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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1:16 기준 최신판



쌍떡잎식물 마디풀목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메밀가루를 내는 곡물.

개설

국수·냉면·만두 등을 만들 때 사용하는 곡물이다. 구황작물로도 쓰였다.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는 여름메밀과 여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가을메밀이 있다.

원산지 및 유통

원산지는 동아시아 지역으로 크게 단맛을 내는 메밀과 쓴맛을 내는 메밀로 나눈다. 수확하는 때를 기준으로 여름메밀과 가을메밀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반도에는 서기 전후에 전래되어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기록은 고려후기의 문헌에서부터 나온다.

연원 및 용도

고려후기 1236년(고려 고종 23)에 간행되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서 처음으로 구황작물로 메밀에 대해 다루었다. 메밀을 한자로 목맥(木麥)이라 적었다. 자라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쌀이나 보리가 흉작이 들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곡물로 소개되었다.

세종 때 제주도에서 흉년을 대비하여 콩, 팥과 함께 목맥의 씨앗을 육지에서 구해서 백성들에게 나누어 줄 것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세종실록』 1년 4월 13일). 세종 때는 경상도·평안도·함길도 등지에도 메밀 씨앗을 나누어 주어 흉년에 대비하도록 하는 정책을 펼쳤다. 메밀을 구황작물로 활용한 사례는 성종, 중종, 선조, 광해군대에도 지속되었다.

홍만선(洪萬選)이 지은 『산림경제(山林經濟)』「치농(治農)」에서는 메밀을 한글로 ‘모밀’이라고 적고 심는 길일과 지질, 심는 시기, 심는 방법 등에 대해 여러 문헌을 인용하여 소개했다. 숙종 때 벼를 심는 논에 메밀을 심을 경우 세금을 면제해 주는 조치를 취할 정도로 메밀 심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숙종실록』 3년 9월 27일). 정조도 쌀 대신에 메밀을 심도록 권장하면서 그 이유로 메밀이 빨리 자라기 때문이라고 했다(『정조실록』 22년 6월 5일). 이렇게 많이 심게 되면서 메밀은 밀을 대신하는 가루곡물로 인식되었다. 메밀은 가루를 내어 국수를 만들거나 만두의 피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이응희(李應禧)의 『옥담시집(玉潭詩集)』에 「목맥(木麥)」이란 시가 있다.

칠월 초순에 밭 갈고 심어서 / 七月初耕種

곡물 중 가장 늦게 수확하지 / 能專殿後權

옥 같은 꽃은 이슬 머금고 피며 / 玉花含露發

검은 열매는 서리 맞고 단단해라 / 玄實冒霜堅

국수[麵]를 만들려면 희게 빻아야 좋고 / 作麵舂宜白

만두를 삶으려면 천 번을 두드려야 하네 / 烹饅擣可千

그 껍질은 어딘가에 쓰이는데 / 衣皮何所用

잘 갈무리해 두어 흉년에 대비해야지 / 藏蓄備荒年

이 시를 통해 메밀의 쓰임새를 잘 알 수 있다. 장계향(張桂香)이 말년에 지은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서는 제일 처음 면병류에서 메밀국수와 메밀로 피를 만든 만두를 다루었다.

18세기 이후가 되자 겨울에 메밀가루로 만든 냉면이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유행했다. 정약용(丁若鏞)은 「장난삼아 서흥 도호부사 임군 성운에게 주다[戲贈瑞興都護林君性運]」라는 시에서 “시월 들어 서관(西關)에 한 자 되게 눈 쌓이면 / 문에 이중으로 휘장을 치고 폭신한 담요를 바닥에 깔아 손님을 잡아 두고는 / 갓 모양의 쟁개비에 노루고기 저며 굽고 / 길게 뽑은 냉면(冷麪)에 배추절임을 곁들이네.” 라고 읊조렸다. 홍석모(洪錫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11월편에는 “메밀국수에 무절임과 배추절임,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은 음식을 냉면이라고 부른다.”는 내용이 있다.

생활민속 관련사항

평안도와 황해도 사람들은 겨울 늦은 밤에 메밀국수를 동치미에 말아서 먹었다. 얼음이 언 냉면을 구들방에서 이불을 덮어쓰고 먹는 풍속은 평안도와 황해도 사람들의 풍속이 되었다. 메밀국수를 만드는 데는 한자로 ‘면자기(麵榨機)’라는 국수틀이 필요했다. 메밀에는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녹두나 감자의 전분으로 반죽을 해야 한다. 이렇게 반죽을 하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는데, 이것을 국수틀 속에 넣고 힘을 주어 내리면 국수가 만들어진다.

참고문헌

  •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 『산림경제(山林經濟)』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 『옥담시집(玉潭詩集)』
  •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 주영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 사계절, 2005.
  • 주영하, 『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휴머니스트,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