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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명의 무등산 여행기: 정상을 바라보며 산중의 절경을 거닐다
이야기
1574년 4월 22일, 고경명 일행은 상원등사에 올라 무등산의 정상 삼봉을 바라보았다. 천왕봉·비로봉·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세 봉우리는 무등산의 정상부를 이루며, 이날 고경명은 봉우리 위에서 피리를 불고 춤추는 모습을 아래에서 지켜보았다. 일행은 상원등사에서 서쪽으로 이동해 서석대와 광석대 일대의 단애를 관찰하였다. 광석대는 평탄한 암반 위에 자리한 넓은 바위로, 남쪽에는 삼존석이 세워져 있었고 무등산 주상절리대의 일부를 이룬다.
규봉암으로 이동한 고경명은 규봉암과 그 주변의 사찰, 바위 지형을 차례로 살폈다. 금탑사와 대자사 터, 금석사, 석문사, 은적사 등은 모두 규봉암을 중심으로 한 산중 사찰군으로, 바위와 샘, 단애가 어우러진 지형 속에 자리하였다. 규봉암 일대는 광석대·풍혈대·장추대·은신대 등으로 이어지는 ‘규봉십대’로 불렸으며, 그중 은신대는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이 좌선했다는 전승이 전해지는 곳이었다.
이날의 여정에서 고경명은 정상부의 풍경을 조망하며, 산중 곳곳에 흩어진 사찰과 바위 지형이 어우러진 무등산의 구조를 기록하였다. 일행은 문수암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산중의 경관과 불교 전승이 공존하는 공간적 의미를 되새겼다.
스토리 그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