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鯉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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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엇과의 민물고기.

개설

잉어를 말한다. 이어(鯉魚)는 등용문(登龍門) 고사(故事), 왕상(王祥) 고사 그리고 용왕신과 결합된 설화에 등장하는 등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물고기이다. 옛날부터 식용이나 약용 그리고 관상용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이어는 겨울철 생선으로 찜·죽·탕을 끓여서 먹거나 즙을 내서 먹었고, 여러 가지 약재를 넣고 푹 고아서 보양식으로도 이용하였다.

원산지 및 유통

이어는 큰 강이나 호수·저수지같이 물이 많고 유속이 느린 곳에 서식하며, 주로 낚시로 잡았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의하면, 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지에서 많이 생산되었다.

이어는 아주 오래전부터 낚시하기에 좋은 어종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어 낚시는 특히 겨울철이 제격인데, 겨울에 얼음이 얼면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시를 담가 이어를 낚았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하는 소규모의 낚시가 있는가 하면, 큰 강변이나 저수지에서는 수십, 수백 명의 주민들이 협업하여 이어를 잡기도 했다. 두껍게 언 얼음 위에 구멍을 뚫은 다음 강바닥에 그물을 쳐 두고, 수백 명의 주민들이 통나무를 하나씩 들고 얼음을 꽝꽝 울리면서 외곽에서부터 중앙으로 이어를 몰아 가둔다. 그런 다음, 낚시나 작살로 가둔 고기를 낚는다. 이를 영좌제 혹은 몰이계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집단어로 방법 중 하나이다.

오늘날에도 이어는 낚시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어서 수요가 상당하다. 그래서 양식장에서 기른 종묘를 호수나 저수지로 내려 보냄으로써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이어 양식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715년(숙종 41)에 펴낸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실려 있으나, 본격적인 이어 양식은 일제강점기에 밀양과 진해의 양어장에서 시도되었다.

연원 및 용도

이어는 대표적인 민물고기 중 하나로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그 생김새가 붕어와 매우 유사하지만, 붕어보다 몸이 더 길고 옆으로 납작하며 입가에 두 쌍의 수염이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과 『재물보(才物譜)』에서는 니어(鯉魚)라고 하였다. 하지만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를 쓴 서유구(徐有榘)는 이어(鯉魚)라고 적은 다음, 이어가 십(十) 자 무늬를 가지고 있는 까닭에 이(理)의 음을 따서 이어라 한다고 풀이하였다. 강이나 호수에서 자란 금황색 붕어가 제일 맛이 좋고, 연못에서 자란 잉어는 맛이 없다고 하였다.

민간에서는 이어와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용왕의 아들인 이어를 구해 주고 보은을 받았다는 신이담(神異譚) 설화, 효자가 추운 겨울날 하늘의 도움으로 이어를 구해 병든 어머니를 봉양했다고 하는 왕상 고사가 대표적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이어는 주로 왕상 고사나 강원부에 사는 이장밀(李長密)의 네 아들의 효행과 더불어 등장하는데, 이 이야기들은 한겨울에 아들이 잡아 온 이어를 먹고서 병든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세종실록』 13년 6월 25일)(『성종실록』 2년 6월 8일).

홍만선(洪萬選)은 『산림경제(山林經濟)』에서 이어 먹는 법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였다. 이어는 겨울철 얼음이 언 뒤에 먹는 것이 가장 좋고, 봄에는 풍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먹어서는 안 되며, 또 너무 큰 것을 먹어도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이어의 비린내를 없애는 법에서부터 이어포 만드는 법, 이어를 보양식으로 만들어 먹는 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적어 놓았다. 살아 있는 이어를 잡은 즉시 매달고 꼬리를 떼어 피가 떨어지게 하거나, 아가미의 누런 즙을 없애고 끓이면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그리고 이어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섣달에 큰 이어를 잡아 손질하여 물기를 닦아 낸 후 소금, 생강, 천초와 함께 술에 잠기게 담근다. 날마다 뒤집어 맛이 배어들면 꺼내어 볕에 말려 포로 저며서 먹는다. 보양식으로도 이어를 많이 식용하였던 만큼 이어 고는 방법, 이어 뼈 무르게 하는 법 등도 적어 놓았다. 물이 팔팔 끓어오르면 손질한 이어를 넣고 뚜껑을 덮어 푹 곤다. 물이 2/3 정도로 줄어들면 감장(甘醬)과 함께 신 막걸리 혹은 술을 한 사발 넣는다. 다시 30분 정도 더 끓인 후 즙이 뭉근해지면 식혀서 먹는다. 이때 초장을 넣어서 먹어도 좋다. 한편, 이어 뼈를 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가마솥에 물을 붓고 술을 조금 넣은 뒤, 배 속에 양념·후추·생강 등을 넣은 이어와 닥나무 열매를 넣고 김이 새나가지 않도록 뚜껑을 닫고 약한 불에서 반나절 또는 하루 동안 푹 곤다. 그런 다음, 쟁반에 담아 차게 두면 뼈가 가루처럼 삭는다고 하였다.

한국인과 매우 친숙한 물고기인 만큼, 이어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어를 이용한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회·찜·죽·탕 등을 들 수 있고, 흔하지는 않지만 숙회·식해·전약으로도 만들어 먹었다. 서유구(徐有榘)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이어식해와 이어전약 만드는 법이 나와 있다. 이어식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잉어를 작은 토막으로 자르고, 뼈와 쓸모없는 것들을 없앤다. 볶아서 말린 쌀가루와 누룩의 하나인 홍국(紅麴)을 혼합하여 쌀누룩가루를 만든다. 생선 토막에 술과 소금, 쌀누룩가루를 함께 섞어서 항아리 속에 담는다. 돌로 단단히 눌러서 겨울철에는 15일간, 여름철에는 7~8일간 숙성시킨 후 먹는다. 먹을 때 천초 같은 향신료와 초를 넣어서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또한 이어전약을 만들려면 이어를 사기동이에 넣고 하얗게 될 때까지 문질러 씻는다. 그런 다음, 물을 붓고 파·산초·진피를 넣고 걸쭉해질 때까지 조린다. 천으로 걸러 찌꺼기를 버리고 걸쭉한 즙에 생선 부레를 넣고 다시 조린 후 걸러 내어 응고시키면 완성된다. 먹을 때는 채를 썰어서 구황(韭黃), 생채, 오리고기, 죽순 채 썬 것과 같이 쟁반에 돌려 담아 겨자초를 뿌려 낸다.

이외에 이어는 약재로도 이용되어서 이어와 이어쓸개를 약재 항목으로 분류하기도 하였다[『세종실록』 지리지 경기]. 특히 이어를 삶아 먹으면 부종을 내리고 이뇨를 도와준다는 『본초강목(本草綱目)』의 기록 때문에 오랫동안 임산부들의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왔다.

참고문헌

  • 『산림경제(山林經濟)』
  •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 최기철, 『민물고기를 찾아서』, 한길사,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