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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2일 (금) 01:18 기준 최신판



송(宋)나라 때 진록(陳錄)이 엮은 '선유문(善誘文)'은 선행을 권유하는 글을 모은 책.

개설

첫머리에 송대 조변(趙抃·1008~1084)의 '조청헌공좌우명(趙淸獻公座右銘)'이 실려 있는데, 모두 24칙의 짤막한 글을 싣고, 그 아래에 설명을 달았다. 영락제(永樂帝)의 부인인 인효문황후(仁孝文皇后) 서씨(徐氏; 1361~1407)가 선행(善行)을 권하여, 편찬한 책이다.

편찬/발간 경위

1368년 건국한 명나라는 건국 초기에 백성들을 교화하기 위해, 선서를 많이 간행하였는데, 『대명인효황후 권선서(大明仁孝皇后勸善書)』는 영락제 때 간행된 10종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대명인효황후 권선서』의 편찬 동기는, 명나라 초기 전제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던 집권층의 정치 활동에 의한 것이다.

『대명인효황후 권선서』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1408년(태종 8) 양녕대군(讓寧大君)이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올 때 150본을 영락제에게서 하사받은 것이 최초이다. 그리고 다음해인 1409년에 권완(權緩)이 다시 300부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명나라 시대의 선행을 권유하는 선서는 유교·불교·도교 삼교 일치(三敎一致)의 관점에서 편집하였고, 특히 이 책에는 불교의 사례가 많기 때문에 조선 조정에 의해 반드시 환영받았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찰에 주로 소장되었고, 불교 신자들에 의해 읽혀졌을 가능성이 크다.

서지 사항

1책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판본이다. 크기는 세로 37.0cm 가로 22.4cm이며,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구성/내용

이 책은 민간 도교에 있어서, 선의 권장과 악의 징계를 주장하는 내용이다. 유교·불교·도교의 경전에 나오는 가르침을 수록한 가언(嘉言)과 그 주제에 맞는 중국 인물의 고사를 수록한 감응(感應) 사례를 주제별로 묶고 있는데, 각 권마다 중층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불교 설화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사찰에서 많이 읽혀졌다. 이를 독송하고, 실천하는 행위를 ‘선서신앙’이라고 부른다. 권선서의 원류는 갈홍(葛洪)의 『포박자(抱朴子)』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유ㆍ불ㆍ도 삼교의 합일사상이 강조되면서, 민간에 유행했다.

권선서의 대표격인 북송시대의 이창령(李昌齡)이 지은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1146)과 『문창제군음즐문(文昌帝君陰騭文)』ㆍ『관성제군각세진경(關聖帝君覺世眞經)』을 삼성경(三聖經)으로 부른다. 이는 성선(成仙)의 수련이 아니라, 선행을 통해 구하려는 흐름으로, 최근세에 선ㆍ악에 점수를 매겨 나가는 공과격(功過格) 신앙을 유행시켰다. 원불교 일기법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 ‘성계명시독(誠誡明示讀)’ 등이 이 흐름이다.

중국과 한국에서 『권선서(勸善書)』는 유교적인 것으로 이해되어 왔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권선서는 유불도 혼융의 것으로 출발하였던 것이며, 특히 도교측에서 만든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책자는 도교권선서(道敎勸善書) 곧 도교선서(道敎善書)이다. 도교권선서는 중국 남성(南宋) 초기에 출현한 『태상감응편(太上感應篇)』으로부터 출발한다. 『태상감응편』은 유교나 불교가 아닌 도교적인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을 토대로 형성되는 것으로, 도교적 신관 및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고 악을 하지 못하게 하는 권선징악의 사상을 핵심으로 한다.

이것은 남송이라는 시대 및 사상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명(司命)ㆍ삼호(三尸)ㆍ삼태북두신군(三台北斗神君) 등과 같은 도교적 신들이 태상(太上;老君)의 명령에 따라서 인간의 행위의 선악 여부를 판정하고, 그에 응하여 그 사람의 수명을 줄이거나, 늘려주는 강력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와 같은 도덕지침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행위를 하여야 하는 존재이다. 사람이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도덕적 행위를 하는 이유가 옳기 때문만은 아니라, 선한 행위를 통하여 도덕적으로 올바른 삶을 구할 수 있고, 오래 사는 삶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덕적 행위의 끊임없는 축적을 통하여 오래된 삶을 얻는 자가 곧 신선(神仙)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태상감응편』은 도교의 ‘권선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후대의 도교권선서는 바로 당 시대에 자생적으로 형성되었던 것만은 결코 아니다. 그것들은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의 측면에서 훨씬 앞선 세대의 선구적인 도교적 사상체계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바로 그러한 선구적인 사유 형태는 후한시대(後漢時代) 초기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태평경(太平經)이다. 이 경전은 도교경전의 최초 형태로서 총체적 사상의 형태에서 만이 아니라 도덕철학적 성격에서도 후대 도교권선서의 전형(典型)이자 맹아가 된다. 원래 ‘태평청령서’로 불리어오던 『태평경』에는 삼합상통(三合相通), 천조(天曹), 사명(司命), 승부(承負), 수일(守一), 신선(神仙), 진인(眞人) 등의 관념들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관념들은 후대 도교의 종교철학적 사상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천인감응설(天人感應說), 옥황설(玉皇說), 시명설(司命說), 효(孝)’에 관한 입론의 선구적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은 『태평경』에서는 다른 표현으로 씌어져 있다. 이러한 관념들은 후대 도교와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는 있으나, 도교라는 사상체계 안에서 하나로 통일되어 있으며, 사유 구조상으로도 거의 유사한 개념들이다.

참고문헌

  • 양은용, 「한국 근대에 있어서 권선서의 유행에 대하여: 삼교 융회와 선」, 『원불교 사상』 20,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1996.
  • 윤찬원, 「도교 권선서(勸善書)에 나타난 윤리관에 관한 연구」, 『도교문화연구』 제29집, 한국도교문화학회, 2008.
  • 윤찬원, 「후대 도교 권선서에 나타난 윤리관- 『옥력초전(玉歷鈔傳)』을 중심으로」, 『도교문화연구』 43권, 한국도교문화학회, 2015.
  • 전영근, 대전 선비박물관 소장, 『대명 인효 황후 권선서』, 『장서각』13, 한국정신문화연구원,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