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공주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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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공주 설화

1919년 동경제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무라야마 지준은 조선총독부 촉탁으로 조선사회사정 조사를 담당하면서 1941년 귀국할 때까지 한국의 민간 신앙에 대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남겼다.

그가 채록한 계산공주 설화 전문은 다음과 같다.

“백제 말 의자왕의 왕녀에 계산이라는 미인이 있었다. 이 왕녀는 어려서부터 검법을 좋아하여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남해의 여도사로부터 신술을 배워 능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용병기(自勇兵器)라는 무기를 만들어 스스로 천하무적이라 하였다.

이 무기는 철로 만든 활과 칼인데, 여기에 神將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 무기를 사용할 때에는 공중을 향해 주문을 외우면, 갑자기 많은 군사가 나타나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났다.

신라가 당나라의 소정방과 군을 합세하여 백제를 침공해 오자 그녀는 한 마리의 학(까치의 오역)이 되어 신라의 진중을 정찰하러 왔다. 그런데 신술에 능통한 신라의 명장 김유신에게 발각되어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

그녀가 유신으로부터 풀려나 귀국하여 부왕에게 신라와 화목하도록 권하여도 부왕이 듣지 않자 자신이 만든 자용병기를 버리고(또는 부수고) 부소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계산 공주 설화는 ‘민간신앙 제3부 조선의 무격巫覡(1932)’에 수록돼 있다. 또한 ‘삼국유사’와 ‘동경잡기’에도 관련 내용이 짧게나마 언급돼 있다고 한다.

신라에 대한 복수 위해 검법 배운 계산 공주…“천하무적” 자처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융합고고학과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계산공주 설화 구성 분류에서 공주가 검법을 배우려고 한 동기, 즉 욕망 설정이 기(起)에 보이지 않는다. 공주가 단순히 검법을 좋아했다는 것은 스토리 진행상 단조롭다”며 “생전에 명성이 자자했던 백제 성왕이 신라와의 전쟁에서 순국한 사실을 상기하는 게 좋다. 비천한 말먹이는 노비에게 참살당한 성왕의 머리는 신라의 북청 계단 밑에 묻혔다. 신라인들은 성왕의 머리를 밟고 다니면서 약진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백제와 신라는 구수(仇讎: 원한이 사무처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나 집단) 관계로 돌변했다. 성왕을 이은 위덕왕무왕 그리고 의자왕대 백제의 숙원은 신라에 대한 복수였다”고 설명했다.

계산 공주 역시 비록 여자였지만 검법을 배워 신라에 복수해 선왕들의 원한을 갚겠다고 다짐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계산 공주가 “부소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는 기록에 대해서는 “백제 왕궁의 배후산인 부소산이라기보다는 깊은 산중으로 보아야 맥락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여군 제공: 부소산 낙화암 백화정) 계산 공주가 “부소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는 기록에 대해서는 “백제 왕궁의 배후산인 부소산이라기보다는 깊은 산중으로 보아야 맥락이 맞다”고 주장했다. (부여군 제공: 부소산 낙화암 백화정) 이 교수는 자용병기(自勇兵器)와 관련 “문자 그대로 ‘저절로 용맹해지는 병기’라는 뜻이다. 알아서 잘 싸워주는 무기였다”며 “자용병기는 낙랑의 소위 자명고(自鳴鼓)처럼 백제를 지켜주는 보물이었다. 백제의 강성을 웅변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찢어진 자명고와 부서진 자용병기는 낙랑과 백제의 멸망으로 각각 이어지게 했다. 이러한 점에서 양자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융합고고학과 교수는 또 “공중을 향해 주문을 외우면, 갑자기 많은 군사가 나타나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났다”는 설화의 내용에 대해서도 “보편성을 띠고 있다”고 진단한 뒤 ▲톨스토이 단편선 ‘이반 일리치의 죽음’ ▲애니메이션 ‘타란의 대모험’ ▲문무왕릉비문 ‘군낙어천(軍落於天)’ 등을 그 실례로 거론했다.

계산 공주가 “부소산으로 자취를 감추었다”는 기록에 대해서는 “백제 왕궁의 배후산인 부소산이라기보다는 깊은 산중으로 보아야 맥락이 맞다”고 주장했다.

계산 공주는 백제 판 뮬란…“소재 빈곤 벗어나 적극 활용 가능”

이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1998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크게 성공한 ‘뮬란(Mulan)’을 계산 공주 콘텐츠의 활용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뮬란의 원 소재는 ‘목란시(木蘭詩)’로, 송대(宋代) 곽무천(郭茂倩)이 지은 ‘악부시집(樂府詩集)과 같은 시기 집성한 ’문원영화(文苑英華)‘에 수록돼 있다는 것.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① 목란은 원정군에 참여하라는 군첩을 받은 병약한 아버지를 대신해 남장을 하고 출정한다. ② 목란은 무려 12년간에 걸친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③ 큰 공훈을 세우고 개선한 그녀에게 ‘상서랑’이라는 고관 벼슬이 주어졌지만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④ 목란이 고향집으로 돌아와 다시 여성이 되어 가족들과 기뻐하는 반가운 재회의 시간을 갖는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계속해서 이 교수는 “분명한 것은, 나라를 구하려고 했던 구국의 영웅으로서 계산 공주의 역할이 확실히 돋보이는 행적이었다”고 평가한 뒤 “실기와 패망에 따른 여한이 공주를 주체로 한 서사구조를 탄생시킨 배경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공주이지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소 무예를 배웠고, 전쟁에서 용전분투하는 장면은 통쾌함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평화의 아이콘이었던 계산 공주 이야기를 통해 백제에 대한 자긍심을 빠르게 배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제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소재 ▲백제문화제를 비롯한 관련 소재 발굴과 개발 차원에서도 큰 의미 ▲소재 빈곤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 등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