑새 채란새 약속이나 했을까 | + | 靑鳥彩鸞如有期 파랑새 채란새 약속이나 했을까<br> |
− | 護予呵甕城中馳 나를 지키듯 서로 부르며 에워싸고 성안으로 날아드네 | + | 護予呵甕城中馳 나를 지키듯 서로 부르며 에워싸고 성안으로 날아드네<br> |
− | 奔迎拜跪稍知禮 예의를 배워 바삐 맞이하여 무릎꿇고 절하는데 | + | 奔迎拜跪稍知禮 예의를 배워 바삐 맞이하여 무릎꿇고 절하는데<br> |
− | 聒耳語音譯後知 떠들썩한 말소리를 통역을 해야 알아듣네 | + | 聒耳語音譯後知 떠들썩한 말소리를 통역을 해야 알아듣네<br> |
자연물인 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奔迎拜跪稍知禮(예의를 배워 무릎꿇고 절)’한다는 표현으로 최부 스스로가 예의를 존중하는 곳에 와있음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최부는 예의 바른 곳에 대한 도학교육자로서의 환영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고장에서도 탐라에서처럼 도학이념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자연물인 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奔迎拜跪稍知禮(예의를 배워 무릎꿇고 절)’한다는 표현으로 최부 스스로가 예의를 존중하는 곳에 와있음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최부는 예의 바른 곳에 대한 도학교육자로서의 환영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고장에서도 탐라에서처럼 도학이념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 ||
− | 便從父老問風土 노인께 찾아가 날씨와 풍속을 여쭈니 | + | 便從父老問風土 노인께 찾아가 날씨와 풍속을 여쭈니<br> |
− | 冬苦風威夏苦雨 겨울에는 바람이 매서워서 여름에는 비 때문에 괴롭다네 | + | 冬苦風威夏苦雨 겨울에는 바람이 매서워서 여름에는 비 때문에 괴롭다네<br> |
− | 草木昆虫傲雪霜 초목과 벌레들은 눈서리를 업신여기고 | + | 草木昆虫傲雪霜 초목과 벌레들은 눈서리를 업신여기고<br> |
− | 禽無鵂鵲獸無虎 부엉이며 까치며 호랑이는 없다고 하네 | + | 禽無鵂鵲獸無虎 부엉이며 까치며 호랑이는 없다고 하네<br> |
탐라의 풍속을 ‘노인과의 대화’라는 장치 속에서 계절에 맞춰 구체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의 현장감과 공감을 유도한다. 저자 최부가 아닌 별도의 등장인물이 탐라의 자연 대상들을 언급하도록 하여 독자들이 탐라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시에 역동성을 가미한다. | 탐라의 풍속을 ‘노인과의 대화’라는 장치 속에서 계절에 맞춰 구체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의 현장감과 공감을 유도한다. 저자 최부가 아닌 별도의 등장인물이 탐라의 자연 대상들을 언급하도록 하여 독자들이 탐라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시에 역동성을 가미한다. | ||
− | 人知種植飽齁齁 사람마다 귤나무를 심고 배부르면 코골며 자고 | + | 人知種植飽齁齁 사람마다 귤나무를 심고 배부르면 코골며 자고<br> |
− | 不羨江陵千戶侯 강릉의 천호후를 부러워 않는다네 | + | 不羨江陵千戶侯 강릉의 천호후를 부러워 않는다네<br> |
− | 渾把生涯登壽域 온전한 삶을 유지하고 오래도록 살아 | + | 渾把生涯登壽域 온전한 삶을 유지하고 오래도록 살아<br> |
