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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0일 (일) 02:45 기준 최신판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의 하나이거나, 악기를 제작하는 여덟 가지 재료 혹은 여덟 종류의 악기 재료에 각각 매치된 악기들의 소리 및 그 악기군의 총칭.

개설

팔음(八音)은 악기를 만드는 여덟 가지 주재료이며, 중국에서 전래된 악기 분류법의 하나이다. 여덟 종류의 재료 중 각 악기별로 제작의 핵심이 되는 재료 한 가지를 선별한 후 배치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여덟 개의 범주로 악기를 분류한다. 그렇게 범주화된 악기들의 소리 또는 악기들을 총체적으로 일컫기도 한다.

내용 및 특징

팔음은 악기 제작 재료 여덟 가지, 즉 쇠[金], 돌[石], 실[絲], 대나무[竹], 바가지[匏], 흙[土], 가죽[革], 나무[木]를 일컫는다. 각 악기에서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제작 재료를 중심으로 팔음 중 하나에 악기를 예속시키기도 하는데, 이런 식으로 악기를 각각 여덟 가지 재료에 배치하는 방식이 악기를 분류하는 방법으로 통용되었다. 쇠는 편종(編鍾)·특종(特鍾), 돌은 편경(編磬)·특경(特磬), 실은 금(琴)·슬(瑟), 대나무는 소(簫), 바가지는 생황(笙簧)·화(和)·우(竽), 흙은 훈(塤)·부(缶), 가죽은 북[鼓]·도(鼗), 나무는 축(柷)·어(敔) 등이 해당된다. 이렇게 팔음은 악기를 만드는 재료임과 동시에 악기를 분류하는 체계로 기능하며, 더 나아가 조선시대에는 유가 악론의 상징체계로까지 연계된다.

궁중에서 제례악을 올릴 때에는 팔음을 갖춘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입장이 중론이었는데(『세종실록』 15년 1월 1일), 이는 유가의 악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유가 악론에는 우주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입장이 투영되어 있는데, 팔음은 팔방(八方)·팔괘(八卦)·팔풍(八風)·팔절후(八節侯) 등의 체계와 배합되어 있었다. 즉 쇠는 서방·태괘(兌卦), 창합풍(閶闔風)·추분(秋分), 돌은 서북방·건괘(乾卦)·부주풍(不周風)·입동(立冬), 실은 남방·이괘(離卦)·경풍(景風)·하지(夏至), 대나무는 동방·진괘(震卦)·명서풍(明庶風)·춘분(春分), 바가지는 동북방·간괘(艮卦)·융풍(融風)·입춘(立春), 흙은 서남방·곤괘(坤卦)·양풍(凉風)·입추(立秋), 가죽은 북방·감괘(坎卦)·광막풍(廣莫風)·동지(冬至), 나무는 동남방·손괘(巽卦)·청명풍(淸明風)·입하(立夏)와 매치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조선 성종대의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도설(圖說)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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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림1_00015230_『樂學軌範』권1 八音圖說

따라서 제례악을 연주하는 악대에 팔음의 악기가 구비되어야만 자연의 질서와 부합된다는 조화론은 조선시대에 악기 구성 원리로 작용하였다. 세종대에 악기를 제작한 결과 팔음의 종류별로 악기를 갖추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공장(工匠)들에게 시상한 맥락도(『세종실록』 6년 11월 18일) 팔음이 지닌 상징체계와 연계된 것이었다. 한편 영조는 팔음에 대해 신하에게 직접 질문하기도 하였다. 팔음의 종류가 어떻게 되며 그에 해당되는 악기를 예로 들어 보라고 집요하게 물었다(『영조실록』 29년 10월 15일). 이는 팔음이 악기 재료를 넘어서서 팔방, 팔괘, 팔풍, 팔절후 등과 매치되어, 우주 자연의 질서와 조화를 이룬다는 상징체계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팔음이 구비된 악대는 소우주 그 자체였던 것이다.

변천

팔음은 아악기 분류법으로 출발했지만 향악기와 당악기를 분류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하였다. 팔음이 악기 분류법으로 등장하는 조선시대의 악서(樂書)는 정조대에 편찬된 『시악화성(詩樂和聲)』이다. 그리고 악대에 팔음을 구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선시대를 거쳐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이왕직아악부의 음악인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참고문헌

  • 『악학궤범(樂學軌範)』
  • 『시악화성(詩樂和聲)』
  • 『난계선생유고(蘭溪先生遺稿)』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송지원, 『정조의 음악정책』, 태학사, 2007.
  • 송혜진, 『한국아악사연구 』, 민속원,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