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식언해(火砲式諺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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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5년(인조 13) 이서(李曙)가 총 쏘는 방법과 화약 굽는 방법을 기술한 『화포식(火砲式)』을 언해한 책.

개설

『화포식언해(火砲式諺解)』는 각종의 총 쏘는 방법과 화약 굽는 방법을 기술하여 간행한 『화포식(火砲式)』을 한글로 언해한 책이다. 이 책은 <임진왜란(壬辰倭亂)>이 끝난 지 30여 년이 지난 1635년(인조 13) 이서에 의해 발행되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사용한 화약 무기는 조선 초기의 화약 무기에 비해 전반적으로 크기가 커졌고 위력도 더 셌다. 또 비진천뢰 같은 신형 화약 무기나 중국풍의 새로운 화약 무기도 이 시기에 새롭게 개발되거나 도입됐다. 『화포식언해』는 이러한 임진왜란 당시의 화약 무기에 대하여 가장 폭넓게 설명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 책은 화약 무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료로 이용되었다.(『숙종실록』 7년 8월 2일)

편찬/발간 경위

『화포식언해』의 편찬 과정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경기방어사(京畿防禦使)·총융사(摠戎使)·병조 판서(判書) 등을 역임하면서, 군무에 정통했던 무인(武人) 출신 이서의 주도 하에 발행됐다는 점에서 내용의 신뢰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끝에 최명길(崔鳴吉)의 발문이 실려 있으며, 책 후반부에 『신전자취염초방언해(新傳煮取焰硝方諺解)』가 합철되어 있다.

서지 사항

총 2권 1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1685년 황해병영(黃海兵營)에서 중간된 것이 전해지고 있으며, 이 책의 크기는 세로 28.8cm, 가로 21.6cm이다. 지질은 한지이다.

현재 중간본은 장서각과 서울대학교 가람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화포식언해』는 『병기도설(兵器圖說儀)』, 『신기비결(神器備訣)』과 함께 우리나라 전통 화약무기에 관한 3대 기본 자료 중 하나이다. 『신기비결』은 게재된 화약무기의 종류가 적고 발사 방법 및 순서 위주로만 설명했다는 점에서 『화포식언해』와는 근본적으로 성격 차이가 있다. 『병기도설』은 조선 초기, 특히 세종(世宗) 대의 화약 무기를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역시 구별된다.

이에 비해 『화포식언해』에 등장하는 화약무기는 천자총통(天字銃筒)·대완구(大碗口)·비진천뢰(飛震天雷)·불랑기(佛狼機)·화차(火車) 등 모두 43종이다. 조총을 제외하고 당시 사용된 화약무기는 거의 모두 망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각 화약 무기 별로 화약 사용량을 비롯하여 탄환이나 화살 등 피사체의 규격과 수량, 사정거리를 일목요연하게 해설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등장한 혁신적 신무기인 ‘비진천뢰’의 구조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화포 발사에 필요한 약선(藥線)의 제작법과 한ㆍ중ㆍ일 3국 화약의 성분 차이를 구체적으로 비교한 것도 독특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천자총통 등 주요 화약무기의 구경이나 무게·길이 등 기본적인 제원이 누락돼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서문(序文) 없이 바로 본문(本文)부터 시작한다. 내용은 먼저 화포(火砲)의 일반적인 화약 사용법을 소개한 뒤 각종 화포의 개별 사용법과 발사물을 차례로 소개하였다. 소개하는 화포 별로 본문의 내용을 총 50조(條)로 나누어 각 조마다 한문 원문을 먼저 싣고, 이에 대한 언해문을 뒤이어 실었다. 한문 원문에는 한글로 구결(口訣)을 달았으며, 원문의 각 한자에는 한글로 한자음을 달아 가르치고 배우는 데 편하게 하였다. 이러한 국ㆍ한혼용 방식은 경서나 기술서의 언해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책의 내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제반 총통(銃筒)의 일반적인 용약법(用藥法)을 기술한 다음 천자총통·지자총통(地字銃筒)·별황자총통(別黃字銃筒)·대완구·중완구·소완구·소소완구(小小碗口)·진천뢰(震天雷)·비진천뢰·철신포(鐵信砲)·불랑기·벽력포(霹靂砲)·호준포(虎蹲砲)·중백자총(中百子銃)·소백자총(小百子銃)·승자총통(勝字銃筒)·차승자총통(次勝字銃筒)·소승자총통(小勝字銃筒)·삼안총(三眼銃)·질려포(蒺藜砲)·대통(大筒)·중통(中筒)·소통(小筒)·중신기화차(中神機火車)·화차·우자총통(宇字銃筒)·주자총통(宙字銃筒)·홍자총통(洪字銃筒)·황자총통(黃字銃筒)·일자총통(日字銃筒)·월자총통(月字銃筒)·영자총통(盈字銃筒)·측자총통(昃字銃筒)·대발화(大發火)·중발화(中發火)·중신기통(中神機筒)·주화통(走火筒)·지화(地火)·석류화전(石硫火箭)·명화(明火) 등 각종 화약 병기의 용약법과 발사물을 수록하고 있다. 이 책에는 비록 조총류(鳥銃類)가 수록되어 있지 않고, 또한 사거리(射距離)를 밝히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당시 사용된 화약 병기의 종류와 용약법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 연구하는 데에는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이 책은 국어학적으로도 17세기 국어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의의가 있는데, ‘ㅅ’계나 ‘ㅂ’계, ‘ㅄ’계의 합용병서가 모두 쓰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리 중심의 연철이 대부분이었던 중세어와는 달리 근대어로 오면 뜻 중심의 분철로 가는 경향이 짙은데, 이 책에서는 일부 분철과 연철이 ‘됴흐니라’, ‘녀코’, ‘싸흔ᄒᆞᆰ’, ‘ᄃᆞᆯ’, ‘적이어든’에서처럼 쓰인다. 어말의 받침 자리에서 ‘ㅅ’과 ‘ㄷ’이 혼용되어 쓰이다가, ‘ㄷ’으로 통합되는 경우도 많다.

구개음화 현상이 흔하지 않으며, 원순모음화와 전설모음화, 단모음화도 활성화 되지 않았다. 제2음절에서 ‘ㆍ’가 복수적으로 나타나며, 관형형 접미사와 통합하는 의존명사의 표기에서 어중 경음화의 경향이 보인다. 모음 조화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중간본은 초간본과는 표기와 언해에서 다소간의 변화를 보이는데, ‘므긔’, ‘쇠므긔’, ‘굼엉심 모도와’, 구멍심을 모도와’와 같은 현상에서 그런 차이와 음운 변화를 알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당시의 화약 병기를 알려 주는 몇 안 되는 자료라는 점에 가치가 있다. 동시에 이 책의 언해문은 17세기 국어를 반영하여 국어사를 연구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된다. 특히 이 책의 이본들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표기 차이를 보여 17세기의 표기 현실과 변천을 살피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 『숙종실록(肅宗實錄)』
  • 박종국, 『한국어 발달사』, 세종학연구원, 1996.
  • 이기문, 「십육세기 국어의 연구」, 『문리논집』 4, 서울대학교, 1959.
  • 정호완, 『역주 화포식 언해ㆍ신전자취염소방언해』,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13.
  • 최현배, 『고친 한글갈』, 서울:정음사,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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