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비둘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dh_edu
이동: 둘러보기, 검색
(새 문서: ===[성북동비둘기] 김광섭 1968===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성북동비둘기] 김광섭 1968)
2번째 줄: 2번째 줄:
 
----
 
----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가슴에 금이 갔다.
 +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가슴에 금이 갔다.
+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하느님의 광장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직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2025년 11월 26일 (수) 17:55 판

[성북동비둘기] 김광섭 1968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