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연회장 또는 그가 커피를 즐겨 마셨던 휴식용 정자로 알려진 정관헌의 이미지는 1930년대 초 일제에 의해, 그리고 해방 이후 1970년대 실제 끽다실, 예식장 등으로 쓰이면서 만들어졌다. 2000년 이후 덕수궁 정관헌에서 고종황제가 연회를 열고, 커피를 즐겨 마셨다는 이미지에 기반한 문화행사들이 열리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이었던 2017년 가을, 서울 중구청의 정동야행 공연프로그램 <대한제국 공사 접견례>는 덕수궁 정관헌의 홀을 무대로 외국 사신들이 고종황제를 접견하고 연회를 즐기는 장면을 재현하였다. 덕수궁관리소의 고궁문화 행사 <정관헌에서 명사와 함께>는 2009년부터 2017년 봄까지 ㈜ 스타벅스 코리아의 후원으로 참가자들에게 무료 커피를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최근 일제 강점기 궁내부 이왕직에서 덕수궁 중심 권역 166채의 건축물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인 『덕수궁원안』(1915)이 소개되면서 정관헌의 실제 용도가 고종의 서재와 황실 가족의 사적 공간으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하였다. 『(고종어진순종예진)어진도사도감의궤』와 같은 공적인 기록에 따르면, 1902년 2월 10일부터 5월 18일까지 총 54회 고종황제와 황태자가 정관헌에 머물기도 하였다. 고종황제의 어진과 황태자의 예진을 도사하기 위해서였다. 『매일신보』 1920년 5월 15일 기사에 따르면, 영친왕_이은이 애기였을 때 고종은 옥교를 타고 애기와 함께 여름날의 더위를 잊기 위해 정관헌을 찾았다고 한다. 정관헌은 고종의 서재로서 커피향이 퍼졌을 수도 있고, 황실 가족의 피서지로, 또 황실 가족의 저녁식사에 친분이 두터운 외국 공사나 선교사가 초대되었을 수도 있다. 덕수궁_정관헌의 실제 용도를 둘러싼 상상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