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3년(세조 9) 세조가 며느리 정빈(→소혜왕후→인수대비)을 위해 지어준 정빈궁이 덕수궁의 시초이다. 정빈은 남편 의경세자가 죽은 후(1457) 궁궐을 나와야 했는데, 세조가 거처를 마련해 준 것이다. 그러나 정빈은 아들 성종이 왕이 되자 다시 궁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정빈궁은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집이 되었다.
그후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에서 돌아와(1593) 이 집에 머물면서 이곳은 정릉동(貞陵洞) 행궁(行宮)이라 불렸고, 왕이 거처하는 궁궐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광해군은 정릉동 행궁에서 즉위하였고(1608), 그 후 이 곳을 ‘경운궁’이라 이름하였는데(1611), 인목대비를 이곳에 가두었을 때에는 ‘서궁’으로 낮추어 불렀다(1618). 광해군을 축출한 인조도 이 궁의 별당에서 즉위하였다(1623).
인조 즉위 후, 경운궁은 왕의 거처로 사용되지 않았다. 다만, 영조가 선조들의 역사가 깃들인 이 궁궐에 관심을 가져, 궁호를 써서 걸게 하였으며, 경운궁에 대한 시를 짓기도 하였다.
1897년 2월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서 이곳으로 환궁하고 황제로 즉위하였으며, 1904년에는 대규모 화재가 일어나 여러 건물을 새로 지었다. 1907년 순종이 황위에 오르고 이름을 덕수궁으로 바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