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설화
목차
비둘기를 물리친 장님
어리석은 형과 슬기로운 동생
상좌승이 사승을 속인 사건
물 건넌 중
○ 어떤 중이 과부를 꾀어 장가들러 가는 날 저녁에 상좌가 속여 말하기를, “가루 양념과 생콩을 물에 타서 마시면 매우 양기(陽氣)가 좋아집니다.” 하니, 중이 그 말을 믿고 그대로 하였다. 그런데 과부집에 갔더니, 배가 불러 간신히 기어서 들어가 휘장을 내리고 앉아 발로 항문을 괴고 꼼짝하지 못하였다. 조금 있다가 과부가 들어왔으나 중이 꿇어앉아서 움직이지 못하였다. 과부가 말하기를, “어찌 이처럼 목우(木偶 나무로 만든 인형) 모양을 하고 있습니까.” 하며 손으로 잡아 끄니, 중이 땅에 엎어지면서 설사를 하여 구린내가 가득 찼으므로 과부는 매를 때려 내쫓았다. 밤중에 혼자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흰 기운이 길을 가로질러 있었다. 중이 시냇물로 생각하고 옷을 걷어올리고 들어가니 가을 보리꽃이었으므로 중은 성이 났다. 또 흰 기운이 길을 가로질러 있는 것을 보고, “보리밭이 나를 속이더니 또 보리밭이 있구나.” 하고, 옷을 걷어올리지 않고 들어가니 그것은 물이었다. 중은 옷이 모두 젖은 채 다리 하나를 지나가는데 아낙네 두어 명이 시냇가에서 쌀을 일고 있었다. 중이, “시큼시큼하구나.” 하였는데, 대개 이 말은 오는 길에 낭패하고 수고함을 형용함이다. 아낙네들은 그 까닭을 모르고 모두 와서 길을 막으며, “술 담글 쌀을 이는데 어찌 시큼시큼하다는 말을 해요.” 하고, 옷을 다 찢고 중을 때려 주었다. 해가 높이 뜨도록 얻어 먹지 못하고 중은 배가 고파 참을 수 없어서 마를 캐어 씹고 있으니, 갑작스레 웃고 외치는 소리가 났는데 그것은 수령의 행차였다. 중은 다리 밑에 엎드려 피하고 있으면서 가만히 생각하기를, “이 마가 매우 맛이 있으니 이것을 수령에게 바치면 밥을 얻을 수 있겠는데.” 하고, 수령이 다리에 이르자 중이 갑자기 나타나니 말이 놀라 수령이 땅에 떨어졌으므로 크게 노하여 매를 때리고 가버렸다. 중이 다리 옆에 누워 있었더니, 순찰관 두어 명이 다리를 지나가다가 보고, “다리 옆에 죽은 중이 있으니 몽둥이질하는 연습을 하자.” 하고, 다투어 몽둥이를 가지고 연달아 매질하였다. 중은 무서워서 숨도 쉬지 못하다가 한 사람이 칼을 빼어 들고 다가오며 말하기를, “죽은 중의 양근(陽根)이 약에 쓰일 것이니 잘라서 쓰자.” 하므로 크게 소리 지르며 달아나서 저물녘에야 절에 도착하니 문이 잠겨 들어갈 수가 없었다. 소리를 높여 상좌를 불러, “문 열어라.” 하니 상좌가, “우리 스승은 과부집에 갔는데 너는 누구이기에 밤중에 왔느냐.” 하고, 나와 보지 않았다. 중이 개구멍으로 들어가니 상좌가, “뉘 집 개냐. 간밤에 공양할 기름을 다 핥아 먹더니 이제 또 왔느냐.” 하고, 몽둥이로 때렸다. 지금도 낭패하여 고생한 사람을, “물 건넌 중”[渡水僧]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