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의 '청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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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plegarden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12월 4일 (목) 15:26 판 ('청포도'에 스민 가족에 대한 그리움와 해방의 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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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시 전문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는 어떻게 쓰여졌나(1): 창작 당시의 시대적 배경

'청포도'는 어떻게 쓰여졌나(2): 이육사의 창작 의도

'청포도'에 스민 가족에 대한 그리움와 해방의 염원


##1.1연 - 내 고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첫 연은 화자가 기억하는 고향의 여름 풍경을 제시한다. 첫 행에서 나타난 '내 고장'이라는 표현은 고향에 대한 친밀감과 애정을 드러내며, '칠월'과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과 같은 시간적 표현은 과거 가족과 함께 보냈던 일상적인 시간과 정서적 경험을 환기시킨다. 이 시어들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육사 자신에게 결핍된 고향이라는 존재와 가족 공동체의 삶에 대한 회상으로 여겨지며, 이로 인해 발생한 상실된 생활에 대한 그리움이 시의 정서적 기반을 형성한다. 동시에 '익어 간다'는 표현은 어느 시점에 결국 다다라 완성될 새로운 상태를 예고하며 해방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을 암시한다.
  1. 2연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두 번째 연은 고향 공동체의 기억을 소환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을 전설'은 화자 개인을 넘어 가족과 공동체가 과거에 공유한 이야기를 의미하며, 지나간 과거의 정서와 가치가 현재에도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는' 장면은 옛 기억의 무의식적 발현을 통해 그리움의 심화된 강도를 드러낸다. 이어 '먼 데 하늘'과 '꿈'이라는 표현은 이육사가 현실을 초월하여 미래를 지향함을 드러내며 해방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향한 마음가짐으로 연결된다. 이 연은 이육사의 고향에 대한 기억과 미래의 이상이 공존하는 내용이 함께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1. 3연 -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세 번째 연은 '귀환'을 희망하며 기다림의 정서를 드러낸다. '가슴을 열고' 라는 표현은 포옹을 하려는 사람의 모습처럼,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가족이나 소중한 존재를 기꺼이 맞이하려는 태도로 보여진다. '흰 돛단배'의 경우, 평화와 자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단순히 사람의 귀환뿐만 아니라 해방이 이루어진 이후 도래할 시대의 도착을 암시한다. 해당 연에서의 기다림은 개인적 차원의 재회와 더불어 민족적인 차원으로서의 변화를 향한 화자의 기대를 드러내어 준다.
  1. 4연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네 번째 연은 앞선 연들에서 화자가 기다리는 존재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오랜 이별 끝에 돌아올 사람이자 그리운 가족 혹은 공동체 구성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손님이 '고달픈 몸으로' 온다는 표현은 개인적인 이별이 아니라 시대적 고난과 연관된 경험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바로 다음에 등장하는 '청포(靑袍)'는 고결한 정신과 투쟁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손님이 해방 이후의 삶을 이끌어줄 주체라는 점을 함축한다. 이 연은 가족의 귀환에 대한 소망과 해방을 완성할 인물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1. 5연 -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다섯 번째 연에는 귀환한 존재와 함께 열매를 나누는 장면이 등장한다. 포도를 따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행위는 가족에 대한 환대와 정성을 상징하며, 오랜 이별 이후 재회한 존재에게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다.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다'는 표현은 앞서 언급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태도와 연결되며, 이는 해방을 실현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암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연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공동체적인 헌신, 그리고 해방의 결실을 함께 나누려는 의지가 보여진다.
  1. 6연 -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마지막 여섯 번째 연은 귀환을 위한 준비를 미래 세대에게 당부하는 형태로 마무리된다. '아이야'라는 호칭은 가족의 세대적인 연속성을 드러내며, '식탁'과 '은쟁반', '모시 수건'은 누구나 집안에 가지고 있는 물건으로서, 가족이 함께 모여 일상을 공유하는 평범한 생활을 하고픈 소망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는 단지 한 사람을 맞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도래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의례적인 상징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연에서의 가족의 재결합은 해방의 완성으로 이어지며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책임이 전가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청포도'의 각 연은 고향과 가족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을 토대로 해방 이후의 재회와 회복을 희망하고 상상하는 구조로 전개된다. 가족의 귀환은 단순한 이육사만의 사적인 정서가 아니라 시대적 고난 속에서 실현될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 시에서 드러나 있는 가족적인 정서와 민족적 염원은 정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상호 의존적으로 결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시적 화자의 기다림과 준비는 해방 이후에도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행위로 기능한다.

'청포도'를 통해 이육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