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전(紀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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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행적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서술 방식.

개설

기전은 기전체(紀傳體)로, 역사 서술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인물의 전기(傳記)를 중심으로 기(紀)·전(傳)·지(志)·표(表) 등으로 구성하여 서술하는데,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는 기와 전의 이름을 따서 기전체라고 한다.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를 거치면서 기전체는 중국 역대 왕조의 정사(正史)를 서술하는 기본 체재가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역대 왕조에서도 정사 서술의 기본 형식이 되었다.

내용 및 특징

『사기』에서 비롯된 기전체는 이후 역사를 서술하는 모범적인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그에 따라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기전체로 역사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三國史記)』가 기전체로 된 대표적인 역사서이다. 이후 조선 세종 때 편찬된 『고려사(高麗史)』를 비롯해, 16세기 말에 오운(吳澐)이 지은 『동사찬요(東史纂要)』, 17세기 후반에 허목(許穆)이 지은 『동사(東事)』, 18세기 후반에 이종휘(李鍾徽)가 지은 『동사(東史)』 등도 모두 기전체로 서술되어 있다.

기전체 서술 방식의 특징은 『삼국사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삼국사기』는 본기 28권, 지 9권, 표 3권, 열전 10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기』 이후에 일반화된 기전체의 형식을 완벽하게 구현한 것이다. 다만 열전(列傳)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역사서와 달리, 본기(本紀) 중심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삼국사기』는 「본기」를 통해, 제왕의 정치와 행적을 중심으로 역대 왕조의 변천을 연대순으로 서술하였다. 「신라본기」 12권, 「고구려본기」 10권, 「백제본기」 6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삼국의 균형을 유지한 채 정치·천재지변·전쟁·외교 등의 내용을 주로 다루어 시대를 잘 조망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열전은 각 역사 인물의 사적을 기록한 것인데, 본기가 강조된 『삼국사기』의 특성상 중국 사서에 비해 열전은 소략한 편이다. 사마천의 『사기』처럼 명신(名臣), 순리(循吏), 혹리(酷吏), 유림(儒林) 등 항목별로 인물을 구분한 것도 아니며, 왕후와 공주의 열전도 없다. 반면에 나라를 위해 죽은 충절의 인물들이 열전의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변천

『조선왕조실록』에는 『고려사』의 편찬과 관련해 기전에 대한 언급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세종실록』 기사에는 승지허후(許詡)가 『고려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기』의 체재를 본받아 기전체로 편찬할 것을 청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세종실록』 20년 3월 21일). 한편 『광해군일기』 등의 기사에서는 ‘기전’이 일반적인 역사서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였다(『광해군일기(중초본)』 14년 11월 8일).

기전체는 각 시대의 통치자를 중심으로 주요 신하와 인물의 전기를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당대의 제도와 문물, 경제 실태, 자연 현상 등의 특징과 변동까지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따라서 기전체의 역사서를 살펴보면, 당대의 정치 상황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기전체는 왕조 전체의 체제와 변동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여 정사(正史)의 기본 서술 체계로 자리 잡았기에, 기전체를 정사체(正史體)라고도 한다.

한편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에는 기전체 외에도 편년체, 기사본말체 등이 있다. 편년체는 연월일의 순서를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사기』에서도 인용한 『죽서기년(竹書紀年)』이나 공자의 『춘추(春秋)』가 편년체의 대표적인 역사서이다. 이후 사마천이 편년체의 서술 방식을 기전체로 바꾸었고, 한나라 말기의 학자인 순열(荀悅)은 기전체를 다시 편년체로 바꾸었다. 그에 따라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서 기전체와 편년체가 공존하게 되었다.

편년체는 연월일을 날줄[經]로 삼고 역사적 사실을 씨줄[緯]로 삼아, 동시대에 일어난 각 사건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기사의 앞뒤가 떨어져 있어서 역사적 사실의 전말을 한눈에 파악하기가 어렵고, 역사적 인물의 평생이나 전장(典章) 제도 등의 특징과 변동을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편년체 역사서로는 『조선왕조실록』을 꼽을 수 있다.

기사본말체는 기사체(紀事體)라고도 하는데,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앞세우고 그 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사건의 발단과 결말을 기술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역사적 사건을 날줄로 삼아 중요한 사건을 분류해 독립적인 편으로 엮고, 각 편은 연월의 순서대로 사건의 전말을 편집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남송(南宋)의 원추(袁樞)가 쓴 『통감기사본말(通鑒紀事本末)』에서 비롯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후기에 이긍익(李肯翊)이 지은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이 여기에 해당한다.

참고문헌

  • 사마천 지음, 정범진 외 옮김, 『史記』, 까치, 1996.
  • 陳必祥 지음, 심경호 옮김, 『한문문체론』, 이회문화사, 2001.
  • 김도련, 「司馬遷 『史記』의 構成과 敍述 技法에 대하여」, 『중국학논총』13, 1997.
  • 유해랑, 「史記의 歷史敍述 方式과 歷史思想」,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4.
  • 최준하, 「『史記』를 통해 본 역사교육-紀傳體와 論贊을 중심으로」, 『역사와 역사교육』21,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