− | 閭閻到處杖皆鳩 마을 곳곳에 모두 구장을 짚고 있네 | + | 閭閻到處杖皆鳩 마을 곳곳에 모두 구장을 짚고 있네<br> |
− | 嫌將歲月虛抛擲 세월 헛되이 보냄을 싫어하니 | + | 嫌將歲月虛抛擲 세월 헛되이 보냄을 싫어하니<br> |
− | 照里鞦韆傳自昔 조리놀이와 추천놀이 예부터 전해왔네 | + | 照里鞦韆傳自昔 조리놀이와 추천놀이 예부터 전해왔네<br> |
− | 僧刹了無香火時 스님과 절이 없어 향사를 때 없고 | + | 僧刹了無香火時 스님과 절이 없어 향사를 때 없고<br> |
− | 騈闐簫鼓燃燈夕 연등날 저녁에 북소리 퉁소소리 요란하네 | + | 騈闐簫鼓燃燈夕 연등날 저녁에 북소리 퉁소소리 요란하네<br> |
− | 革帶芒鞋葛織衣 닳아헤진 가죽신과 갈옷 | + | 革帶芒鞋葛織衣 닳아헤진 가죽신과 갈옷<br> |
− | 石田茅屋矮紫扉 돌담쌓아 초가집 짓고 울타리는 낮게 세웠네 | + | 石田茅屋矮紫扉 돌담쌓아 초가집 짓고 울타리는 낮게 세웠네<br> |
− | 負甁村婦汲泉去 시골 아낙은 허벅으로 물길고 | + | 負甁村婦汲泉去 시골 아낙은 허벅으로 물길고<br> |
− | 橫篴堤兒牧馬歸 말테우리는 피리비껴 불며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네 | + | 橫篴堤兒牧馬歸 말테우리는 피리비껴 불며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네<br> |
눈 앞의 광경을 정밀하게 관찰하여 나타냄으로써 독자들이 현장에서 대상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서술하였다. 현대의 풍속학자들은 최부의 이런 기록에서 제주의 역사를 발견했고 예술가들은 제주의 풍속을 그렸다. | 눈 앞의 광경을 정밀하게 관찰하여 나타냄으로써 독자들이 현장에서 대상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서술하였다. 현대의 풍속학자들은 최부의 이런 기록에서 제주의 역사를 발견했고 예술가들은 제주의 풍속을 그렸다. |
2020년 10월 7일 (수) 14:14 판
渤海之南天接水 발해 남쪽 하늘과 바다 서로 이어져
鰌潮鼉浪無涯埃 거센 물결 끝없이 물밀듯이 밀려오네
耽羅國在渺茫中 탐라국은 멀리 아득한 곳에 있어
一點彈丸九百里 한 발 총알 같은데 주위가 육백 리라네
시의 시작이 발해다. 지리적인 설명에 역사적인 소재를 끌어온 것을 보면 최부의 사고에는 이미 역사적인 내러티브 사고가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中有靑螺駕六鰲 섬 가운데 소라고둥같은 파란 봉우리 자라에 올라탄 듯하고
巨靈擘破勢周遭 큰 신령이 쪼개고 깬 형세인 듯 주위는 둥그렇네
撑天圓嶠無頭處 하늘 떠받친 둥근 산은 머리가 없고
翠壁一里千尺高 푸른 절벽 천척높이 한 리만치 높다네
이는 최부가 漢拏山을 묘사한 것이다. 최부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다. 섬 한가운데에 우뚝 솟은 모습이 마치 소라고둥처럼 보였다는 것은 한라산의 정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맑게 갠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니 마치 자라 거북 등에 올라탄 것처럼 경쾌하다. ‘圓嶠’는 전설 속의 仙山으로 산 정상에 머리가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위에서 아래로 조망하고 있다. 4구에서 가파르게 솟은 절 벽이 1리 곧 약 400미터가량만큼이나 높다 하니 그 장엄한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느끼고 있다.
