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정요주해(貞觀政要註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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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려예종의 명을 받아 김연(金緣)·박경인(朴景仁) 등이 1116년(예종 11)에 『정관정요(貞觀政要)』를 주해(註解)한 주해서다.

개설

이 책은 현재 일부만 전해지고 있다. 『정관정요』는 당(唐)나라 태종이 근신들과 정치적인 문제를 논한 것을 당 현종 때 오긍(吳兢)이 항목을 분류하여 엮은 책으로, 치도의 요체를 말한 것이다.

고려예종은 이를 읽은 뒤에 청연각(淸燕閣) 학사들에게 태종의 말을 인용하는 가운데, 백성의 많음은 요순시대의 덕에 비교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인구정책에 힘쓸 것을 당부하면서, 『정관정요』를 주해하도록 명하였다. 여기에 참여한 학자들은 판병부사(判兵部事)김연, 병부상서한림학사박경인 및 보문각(寶文閣)의 학사들이었다. 이로써 이미 광종도 즐겨 읽었던 책으로 역대 왕들의 정치적 교훈서로 필독되어오던 『정관정요』가 예종 때에 이르러 주해된 사실을 알 수 있다.

편찬/발간 경위

우리나라의 기록에서 보이는 『정관정요』에 대한 최초 기록은 『고려사(高麗史)』 세가의 광종 원년(950년) 봄 정월조에, 재앙을 피하기 위해 왕이 덕을 닦아야 한다는 사천대(司天臺)의 권고로 광종이 『정관정요』를 읽었다고 하였으며, 최승로(崔承老)가 성종에게 올린 시무 28조에서 이것을 언급하고 있다. 예종도 청연각에서 학사들에게 베푼 잔치에서 『정관정요』의 한 구절을 극찬하면서, 김인존이나 김연·박경인 및 보문관의 학사들에게 『정관정요』의 주해를 지어 올리게 하였다고 한다.

고려 말의 문신 박충좌(朴忠佐)는 충혜왕과 충목왕을 상대로 『정관정요』를 강의하였으며, 정당문학(政堂文學) 권중화(權仲和)가 1377년(우왕 3) 10월에 왕에게 이것을 강의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1390년(공양왕 2)과 1391년(공양왕 3)에도 『정관정요』를 강의하였는데, 정몽주에게 이 책의 서문을 강독하게 했을 때 강독관(講讀官) 윤소중이 이 책 대신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읽을 것을 권했다는 기록이 『고려사』에 전한다.

조선 시대는 고려 시대와는 달리 유교 정치의 기준에서 『정관정요』보다 『대학연의』가 더 중시되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경연에서 『정관정요』는 제왕학의 주요 교재로서 채택되어, 1395년(태조 4)에 『정관정요』를 교정해 올리게 하고, 세조는 왕자 시절에 단종의 명으로 『정관정요』의 주해를 맡았으며, 즉위한 뒤에 다시 집현전 교리홍응과 한계희를 시켜 『정관정요』의 주석을 명하였다.

1675년(숙종 1)에 승정원에 명하여 『정관정요』를 교서관에 내려 보내 활자로 간행할 것으로 명하였고, 『정관정요』를 경연에서 자주 읽었던 영조는 『정관정요』의 후서(後序)를 짓는가 하면 정조는 자신이 즉위한 1776년 이래의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와 각 관사의 『등록(謄錄)』의 기록 가운데 정치와 관련된 일들을 뽑아서, 『정관정요』나 『태평요람(太平要覽)』의 예를 모방하여 정리하여 편찬할 것을 명하기도 했다.

『정관정요주해(貞觀政要註解)』본은 숭유중도(崇儒重道)의 조선 사회에서는 정치의 지침서로 조선조 후기까지 널리 읽혀 정치사상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서지 사항

10권 40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금속활자본(을해자(乙亥字))이다. 크기는 32.5×19.8cm이며, 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과 동일한 판본은 보이지 않고, 이후에 인출된 판본으로는 무신자본, 정유자본, 목판본 등이 남아 있다.

