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광무 8년) 2월 29일에 덕수궁 화재사건이 발생하여 서북쪽 권역을 제외한 궁궐 거의 전역이 전소되었다. 그 결과 중화전, 중화문을 비롯한 주요 목조 건물들이 대부분 소실되었다. 원래 남아있던 2채인 즉조당과 석어당도 이때 소실되었다. 화제 직후 고종은 황실 도서관 건물로 사용하던 ‘수옥헌(漱玉軒)'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후 경운궁 주요부를 완전히 복구하기까지 고종은 수옥헌을 침전 겸 편전(사무실)으로 사용했다. 같은 해에 순명황후(순종의 첫 번째 비)가 수옥헌 영역의 강태실에서 승하했다. 이후 1907년(광무 11년)에 고종이 강제퇴위당하고 순종이 즉위할 때까지 만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사실상 대한제국 황궁 그 자체로서 기능했다. 수옥헌에서 중명전으로 이름을 바꾼 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중명전 이름이 공식 기록에서 처음 등장하는 시기가 1906년(광무 10년) 11월(음력 9월) 이후인 것을 보아 그 무렵에 바꾼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