誰從壁頂鑿靈沼 누가 절벽 꼭대기에 신령스런 못을 파놓았는가
啣蛤幾廻貢貢鳥 조개가 몇 번이나 입벌리 듯 새들만이 날아드네
拆峙山房果若然 우뚝한 봉우리 깎여 산방산 되었다는데 과연 그럴싸해
奇觀問却知多少 도리어 기이한 경관 물어 찾는 사람 많지 않네
崔溥는 한라산 정상을 계속 이어서 묘사한다. 산 정상에는 널따란 호수가 있는데 마치 조개가 입 벌린 듯하여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제주 남쪽에 있는 山房山은 한라산 정상만 따로 떼어다가 놓았다는 전설이 과연 그럴 만하다고 감탄하고 있다. 이곳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하고 탄식하는 것은 기이하고 멋진 경관을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蒼松綠竹紫檀香 짙푸른 솔과 푸른 대 그리고 자단향내
赤栗乳柑橘柚黃 붉은 밤, 유감, 귤, 유자는 노랗네
白雪丈餘紅綿樣 흰 눈이 한길 넘게 쌓여도 동백꽃 피어
四時留得靑春光 사시사철 푸른 봄빛으로 머무르네
제주의 자연을 구체적인 식물을 들어 묘사하고 있다. 이들이 펼쳐내는 느낌을 시각적, 후각적으로 묘사함으로써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世傳東角東巫峽 동녘 모퉁이 동무 골짜기에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
絃管遙聞第幾疊 겹겹이 쌓인 골짜기에서 악기소리 들려오네
百里香雲繚繞中 향기로운 구름으로 아득히 가려 있을 때
仙曹此處應登躡 신선의 무리가 올라온 때라 하네
俯瞰人間隔世蹤 내려다보면 사람과 자취가 끊어진 곳이라
海中別有瀛洲峯 바다 가운데 별천지 영주봉이라네
秦童漢使枉費力 진나라 동자와 한나라 사자는 헛된 곳에 힘을 써서
遺與三韓作附庸 버려두고 삼한의 부용국이 되었다네
지리적 광경을 묘사함에 있어서 역사적 사실을 인용하고 있다. 최부는 역사와 지리의 데이터를 적재적소에 배치시킴으로써 입체적인 내러티브를 구사했다고 볼 수 있다.
南畔是山北畔海 남쪽은 산을 마주하고, 북쪽은 바다를 등졌으니
毛興古穴中間在 그 사이 옛 모흥혈이 남아 있네
雲烟埋沒事茫然 구름과 안개에 묻힌 사적 까마득히 아득한데
欲問遺風今幾載 남은 풍속 몇해나 전해왔을꼬
憶昔神人開國初 옛날 신인이 나라 세운 것 생각하면
山從游獵水從魚 산에서 사냥하고 물에서 고기잡고
身如野鶴無歸着 몸은 들판의 학처럼 자유롭게 노닐면서
地濶天高未有廬 하늘땅 넓고 드높은데 움막조차 없이 지냈다네
石函當日來何處 돌상자는 그 때 어디에서 왔을까
知向郊原播稷黍 이후로 들판에다 곡식을 뿌릴 줄 알았으니
歲久朱陳成一村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주진처럼 마을을 이루어
子孫乃爾多如許 자손이 이어 내려와 이처럼 많아졌네
星芒初動雞林天 계림의 하늘에 이상한 별이 나타난 뒤에
已艤耽津一葉船 탐진 바닷가에 배 한 척이 닿았네
恰似老人朝北斗 노인성이 북두성에 엎드리는 것같아
從今始與通人烟 이때부터 사람들이 서로 왕래했다네
好爵旋封兄及第 좋은 벼슬로 형제에게 내려주니
榮還故國傳來裔 영광스레 고향에 돌아와 후손에게 전해졌네
梯航欸叩不辭頻 산넘고 물건너 잦은 조공도 사양치 않고
朝事新羅暮百濟 처음엔 신라를, 나중에는 백제를 섬겼네
이 역시 역사학과 지리학의 복합적 구성으로 개별적 데이터의 입체적 조합이 의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장치들로 崔溥는 지나온 제주의 역사를 살피면서 섬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있다 보니 훗날 백제와 신라의 지배를 받았던 사실을 통해 제주가 자주성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松岳龍興掃黑金 송악에 왕이 나타나 북쪽 흑금을 몰아내고
預先歸去獻其琛 미리 돌아갈 마음 있어 보배를 바쳤네
奈何變作逋迯藪 어인 일로 난을 일으켜 숲으로 도망하여
流入胡元染惡深 오랑캐 원나라가 들어와 못된 풍습 물들였나
과거의 역사적 사실들을 사용해서 현재를 바라보고 있다.