구성/내용

『정관정요주해』는 10권 4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권1은 치세의 요체를 담은 것으로 논군도(論君道), 논정체(論政體)이다. 논군도는 임금이 준수해야 할 덕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정체는 국가가 주권을 운용하는 형식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2는 간언의 중요성을 다룬 것으로 논임현(論任賢), 논구간(論求諫), 논납간(論納諫)이다. 논임현은 어진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구간은 임금에게 간언하는 자를 구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납간은 간언을 받아들이는 데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3은 인재등용에 관한 것으로 논군신감계(論君臣鑑戒), 논택관(論擇官), 논봉건(論封建)이다. 논군신감계는 임금과 신하가 거울삼아 경계해야 할 일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택관은 관리를 택하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봉건은 제후를 통해 나라를 세우게 하고 천자의 명령, 감독, 그 영지를 다스리는 방도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4는 후계자의 교육과 그 육성에 관한 것으로 논태자제왕정분(論太子諸王定分), 논존경사부(論尊敬師傅), 논교계태자(論敎戒太子), 논규간태자(論規諫太子)이다. 논태자제왕정분은 천자를 계승할 황태자와 여러 왕자들의 미리 정해진 분수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존경사부는 제왕의 스승을 존경할 것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교계태자는 황태자와 제왕들을 가르치어 훈계하는데 대해 논한 것이며, 논규간태자는 태자에게 바르게 간하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5는 명군의 구비조건으로 논인의(論仁義), 논충의(論忠義), 논효우(論孝友), 논공평(論公平), 논성신(論誠信)이다. 논인의는 사람의 마음에 갖춘 어짊과 옳음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충의는 군주와 나라에 충성을 다함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효우는 부모에 대한 효성과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성신은 정성스러움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6은 제왕이 자칫 범하는 함정들에 관한 것으로 논검약(論儉約), 논겸양(論謙讓), 논인측(論仁惻), 신소호(愼所好), 신언어(愼言語), 두참사(杜讒邪), 논회과(論悔過), 논사종(論奢縱), 논탐비(論貪鄙)이다. 논검약은 검소하고 절약함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겸양은 겸손하고 사양함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인측은 어질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에 대해 논한 것이다. 신소호는 좋아하는 것을 삼가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고, 신언어는 말을 삼가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며, 두참사는 참소하고 아첨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회과는 허물을 뉘우침에 대해 논한 것이다. 논사종은 사치하고, 방종함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탐비는 비루하고 탐욕스러운 것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7은 학문의 효용과 중요성에 관한 것으로 숭유학(崇儒學), 논문사(論文史), 논예약(論禮樂)이다. 숭유학은 공자의 가르침을 닦는 학문을 숭상하는 것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문사(論文史)는 문장과 역사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예약(論禮樂)은 예절과 음악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8은 형벌의 공정한 운영에 관한 것으로 논무농(論務農), 논형법(論刑法), 논사령(論赦令), 논공헌(論貢獻)이다. 논무농은 농사에 힘쓰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형법은 죄인을 처벌하는 법률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사령은 죄를 용서하는 법령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공헌은 공물을 나라에 바치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9는 군사동원의 교훈에 관한 것으로 의정벌(議征伐), 의안변(議安邊)이다. 의정벌은 죄있는 나라를 공격해 평정할 것에 대해 논한 것이고, 의안변은 변방을 편안하게 하는 일에 대해 논한 것이다.

권10은 수성(守成)의 원칙을 다룬 것으로 논행행(論行幸), 논전렵(論田獵), 논상서(論祥瑞), 논재이(論災異), 논신종(論愼終)이다. 논행행은 천자의 대궐 밖 거둥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전렵은 사냥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상서는 길한 조짐에 대해 논한 것이고, 논재이는 재해와 이변에 대해 논한 것이며, 논신종은 끝을 신중히 할 것에 대해 논한 것이다.

의의와 평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을해자본으로 간행된 희귀본으로 다른 판본들과 비교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여겨지며, 다른 판본들도 당나라 시대의 치도의 요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참고문헌

  • 구순옥, 「제왕학(帝王學) 교본 편찬의 역사적 고찰-『정관정요』와 『대학연의』를 중심으로」, 『한국교육사학』 제38권 제3호, 한국교육사학회, 2016.
  • 김상기, 『고려시대사(高麗時代史)』, 동국문화사, 1961.
  • 이원호, 「『貞觀政要』의 敎育論的 理解」, 『교육철학』 제10집, 한국교육철학회, 1992.
  • 조광수, 「당 태종의 군주역할론-『貞觀政要』를 중심으로-」, 『21세기정치학회보』 제17집 3호, 21세기정치학회,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