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세심재(洗心齋)
DH 교육용 위키
春風三月客登臨 (춘풍삼월객등림) 봄바람 삼월에 나그네로 와서 보니,
山有寒泉可洗心 (산유한천가세심) 산에는 샘물 있어 내 마음을 씻을 만 해.
物累都將隨爾去 (물루도장수이거) 쌓인 허물 모두 다 너를 따라 보내노니,
淸閑世界廣披襟 (청한세계광피금) 맑고 한가한 경계로 마음이 넓어지네.
○ 세심재(洗心齋)는 행궁에 있는데 이곳에는 샘물이 맑고 깨끗하다.
○ 서하(西河) 이민서(李敏叙)의 시는 다음과 같다.
閒步到池亭 (한보도지정) 산보하며 못의 정자에 이르니
雨餘山色靑 (우여산색청) 비 온 뒤에 뫼 빛이 푸르구나.
幽花開戶賞 (유화개호상) 지게문 열어서 그윽한 꽃 감상하니
怪鳥隔簾聽 (괴조격렴청) 괴이한 새소리는 발을 격해 즐겁구나.
正好披書卷 (정호피서권) 책을 펴서 읽는 것이 무척이나 좋으니
端宜養性靈 (단의양성령) 마음을 기르는 일 단정하게 어울리네.
蕭然坐終日 (소연좌종일) 쓸쓸하게 앉아서 하루를 보내자니
松影轉空庭 (송영전공정) 소나무 그림자가 빈 뜰에 비춰지네.
○ 회헌(悔軒) 조관빈(趙觀彬)의 시는 다음과 같다.
河翁所營亭 (하옹소영정) 물가의 늙은이 살고 있는 정자에
閱劫宛丹靑 (열겁완단청) 오래도록 완연한 단청이라네.
廉節淸泉見 (렴절청천견) 청렴과 절개는 맑은 샘이 보고 있고
仁聲老樹聽 (인성로수청) 인자한 소문은 늙은 나무가 듣는구나.
無能今海帥 (무능금해수) 지금의 바다에는 장수가 없으니
有愧此山靈 (유괴차산령) 이 산의 신령에게 부끄러움 있다네.
只喜詩添料 (지희시첨료) 시를 지어 이 내 마음 즐겁고 기쁜데
花泉雨過庭 (화천우과정) 샘물에 꽃이 지니 뜰에 비 지나네.
○ 서하(西河) 이민서의 시는 다음과 같다.
築室兩崖間 (축실량애간) 두 언덕 사이에 살 집을 지으니
前有淸泉流 (전유청천류) 맑고 맑은 샘물이 앞으로 흐르네.
水石媚閒娟 (수석미한연) 물과 돌은 어여쁘고 고우니
松竹亦翛翛 (송죽역소소) 솔과 대는 날개치듯 흔들리네.
雖非隱遯居 (수비은둔거) 은둔해서 사는 것이 아무리 아니더라도
宛似山林幽 (완사산림유) 산림의 그윽한 건 분명한 사실이네.
居留職事簡 (거류직사간) 벼슬할 때에는 간소하게 일처리하고
公退時獨遊 (공퇴시독유) 공직에서 물러서는 때때로 홀로 노니네.
和風入簾帷 (화풍입렴유) 발 휘장으로 온화한 바람이 들어오고
明月烱林邱 (명월경림구) 숲에서는 밝은 달이 더욱 더 빛나네.
蕭然愜淸賞 (소연협청상) 쓸쓸히 맑은 것을 기뻐하여 감상하니
却忘羈旅憂 (각망기려우) 나그네 근심조차 모든 것 잊게하네.
遇地便自得 (우지편자득) 이곳에 살면서 스스로 만족하니
攸攸何所求 (유유하소구) 한가로이 지내면서 무엇을 구하리요.
○ 또 그의 시는 다음과 같다.
秋蟬送客兩三聲 (추선송객량삼성) 가을 매미 울음소리에 손님을 배웅하고
雨後寒川決決鳴 (우후한천결결명) 차갑게 흐르는 건 비온 뒤의냇물이라네.