候風島口金方慶 추자도에서 순풍 기다리는 김방경
明月浦頭都統瑩 명월포 부둣가에 상륙했던 도통사 최영
前後旌旗盖海來 앞뒤로 많은 군사들 바다로 건너올제
渠心厭亂知相應 난리에 싫증나서 조마조마한 마음 서로 알겠도다
지리적 사실을 설명하면서 역사적 현장성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두 가지 측면의 사실을 한번에 전달한다. 이러한 방법은 현장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몰입도를 높여 감정이입을 충분히 끌어내리려고 하는 내러티브 장치라고 볼 수 있다.
通精暴血濺池隍 김통정의 거친 피 쏟아져 웅덩이 이루고
哈赤頑魂飛劒鋩 합적의 완악한 혼 서슬퍼런 칼에 날아갔네
綱盡鱣鯨付鼎鑊 큰고기 모두 잡아 가마솥에 삶았더니
年來無服海波揚 그 후 다시 거친 파도 일지 않았네
지리적 설명으로부터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추론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최부는 낯선 모습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역시 독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기여한다.
到頭安堵復蘇息 드디어 편안히 살게 되어 다시 숨을 쉬고
弋獵謀生任所得 사냥하며 살며 맡은 바 소임 따라 일했네
解棹扁舟向北風 작은 배에 돛달고 북풍을 향해 떠나니
却將土物供臣職 앞으로 토산물 바쳐 신하된 직분 받들었네
우여곡절이 많은 역사적인 사건들은 신하의 직분(臣職)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맡은 바 임무를 다 하고 도학적 상하관계가 지켜져야 함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최부의 정명의식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我今萬里擎丹詔 나는 만리길 임금의 명을 받들어
跋涉遠來並海徼 멀리서 바닷가로 건너 왔다네
又有同舟許使君 마침 같은 배에 허목사와 같이 탔으니
一番傾盖膽相照 한번 이야기 나눴더니 마음이 통했다네
舘頭岩畔卸征鞍 관두포 바위밑에 말안장 짐 풀어놓고
海色天光入望寒 바닷빛 하늘빛 바라보니 겨울하늘이네
貫月槎浮縱所適 어두운 밤에 배 띄워놓고 떠났으니
南溟無際學鵬搏 남쪽 바다 끝까지 붕새의 날개짓을 배우노라
孤帆却被天風好 외롭게 뜬 배 맑은 날씨에 좋은 바람 만나
驀地飛經火脫島 땅 위를 날듯이 화탈도를 지나쳤네
暫試靑蛇掣海雲 잠시 구렁이를 시험하듯 바닷구름을 이끌고
蜃樓蛟室紛顚倒 드넓은 바다에 신기루와 교인이 뒤엉켜 있네
底處一聲送櫓歌 배밑에서 한 목소리로 노젓는 노래소리
迓船來趂疾於梭 마중 나온 배 북처럼 빨리 다가오네
蓬窓揭了問前程 봉창을 걷고 얼마나 남았는가 물어보니
舘在朝天影蘸波 파도에 잠겨 비치는 곳이 조천관이라 하네
海吐瑞山供逸趣 상서로운 산을 바다가 토해낸 듯 색다른 흥취 일고
龍蟠牛島呈祥霧 용이 웅크린 듯한 우도에는 상서로운 안개 드리웠네
山川喜我泛槎來 산천이 배띄워 온 나를 반기듯 하니
我亦有情堪指顧 나 또한 정겹게 하늘 향해 손흔들어 보네
燕尾峰腰千萬形 연미봉 둘레에 두른 천만가지 형상은
爭流競秀不知名 골짜기의 빼어남 서로 다투니 이름 다 알지 못하겠네
微茫樹色畵圖裏 나무숲은 아득하여 마치 그림 속에 있는 듯하고
日暉紅霞照眼明 눈에 환하게 비추는 것은 햇무리 붉은 안개라네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들리는 소리, 지나는 지역마다의 지리적 특성, 경치, 계절성을 살려 자신의 여정에 대입하고 있다. 독자들은 제주에 가 있는 듯한 현장감,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감을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
