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전(亂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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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공식 상인 및 거래물품 등록 대장인 전안(廛案)에 등록하지 않고 물건을 파는 가게 혹은 상행위.

개설

난전(亂廛)은 허가하지 않은 가게라는 의미로 쓰이는데, 정부가 만들어 상인에게 공랑세(公廊稅)를 받고 빌려주는 시전(市廛)과 반대 개념으로 쓰인다. 나아가 국역을 부담하는 육의전과 시전상인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금난전권을 어기고 마음대로 상행위를 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따라서 난전은 시전 상인들의 활동에 심각한 위협을 주었던 사상(私商)의 등장과 관련하여 나타난 역사적 용어이다.

내용 및 특징

난전은 시전 상업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시전상인은 정부가 만든 시전을 사용하는 대신 일종의 점포 임대료인 공랑세를 내야 했다. 또한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관수품을 조달하고, 정부에서 쓰고 남은 각종 물품을 불하 받아 재판매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시전상인은 상업활동에 대한 세금을 부담하는 차원을 넘어 점차 국역(國役)의 부담을 지게 되었다. 육의전은 이러한 시전 가운데 국역 부담률이 높은 시전이었다. 이에 시전 상인들은 같은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일정한 동업자 조합을 이루고 그들의 상권을 보호하였다.

시전 체제를 어지럽히는 가게나 상업 행위를 하는 난전은 조선전기에도 있었지만 그리 커다란 사회문제는 되지 않았다. 시전 이외의 사상이 많이 생기고 급기야 시전상인과 경쟁이 치열히 전개되기에 이른 것은 17세기 무렵부터이다. 양란을 겪고 난 이후 농촌인구가 도시로 몰려들어 도시 상업인구가 증가했다. 또한 사상에 의한 외국 무역이 발달하여 국내 상업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금속화폐가 전국적으로 유통되면서 상업 발전을 더욱 촉진시켰다. 이에 시전과 사상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전은 금난전권으로서 그들의 특권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변천

금난전권(禁亂廛權)은 특정 시전이 정부로부터 독점 매매권을 얻은 상품을 다른 시전 상인이나 사상이 매매하는 경우, 독점 매매권을 얻은 상인이 그 상품을 압수하고 그 상인을 정부에 고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금난전권은 처음에는 육의전에게만 주어졌으나 정부가 국역을 받아들이는 시전의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일반 시전에게도 점차 확대되어 갔다.

그런데 금난전권의 권한이 인정되자 이제 시전도 난전으로 취급받는 경우가 생겨났다. 즉 시전상인이라도 자신의 판매물종이 아닌 물품을 취급하다가 발각되면 난전으로 처벌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상들은 시전이 독점한 물건 이외의 상품을 개발하여 판매독점권을 얻어내고 금난전권을 행사하였다. 조선 정부가 재정적인 도움을 얻기 위하여 새로운 시전의 개설을 계속 허가함으로써 시전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였다. 담배 시전은 엽초전 하나밖에 없었는데, 1742년(영조 18)에 담배 잎을 썰어서 파는 절초전(折草廛)이 생기면서 2개로 늘어났다. 일부 난전이 조선 정부에게 왕이 거둥할 때 필요한 잡역군의 임금을 대신 부담하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원래 메주를 파는 시전은 없었다. 그러나 1747년(영조 27) 일부 사상이 도로 공사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조건을 내걸고 훈조전(燻造廛)을 설립하였다.

새로운 시전의 성장은 사상이 새로운 특권상인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러나 도시민들의 생활품 대부분이 시전 상인의 독점적 상품이 되어가는 상황은 도시의 유통질서를 크게 위협하는 것이었다. 이에 18세기 중엽부터는 시전의 독점 판매권 즉 금난전권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일어났다.

육의전 이외의 시전은 전안에 등록된 물종이 아니라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난전의 상행위를 인정하는 조처를 통공이라 한다. 이 조처는 1791년(정조 15) 신해년에 실시되었으므로 이를 신해통공이라 부른다. 통공 정책은 시전의 특권 상업에는 큰 타격이었으나 영세 상인과 도시 빈민들에게는 큰 혜택을 준 것이었다. 통공 정책이 실시된 이후 독점권을 잃은 시전 상인들은 육의전에 포함되거나 그 수를 늘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세기 세도 정치기에도 몇몇 예외적인 경우는 있으나 육의전 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려는 기조는 유지되었다.

신해통공 이후 모든 시전의 금난전권이 철저히 폐지되고 모든 상품이 완전히 자유 매매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도시 상업계는 특권 상업체제가 점차 해소되고 사상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져 간 것은 사실이다. 난전은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존재들이었다.

참고문헌

  • 『경국대전(經國大典)』
  •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 『대전회통(大典會通)』
  •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 강만길, 『조선후기 상업자본의 발달』, 고려대출판부, 1973.
  • 고동환, 『서울상업사』, 태학사, 2000.
  • 오성, 『조선시대 상인 연구』, 일조각, 1989.

관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