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관지(春官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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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시대 예조의 관장 사항에 관한 준거가 되는 법례(法例)와 사례를 모아, 편찬한 법례사례집이다.

개설

이 책은 예조가 관장하는 길례(吉禮)·흉례(凶禮)·군례(軍禮)·빈례(賓禮)·가례(嘉禮)의 연혁과 법례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대외 관계, 특히 일본과의 교린 관계에 관한 의례와 절차, 외교 문서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실제 조선 후기의 의례는 기본적으로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와 『속오례의(續五禮儀)』에 바탕을 두었으나, 절차상의 세부 시행 지침은 『춘관지(春官志)』에 의거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의 특징은 대외 관계, 특히 일본과의 외교에 관해 상세하다는 점이다. 총 3권 중 제2권과 3권에서 대외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사대 관계는 없고, 교린 관계만 서술하였다. 그중에서도 교린 외교의 상대였던 야인(野人)과 유구(琉球)는 조선 후기에는 공식적인 관계가 끊어졌던 만큼 대일 관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일 관계 기사 부분은 서술 분량으로 보더라도, 『춘관지』 전체의 거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을 두었다. 통신 사행에 관해서는 내용이 아주 상세하고 풍부한 편이며, 문위행(問慰行)과 연례 송사, 차왜 등 조선 후기의 실무 외교 사절단과 왜관에 대해서도 상술하였다. 또 울릉도 영토 분쟁 문제를 한 항목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편찬/발간 경위

이 책은 영조의 명에 따라 1744년(영조 20)에 예조 정랑(正郞)이맹휴(李孟休)가 편찬하였으나, 내용이 소략해 정조 대에 이가환(李家煥)이 다시 증보해, 1781년(정조 5) 완성하였다. 편찬한 동기는 숙종 조에 간행한 사역원의 관서지인 『통문관지(通文館志)』의 사례를 본받아, 국가의 의례와 대외 관계에 관해 정리하려는 것이었다.

책머리의 ‘범례’에서 밝힌 것처럼 처음 『예조등록(禮曹謄錄)』을 요약하려 하였으나, 등록 자체가 하급 관리들에 의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소략하고 조잡하였다. 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이전의 자료가 모두 없어졌기 때문에 편찬자는 등록에 없거나, 소루한 부분에 대해서는 문집, 야사(野史), 패승(牌乘) 등을 모아서 정리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인용한 서적을 보면, 『예조등록』 외에도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경국대전(經國大典)』, 『고사촬요(故事撮要)』, 『여지승람(輿地勝覽)』 등 33종에 달한다.

서지 사항

3권 3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사본이다. 크기는 34.6×24cm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의 주요 내용은 국가와 왕실의 각종 제례(祭禮)와 교육 기관, 과거 제도, 민간의 의례, 대외 관계의 의례와 운용 실태에 관한 것이다. 권별로 항목과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권은 사직(社稷), 종묘 영녕전(宗廟永寧殿), 태묘 배향(太廟配享), 진전(眞殿), 추숭(追崇), 복위(復位), 역대 제군묘(歷代諸君廟), 능침(陵寢), 제례 총론(祭禮總論), 사서 혼례(士庶婚禮), 학교(學校), 서원(書院), 과거(科擧) 등 28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종묘사직의 각종 제례, 중앙 및 지방의 각종 교육 기관의 설치와 운용, 과거 제도의 종류와 운용, 관혼상제(冠婚喪祭) 등 민간의 각종 의례 등을 포괄하고 있다.

제2권에는 친경(親耕), 시호(諡號), 조하(朝賀), 기로소(耆老所), 관복(官服), 음악 등 국내적 의례에 관한 16항목과 대외 관계에 관한 9항목 등 총 25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외 관계에 관한 내용은 조경구례(朝京舊例)와 통신사(通信使), 통신사 절목 강정 별단(通信使節目講定別單), 증예단 물목(贈禮單物目) 등 9항목이다. 조경구례는 조선 전기의 조빙 응접에 관한 내용으로 28항에 달하는 세부 항목이 첨부되어 있으며, 『해동제국기(海東諸國記)』와 『고사촬요』를 참조하여 정리한 것이다. 나머지 8항목은 조선 후기의 통신사 파견에 관한 의례이다.

제3권에는 문위행(問慰行), 연례 송사(年例送使), 차왜(差倭), 왜관(倭館), 개시(開市), 황당선(荒唐船), 울릉도 쟁계(鬱陵島爭界), 야인(野人), 유구(琉球), 국서와 일본답서 등 20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조선 후기 대일 교섭에 필요한 사항을 관할 관청의 지(志)답게 자세하게 기술하였다. 조선 전기 여진족과 유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항목만 첨부되어 있을 뿐이다. 제3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항은, 부산에 있었던 초량 왜관에서 행해지던 조선 후기 대일 관계의 제반 요소에 관한 것이다.

의의와 평가

이 책은 예조가 관장하는 길례·흉례·군례·빈례·가례의 연혁과 법례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대외 관계, 특히 일본과의 교린 관계에 관한 의례와 절차, 외교 문서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 김영시, 「역대(歷代) 우리나라에서 편찬(編纂)된 오례의(五禮儀) 예전(禮典)에 대하여(2)-조선조(朝鮮朝) 전기(前期)와 후기(後期)에 편찬(編纂)된 오례의(五禮儀) 관련 국가전례서(國家典禮書)를 중심으로-」, 『동양예학』 35권, 동양예학회, 2016.
  • 김지영, 「18세기 후반 국가 전례의 정비와 춘관통고」, 『한국학보』 제114호, 일지사, 2004.
  • 송승철, 「조선시대 한일관계사료의 소개」, 『한일관계사연구』 제18집, 한일관계사학회, 2003.
  • 하우봉, 「김건서의 『증정교린지』와 일본과의 관계」, 『역사와 실학』 제33호, 역사실학,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