遠人頗識尊王命 이 고장 사람들도 자못 왕명 높은 줄 알아
扶我登途笳鼓競 나를 도와 길에 오르니 피리 북소리 요란하네
浦口巉嵓道士羊 포구에 높고 험한 바위는 양처럼 울퉁불퉁하고
路周磊落仙人鏡 길 둘레에 자리한 낭떠러지 신선의 경계로다
최부가 왕명에 대한 권위를 세우는 부분이다. 그는 도학적 윤리와 사회적 질서를 바로 세우려고 노력했다. 최부는 이렇게 풍경을 묘사하는 지리적인 설명 부분에서도 은연중 왕명에 대한 해석장치를 삽입하여 그가 단순히 지리적인 풍광 설명에 그치지 않고 도학적으로 의도된 바를 전달하기 위한 내러티브를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靑鳥彩鸞如有期 파랑새 채란새 약속이나 했을까
護予呵甕城中馳 나를 지키듯 서로 부르며 에워싸고 성안으로 날아드네
奔迎拜跪稍知禮 예의를 배워 바삐 맞이하여 무릎꿇고 절하는데
聒耳語音譯後知 떠들썩한 말소리를 통역을 해야 알아듣네
자연물인 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현장감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奔迎拜跪稍知禮(예의를 배워 무릎꿇고 절)’한다는 표현으로 최부 스스로가 예의를 존중하는 곳에 와있음을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최부는 예의 바른 곳에 대한 도학교육자로서의 환영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다른 고장에서도 탐라에서처럼 도학이념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便從父老問風土 노인께 찾아가 날씨와 풍속을 여쭈니
冬苦風威夏苦雨 겨울에는 바람이 매서워서 여름에는 비 때문에 괴롭다네
草木昆虫傲雪霜 초목과 벌레들은 눈서리를 업신여기고
禽無鵂鵲獸無虎 부엉이며 까치며 호랑이는 없다고 하네
탐라의 풍속을 ‘노인과의 대화’라는 장치 속에서 계절에 맞춰 구체적으로 서술함으로써 독자의 현장감과 공감을 유도한다. 저자 최부가 아닌 별도의 등장인물이 탐라의 자연 대상들을 언급하도록 하여 독자들이 탐라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시에 역동성을 가미한다.
人知種植飽齁齁 사람마다 귤나무를 심고 배부르면 코골며 자고
不羨江陵千戶侯 강릉의 천호후를 부러워 않는다네
渾把生涯登壽域 온전한 삶을 유지하고 오래도록 살아
閭閻到處杖皆鳩 마을 곳곳에 모두 구장을 짚고 있네
嫌將歲月虛抛擲 세월 헛되이 보냄을 싫어하니
照里鞦韆傳自昔 조리놀이와 추천놀이 예부터 전해왔네
僧刹了無香火時 스님과 절이 없어 향사를 때 없고
騈闐簫鼓燃燈夕 연등날 저녁에 북소리 퉁소소리 요란하네
革帶芒鞋葛織衣 닳아헤진 가죽신과 갈옷
石田茅屋矮紫扉 돌담쌓아 초가집 짓고 울타리는 낮게 세웠네
負甁村婦汲泉去 시골 아낙은 허벅으로 물길고
橫篴堤兒牧馬歸 말테우리는 피리비껴 불며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네
눈 앞의 광경을 정밀하게 관찰하여 나타냄으로써 독자들이 현장에서 대상을 직접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갖도록 서술하였다. 현대의 풍속학자들은 최부의 이런 기록에서 제주의 역사를 발견했고 예술가들은 제주의 풍속을 그렸다.
民風淳儉看來取 백성들 풍속이 순박하고 검소함을 확인했고 不必彎絃徒尙武 활쏘기만을 익혀 무예만 숭상한 것은 아니라네 絃誦東西精舍中 동서쪽 서당에서 글읽는 소리 끊기지 않고 元來人傑擬鄒魯 원래 인걸들이 공자와 맹자의 마을 이루었네
탐라의 민풍(民風)이 도학정신에서 추구하는 ‘순박’, ‘검소’의 모습을 보이고, 백성들이 문무를 겸비한 성리학적 인재임을 보이면서, 추로(鄒魯) 즉, 맹자와 공자라는 키워드로 도학적 인격체가 개인만이 아닌 공동체적으로 군집함을 보여주고 있다.
