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음악의역사
대한민국에서 힙합의 시작의 시기나 음악 형태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지만, 힙합을 주로 이루는 랩(Rap) 음악을 처음으로 선보인 대한민국의 가수는 록 그룹 출신으로 힙합과는 무관한 가수인 홍서범이 1989년에 발표한 〈김삿갓〉이다. 브레이크 비트(Break beat)위에 음표가 전무하고 모든 가사가 빠른 랩으로 진행되는 이 곡을 대한민국 랩의 시초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미국에서 태동하여 유행하던 음악을 홍서범이 시도한 것으로, 힙합을 하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업한 곡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유행하던 랩 음악을 따라했고, 곡의 형태도 랩의 요소가 첨가되어있다. 그러나 이 곡에 대한 중요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던 현진영과 나미도 랩 댄스라는 장르를 통해 대한민국 랩 음악 초기를 이끌었다. 특히 나미는 1989년에 발표한 자신의 히트곡인 〈인디언 인형처럼〉을 1990년에 리믹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싱글 음반을 발매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 장르를 접목시켰는데, 그 중 가장 알려진 곡은 신철의 랩이 삽입된 랩 버전의 리믹스 곡이다. 또한 대한민국 대중가요에서 리믹스라는 개념을 도입해 신성한 충격을 주었다. 또한 나미는 리믹스 버전에서 랩을 했던 신철의 소속팀인 붐붐과 함께 방송활동을 하며 나미와 붐붐을 결성했고, 랩퍼와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독특한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랩과 리믹스라는 장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신철의 영향을 받는 등 대한민국의 초기 랩 음악의 출발선을 끊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랩을 가요에 접목시킨 새로운 시도들이 선보여졌다. 1992년 여고생 가수였던 박준희가 리믹스 앨범 〈눈 감아봐도II〉 에서 여자가수로는 처음으로 랩을 선보였으며 015B는 두 번째 음반에서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서 속삭이는 듯한 랩 스타일인 슬로우 랩으로 모든 가사를 랩으로 풀어내었고, 신해철이 이끈 록 밴드 넥스트도 첫 정규 음반 Home에서 비판적인 내용의 영어 랩을 선보이는 등 랩과 가요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였다. 특히, 이 그룹의 리더인 신해철은 넥스트 결성 이전에도 1990년 1집 《Tea Time》수록곡 중 `안녕`이란 곡과 1991년 2집 《Myself》 수록곡 `50년 후의 내 모습`을 통하여 영어랩을 선보인 바가 있다. 또한 이 2집 앨범에서는 `재즈 카페`, `나에게 쓰는 편지`란 곡에 나레이션 랩을 추가하기도 했다.[3] 훗날 업타운로 활동하게 되는 정연준은 랩 뿐만 아닌 흑인 음악을 전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연구해 이국적인 스타일이 담긴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랩퍼 두 명과 보컬 한 명으로 구성되어 전형적인 랩 그룹의 모습을 갖추고 대한민국 내에 힙합을 뿌리내리기 시작한 DJ DOC도 활동 초기에는 대중 가요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였으나 차츰 힙합 특유의 풍자적인 가사나 강한 개성을 내세워 The Life... Doc Blues 5%같은 명반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어 랩의 완성도와 라이밍(Rhyming) 등 기술적인 부분은 상당히 부족했기 때문에 흑인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힙합의 영향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와 음악 활동을 하는 재미교포 가수들의 비중이 커졌다. 솔리드의 이준, 업타운의 카를로스, 스티브, 그리고 타샤(t, 윤미래), 드렁큰 타이거 등이 가요계에서 활약했지만, 한국어 랩은 극히 드물었던 대신 세련되고 발전된 영어 랩을 내세워 대한민국에서 랩 음악은 물론 전반적인 힙합이라는 장르를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