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개요

「마음」은 김광섭의 초기 서정시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보다 인간 내면의 미묘한 감정과 존재 의식을 사유적으로 탐구한 시이다.

이 작품에서 김광섭은 ‘마음’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이미지와 담담한 언어로 형상화하며, 인간이 지닌 고독과 내면의 깊이를 조용히 드러낸다. 이는 훗날 후기 시에서 본격화되는 명상적 시 세계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마음」은 감정의 격정을 과시하지 않고, 절제와 침묵 속에서 인간 존재의 본질에 접근하는 김광섭 시 세계의 기본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 전문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작품 배경

「마음」은 김광섭의 시 세계 초기 단계에서 창작된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전후라는 시대적 불안 속에서 인간의 내면과 정신성을 탐구하려는 시인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시이다.

이 시기 김광섭은 현실에 대한 직접적 저항이나 사회 비판보다는, 외부 세계의 혼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질서와 정신적 중심을 모색하였다. ‘마음’이라는 시적 대상은 이러한 탐구의 핵심으로 기능하며, 현실과 거리를 둔 사유의 공간을 형성한다.

이 작품은 이후 김광섭 시가 점차 현실 인식과 역사 의식으로 확장되기 전, 인간 내면에 대한 집중이 가장 순수한 형태로 나타난 시로 이해된다.

생애의 투영

1. 마음

이 시에서 ‘마음’은 단순한 감정의 집합이 아니라, 외부 현실과 구별되는 독립적인 내면 세계를 상징한다. 이는 식민지 현실과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인간이 끝까지 지켜야 할 정신적 영역에 대한 시인의 신념을 반영한다. 김광섭은 마음을 흔들리는 감정의 대상으로 묘사하기보다, 조용히 존재하며 세계를 견디는 중심으로 제시한다.

2. 고독

작품에 드러난 고독은 사회적 단절에서 오는 외로움이라기보다,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사유의 상태에 가깝다. 이는 훗날 투병 이후 후기 시에서 나타나는 고독과는 결이 다른, 젊은 시인의 정신적 고립과 내면 탐색의 흔적으로 읽힌다.

3. 침묵

이 시에서 침묵은 결핍이 아니라 태도에 가깝다. 말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내포하는 침묵은 김광섭 시 전반에 흐르는 절제 미학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핵심 상징어

1. 마음

‘마음’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자, 외부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내적 공간을 상징한다. 이는 혼란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이 끝까지 붙잡을 수 있는 자기 동일성의 근거로 기능한다.

2. 고요

시 전체를 감싸는 고요한 분위기는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깊은 사유와 관조의 결과이다. 고요는 시인의 내면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며, 현실로부터 거리를 확보하는 수단이다.

3. 내면

외부 세계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 대신, 시는 철저히 내면의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김광섭 시의 초기 특징으로, 인간의 문제를 사회보다 존재 차원에서 바라보려는 태도를 드러낸다.

4. 절제된 언어

과장되지 않은 시어와 단정한 구조는 시의 의미를 감정이 아닌 사유로 이끈다. 이러한 언어 사용은 이후 후기 시 세계까지 관통하는 김광섭 문학의 핵심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