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dh_edu
Pjh262 (토론 | 기여)님의 2025년 12월 9일 (화) 19:09 판
이동: 둘러보기, 검색
저녁에.jpg

개요

「저녁에」는 한국 현대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 김광섭이 1960년대 후반에 발표한 후기 작품으로, 그의 시 세계가 도달한 달관과 명상성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1965년 뇌졸중 발병 이후 이어진 투병과 요양의 시간을 거쳐 탄생한 시로, 이전 시기에 보였던 사회적 발언이나 현실 인식 중심의 태도에서 벗어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근원적 성찰로 나아간 김광섭 후기 시풍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녁에」는 극도로 절제된 언어, 짧은 행과 단순한 어휘를 통해 삶과 죽음, 인연과 소멸, 기억과 재회의 가능성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특히 일상적인 사물과 자연 이미지(별, 밤, 어둠)를 통해 존재의 유한성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사유하게 만드는 점에서 한국 현대 서정시의 정수로 평가된다.

시 전문

저렇게 많은 별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되어

다시 만나랴

작품 배경

김광섭의 「저녁에」(1969)는 시인의 후기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작품으로, 개인적 고통과 내면적 성찰이 집약된 시로 이해된다.

시인은 1965년 뇌졸중 발병 이후 언어장애와 신체 마비를 겪으며 이전과 같은 사회 활동과 문단 활동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그는 외부 세계로부터 물리적·정서적으로 멀어지는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통과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투병과 단절의 시간은 단순한 상실의 시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되묻는 성찰의 시간으로 전환되었다. 김광섭은 병상에서 삶과 죽음, 존재의 지속성, 인간 관계의 본질, 기억의 의미를 사유하게 되었고, 그 결과 후기 시에서는 감정의 과잉이나 관념적 설명을 최소화한 채 극도로 담백한 언어로 심오한 사유를 담아내는 시 세계를 확립하게 된다.

「저녁에」는 이러한 후기 시 정신의 결정체로, 고통을 직접적으로 서술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황혼기에 도달한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고요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생애의 투영

「저녁에」는 시인이 겪은 투병 경험과 후반기 삶의 감정이 직접적으로 투영된 시로 평가된다.

별과 어둠, 밝음과 사라짐이라는 대조적 이미지들은 시인이 경험한 몸의 쇠약, 언어의 상실, 생의 유한성 인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생애의 투영
구분 내용
수많은 존재 중에서 마주한 특별한 인연, 혹은 삶에서 붙잡고 싶은 마지막 의미를 상징함.
나(화자) 육신의 한계와 더불어 점차 어둠 속으로 스러져가는 인간 존재, 즉 시인의 자신을 반영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헤어짐을 넘어 순환, 기억, 재회의 희망을 담은 구절로, 현실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적 연대를 믿었던 김광섭의 세계관 투영됨.

이처럼 「저녁에」는 단순한 자연시가 아니라, 병상에서 삶 전체를 되돌아보는 시인의 영혼 고백에 가까운 작품이다.

핵심 상징어

핵심 상징어 해석
상징어 문맥에서의 역할 해석 및 설명
시의 중심 이미지 중 하나 수많은 존재(우주, 사람) 가운데 '특별한 하나'. 화자에게 닿는 유일한 인연 혹은 붙잡고 싶은 의미. 초월성(우주적 거리감)과 동시에 친밀성(나와 마주한 단 하나)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 상징.
화자(나) 시적 자아 개인적 고독과 존재의 유한성을 대표. 별을 바라보는 인간적 시선의 주체로서, 신체적, 정신적 쇠약과 내면적 고독을 반영.
밤/저녁/황혼 시간적, 정서적 배경 하루의 끝으로서 삶의 황혼기(노년, 말기적 인식)를 상징. 성찰과 회고의 시간이며, 순환적 시간(또는 종결)을 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