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림(徐林)이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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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림(徐林)이 / 김사인

괴로웠겠지

배신이 식은 밥 물말아 먹듯 쉬운 일은 아니므로

어쩔 수 없는 두려움 앞에서 자신이 미치게 모멸스럽기도 했겠지

가장을 기다려 풀죽어 있을 아내와 새끼들 생각에

호젓한 곳을 찾아 피눈물도 쏟았으리

낯두껍게 뻔뻔스럽지 못하여

차라리 비굴을 택했던가

삼강과 오륜의 허망함을 알았다 하나

아사리판 세월에

지닌 건 다만 먹물 몇 방울

거친 산도적들 틈에 몸을 던진 것은

사내의 호기가 아니라 도피가 아니었더냐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서림이를 생각한다

그 비굴과 눈물겨운 교활함을

욕만 해서는 안 될 일 같아서

마침내 비명횡사하는 서툰 배신의 끝을

개운해해서만은 안 될 일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