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응위율(不應爲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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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事理)나 관습(慣習)에 맞지 않은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 처벌하기 위한 조문.

개설

일반추상적(一般抽象的)이 아닌 개별·구체적으로 범죄의 구성요건(構成要件)을 규정하고 있는 중국의 형사사법 체제에서는 가벌적(可罰的) 행위인 모든 범죄를 법전에 사전(事前)에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평화와 조화를 파괴하는 일탈행위(逸脫行爲)에 대한 규제와 처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따라서 처벌 규정의 흠결에 대비한 일반조항(一般條項)을 둘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대명률에서는 유사한 조문으로 처벌하는 단죄무정조(斷罪無正條) 및 행정 법규에서는 특정 행위의 이행 또는 금지를 규정하였지만 이에 대해 별도로 처벌규정을 두지 않았을 때 이의 위반 행위를 처벌하는 위령죄(違令罪)와 사리에 비추어 용납하기 힘든 행위를 처벌하는 불응위율을 규정하였다.

내용 및 특징

현대 형법에서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은 사전에 법률로써 규정되어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罪刑法定主義)’가 기본적인 원칙이다. 따라서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질서와 사회의 안정 그리고 윤리를 중시하는 입장에서는 법전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가벌적 행위를 처벌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불응위율은 이러한 형사법과 처벌의 흠결을 막는, 즉 범죄로 인식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이 없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정[情]과 사리[理]’로 처벌하기 위한 그야말로 관습에 근거한 일반적 처벌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실록에 나타나는 사례를 분석하면 불응위율은 주로 다음의 경우에 적용되었다. ① 관인(官人)이나 개인 사이의 무례·비도덕적(無禮·非道德的) 경범죄(輕犯罪), ② 왕실 내지 국가에 대한 무례, ③ 관리들의 근무 기강, ④ 행정 규제 등. 국전(國典)에서 대명률의 ‘불응위’조를 적용할 것을 분명히 명시한 것은 『신보수교집록(新補受敎輯錄)』에 24건, 『속대전(續大典)』「호전(戶典)」에 3건 등 모두 27건이 보인다. 『신보수교집록』은 「호전」 5건, 「예전(禮典)」 2건, 「병전(兵典)」 2건, 「형전(刑典)」 14건, 「공전(工典)」 1건이다. 개별 항목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형전」 금제(禁制)로 모두 9건으로 1/3을 넘는다. 적용의 특징은 처벌 대상이 대부분 관리나 서리 등이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규정은 모두 5건에 불과하다. 관리들에게 특정한 행위를 명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은 관리를 처벌하는 것은 이미 대명률에서 상정하고 있는데, 「이율(吏律)」 공식(公式)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응위조에 따른 처벌을 예정하고 있는 것은 조문의 성격상 처벌이 용이하며 또 법정형이 가볍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불응위는 행위의 정도에 따라 태 40과 장 80, 두 종의 형벌을 예정하고 있는데, 태 40은 3건이며 나머지는 모두 장 80이다.

변천

불응위율은 『당률소의(唐律疏議)』「잡률(雜律)」 불응득위(不應得爲)조에 규정되어 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율문] 무릇 해서는 안 되는데 한 자는 태형 40대에 처한다(이는 율·령[律·令]에 조문은 없으나 이치상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한다). 이치상 그 사안이 무겁다면 장형 80대에 처한다.

[소의] 모든 경범죄(輕犯罪)는 (법에) 저촉되는 것이 다양하여 법[金科玉條]이 모두 다 포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율과 령에 해당 조문이 없어 만약 경중(輕重)이 서로 분명하지 않아(권 5, 名例 50) 유추(類推: 比附)할 조문이 없으면 임시로 처단하되 그 정상을 헤아려 죄를 주어야 하고, (또) 빠진 것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이 조문을 두었다. 정상이 가볍다면 태형 40대에 처하고, 사안이 이치상 무겁다면 장형 80대에 처한다. 즉 입법 취지는 범죄는 많지만 법에서 이를 모두 규정하여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일차적으로는 인률비부(引律比附), 즉 유추 해석으로 이를 처벌하고, 유추할 조문조차 없을 때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이어서 『대명률강해(大明律講解)』 「형률」 잡범 불응위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무릇 마땅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한 자는 태 40에 처하며(율·령[律·令]에는 해당하는 조문이 없으나 이치상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사리(事理)가 무거운 경우에는 장 80에 처한다." 그리고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에서는 이를 "무릇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일을 하면 태 40에, 사리가 무거우면 장 80 하올 일"로 풀이하였으며, 『대명률부례(大明律附例)』에서는 취지를 "이 조문은 여러 조문의 미비한 것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경국대전주해[후집](經國大典註解[後集])』에서는 『경국대전』「호전」 잡령의 "이익을 꾀하여 흥정하여 팔면서 즉시 납부하지 않는 자는 율에 따라 엄하게 다스린다."를 "불응위죄 중 사리가 무거운 경우에 해당하며 장 80에 처한다."로 풀이하였다. 당률에 연원을 둔 불응위율은 명률에서도 내용이 변하지 않았으며,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서구의 죄형 법정주의에 바탕을 둔 형법전을 편찬할 때 부분적인 변동이 있었다. 일본의 영향 아래에 작성된 1896년의 『형법초안(刑法艸案)』과 복고주의 분위기에서 작성된 1902년의 『형법초(刑法草)』에서는 불응위율은 규정되지 않았다. 대한제국 최고·최대의 입법 사업인 1905년의 『형법대전(刑法大全)』에는 "제678조 應爲치 못 事 爲 者 笞40이며 事理 重 者 笞80에 處이라."고 대명률과 동일하게 규정되었다. 1908년 7월 법전조사국(法典調査局)의 주도로 『형법대전』 680개 조문 가운데 290여 개 조를 대폭 삭제·수정하는 개정을 할 때에도 불응위율은 삭제되지 않았다.

1910년 한국을 병합한 일본은 1912년 3월 『조선형사령(朝鮮刑事令)』(制令 11)의 시행으로 일본 형법이 의용(依用)되었고, 조선형사령 부칙(附則) 제41조에 따라 『형법대전』이 폐지됨에 따라 불응위율은 폐지되었다.

의의

불응위율의 적용 실태를 보면 원래의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운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원래는 법전에 규정되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는 행위를 인정이나 사리에 비추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취지이다. 그런데 조선에서는 형벌이 가벼워 관리들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으로 활용되었다.

참고문헌

  • 『대명률강해(大明律講解)』
  • 『대명률직해(大明律直解)』
  • 『대명률부례(大明律附例)』
  • 김택민, 『중국고대 형법-당제국의 형법 총칙-』, 아카넷, 2002.
  • 任大熙·金鐸敏 主編, 『譯註 唐律疏議-各則(下)』, 한국법제연구원, 1998.
  • 鄭肯植, 「大明律의 罪刑法定主義 原則」,『서울대학교 법학』49-1,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8.
  • 鄭肯植·田中俊光·金泳奭 역주, 『經國大典註解』, 한국법제연구원, 2009.
  • 조지만, 『조선시대 형사법-대명률과 국전-』, 경인문화사,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