着處宜鴻留指瓜 (착처의홍류지과) 손짓에 맞추어서 기러기는 머물고
小塘明月獨閒淸 (소당명월독한청) 못에 밝은 달만이 한가롭고 맑구나.
○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의 시는 다음과 같다.
莫以官留閙 (막이관류뇨) 관직에 있으면서 싸우려하지 말아라
洗心良在玆 (세심량재자) 마음을 씻는 것은 진실로 이곳이라네.
春陰滋露井 (춘음자로정) 봄의 그늘은 노정에 드리웠고
夜雨滴苔池 (야우적태지) 밤에 내린 비는 이끼 낀 못을 적시네.
隱几寥天近 (은궤요천근) 안석에 기대니 하늘이 가깝고
扶藜遠壑意 (부려원학의) 지팡이를 짚으니 먼 곳으로 가고 싶네.
逢君成伴宿 (봉군성반숙) 그대 만나 짝이 되어 잠을 자니
詩興滿床帷 (시흥만상유) 시의 감흥은 침상 휘장에 가득하네.
○ 회헌(悔軒) 조관빈의 시는 다음과 같다.
世路危如彼 (세로위여피) 세상사 위험하긴 이것과 같지만
官齋靜若玆 (관재정약자) 관사라고 하는 것은 고요하기 이와 같네.
雜花園接砌 (잡화원접체) 동산의 섬돌에는 가지가지 꽃피우고
活水井通池 (활수정통지) 우물은 못과 통해 물길을 내었구나.
滯跡窮溟想 (체적궁명상) 발자취를 머물고서 생각을 깊이 하니
逃身絶峽疑 (도신절협의) 끊어진 협곡으로 이 몸을 숨긴 듯.
洗心無物累 (세심무물루) 마음을 씻고서는 외물에 관심 없고
閒僻欲書帷 (한벽욕서유) 한가로운 깊은 곳에서 책 읽으며 살려하네.
○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의 시는 다음과 같다.
海國茫茫雨 (해국망망우) 바다 나라에 아스라이 비 내리다
晴來湛一池 (청래담일지) 맑게 개니 온 못이 넘치네.
閒齋有白日 (한재유백일) 한가로운 세심재엔 해가 빛나고
好鳥自高枝 (호조자고지) 높은 나뭇가지에 새소리가 좋구나.
事外遙山綠 (사외요산록) 세사 밖에는 먼산이 녹색이고
眠中細草滋 (면중세초자) 잠을 자는 도중에는 가는 풀이 자라네.
蕭然賓主意 (소연빈주의) 손과 주인의 쓸쓸한 뜻은
漫興五言詩 (만흥오언시) 오언시를 지어서 흥을 돋우네.
○ 회헌(悔軒) 조관빈의 시는 다음과 같다.
營內猶深壑 (영내유심학) 진영 안에는 오히려 골이 깊고
齋前有小池 (재전유소지) 세심재 앞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네.
托襟林鳥語 (탁금림조어) 숲 속의 새 소리에 소매를 떨치고
留蹟杜鵑枝 (류적두견지) 가지에 있는 두견새에 발길을 머무네.
老去因緣重 (노거인연중) 늙어가니 인연이 소중하고
春來意味滋 (춘래의미자) 봄이 오니 그 뜻이 재미있구나.
農淵吾所仰 (농연오소앙) 농사짓는 일이란 내가 바라는 바이고
追揭卷中詩 (추게권중시) 책에서 본 시 글귀을 떠올린다네.
기행지도
인물
- 이민서(1633∼1688)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이중(彛仲), 호는 서하(西河).
- 조관빈(1691∼1757) 본관은 양주(楊州). 자는 국보(國甫), 호는 회헌(晦軒).
- 김창협(1651∼1708) 조선 후기의 유학자. 본관은 안동. 자는 중화(仲和), 호는 농암(農巖).
- 김창흡(1653∼1722) 조선 후기의 유학자. 본관은 안동. 자는 자익(子益), 호는 삼연(三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