路入杏壇謁素王 길가던 사람도 행단에 나아가 공자님 뵙고 靑衿揖我明倫堂 유생들은 허리를 굽혀 내게 절하고 명륜당으로 가네 誰知萬里滄溟外 누가 알겠는가 머나먼 바다 밖에 有此衣冠禮義鄕 여기 의관과 예의를 갖춘 고장이 있을 줄
행인들과 유생들의 성리학에 대한 이해, 예의 바른 모습을 현장감 있게 그리면서 ‘공자’, ‘명륜당’, ‘의관’이라는 소재를 통해 독자들이 성리학이 추구하는 구체적인 모습을 마음 속에 환기시킬 수 있도록 하여 예(禮)와 의(義)라는 키워드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更誇物産荊揚富 또 물산 자랑하면 형주와 양주만큼 부유하니 珍寶精華那可數 깨끗하고 진귀한 보물 헤아릴 수 없네 玳瑁蠙珠貝與螺 거북껍질, 진주, 조개, 소라 靑皮白蠟石鍾乳 귤껍질, 백랍, 석종유 등등
제주의 여러 특산물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소재를 통해 제주의 광경을 파노라마식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묘사함으로써 최부는 현장감을 살리는 내러티브를 구사한다.
乃知仙藥百千般 백천 가지 선약을 바로 알았으니 箇裡分明有煉丹 그 속에 분명 연단이 들어 있겠지 收拾鐺中九轉後 솥에 모아 넣고 아홉 번 굴린 후에 定應白日可飛翰 응당 대낮에도 높이 날 수 있다지
我來得覩神仙宅 신선이 사는 섬에 내가 왔으니 採了天台劉阮藥 유령과 완정이 캐어먹던 약을 천태산에서 캤네 願學麻姑看海桑 원컨대 마고선녀의 상전벽해를 보려면 應將此身壺中托 응당 이 몸이 선경에 머물러야 할 것일세
도교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부분이다. 이는 당시 유가적 이념과 도가적 자연관의 대치점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유교적 인생관은 사람의 사회적 의무 및 공인으로서의 봉사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은자적 삶의 근원성 또한 인정한다. 자연과 일체가 되어 인간 세상의 영욕에 의해 때묻은 마음을 깨끗이 씻어 버림으로써 심미적 자유와 해방을 얻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대립적으로 보이는 현실적 삶과 자연적 삶이 조선시대 산수화, 산수유기에서 보이는 와유적 태도다. 최부의 〈탐라시삼십오절〉에서도 현실을 벗어나지 않은 채 자연을 노닐면서 정신을 자유롭게 하려는 사대부의 자세가 엿보인다. 紫殿九重憶聖君 구중궁궐에 계신 임금을 생각하니 白雲千里戀雙親 흰구름 천리 밖 부모님 그립네 此身猶未全忠孝 이 몸은 충성과 효도를 다하지 못했으니 不忍堪爲方外人 속세 밖 사람이 될 수 없다네
군(君), 쌍친(雙親), 충효(忠孝)라는 도학적 키워드로 자신의 성리학 이념을 전달하고 있다.
豈獨瀛洲在此地 신선이 사는 곳 어찌 이곳뿐일까 求之人世不難致 인간세상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니 莫如還向華山陽 고향인 화산 남쪽으로 돌아감만 못하리니 保我平生伊尹志 평생 이윤처럼 뜻을 지키며 살겠네
이윤(伊尹)은 중국의 정치가다. 이처럼 최부는 모범적인 역사 속 인물을 시 속에 삽입함으로써 독자들이 역사라는 내러티브 속에서 저자의 의도를 추측 파악할 수 있는 해석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독자 스스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결과 독자들은 도학적 ‘아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왜 이윤이라는 사람을 여기에 삽입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 직관적으로 최부의 의도를 파악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최부는 역사적인 사건, 인물을 인용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뜻을 함축적으로 전달하여 독자들이 스스로의 직관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반성적 사고의 장(場)을 제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