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례 다음 차례로 조(俎)를 올리는 진찬(進饌)을 행하였다. 그 직전에 축사들이 모혈반을 거두어 조계(阼階)에서 재랑(齋郞)에게 주어 내보낸다. 축사는 종묘 안에서 여러 일을 주관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재랑에게 전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모혈을 거두고 나서 조를 올리는 것은 신에게 희생의 안팎이 선함을 이미 고하였기 때문에, 선한 희생을 드디어 올리게 되는 것이다. 또 간료를 모혈보다 먼저 물리는 것은 진찬하기 전에 신령을 부르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었다.
진찬은 궤식례(饋食禮)의 한 절차이다. 궤식의 궤는 궤헌(饋獻), 곧 신령에게 음식을 드려 대접한다는 말이며, 식은 숙조(熟俎)와 서직(黍稷)을 말한다. 주례 「변인(籩人)」의 정현의 주에, 궤식은 익힌 음식을 바치는 것이라 하였다. 의례에는 특생(特牲)궤식례와 소뢰(小牢)궤식례가 있는데, 이것은 모두 제후의 대부와 사의 제례이다. 이때에는 강신을 하지 않고 희생도 바치지 않으며, 익힌 음식을 바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모두 궤식례라 하였다.
예기 「교특생」에서는 ‘바로 주인에게 제사하고 축원한다’는 글의 주에, 익힌 음식을 바치는 때라 하였다. 이것은 특생·소뢰궤식에서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때의 ‘바로’라는 직(直)은 바르다는 정(正)의 뜻이다. 제사에는 익힌 것으로 하는 것이 바르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사에는 성혈(腥血) 등을 올리는데, 이것은 공경하는 마음을 다하는 것일 뿐이었다. 혈과 성은 상고 시대의 제의에 올렸던 것으로서, 본래 향유하거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다만, 그 유제를 계승하여 성경(誠敬)의 도리를 다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익힌 음식을 바치는 것을 정제(正祭), 곧 바른 제사라고 칭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대·중·소사에서의 정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종묘제례에서의 궤식은 진찬부터 삼헌까지의 제반 절차를 포함한다. 진찬은 곧 천조(薦俎)를 가리킨다. 천조 직전에는 모혈반을 물리고, 초헌 직전에는 쑥과 서직을 태우는 의절이 있다. 따라서 음식을 차려놓는 것이 진찬이며, 그 이후 신령이 음식을 흠향하는 가운데 세 차례에 걸쳐 술을 올리니, 궤식은 진찬과 흠향을 모두 포함하는 절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