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향합
내용
19) 향합(香盒)
주석 합에 척홍(剔紅)[1] 기법으로 자단(蔗段)[2]문양을 낸 향합에는 황향병(黃香餠)[3]·흑향병(黑香餠)[4]을 담는다.
법제한 자기 향합은 정요(定窯)나 요요(饒窯)[5]에서 생산된 제품을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부용향(芙蓉香)·만춘향(萬春香)·첨향(甜香)을 담는다.
일본 향합에는 삼자합(三子盒)[6]이나 오자합(五子盒)[7]이 있는데, 여기에는 침속향(沈速香)·난향(蘭香)·기남향(棋楠香) 등의 향을 담는다. 이외에도 향당(香撞)[8]이 또한 사용할 만하니, 여행을 할 때는 오직 일본 향당이 휴대하기에 매우 좋다. 《준생팔전》[9][10]
향합은 반드시 입구를 긴밀하게 밀봉하여 향기가 새어나가지 못하게 해야만 향이 빼어나다. 송대(宋代)에 척홍(剔紅)으로 매화 문양을 조각해 넣은 자단합(蔗段盒)이 있는데, 금이나 은을 바탕으로 삼아 오색으로 바탕에 칠(漆)을 하고 깎아내는 방법을 깊게 하거나 얕게 하면 장식하는 대상에 따라 색이 드러난다. 붉은 꽃에 초록 잎을 새기거나 중심부 문양은 황색이고 바탕이 흑색인 향합[11]은 시선을 빼앗길 만큼 볼만하다. 《동천향록》[12][13]
각주
- ↑ 척홍(剔紅):중국 송(宋)나라 칠기 공예의 일종인 조칠(雕漆) 공법의 하나로, 옻칠을 두껍게 하여 일정한 두께를 만든 다음 목판조각을 하듯 인물이나 화초를 조각하여 주홍칠(朱紅漆) 하는 공법. 조칠 공법에는 척홍(剔紅)뿐 아니라 색깔에 따라 척흑(剔黑), 척채(剔彩, 오색)·척서(剔犀)의 방법도 있다. 척서(剔犀)는 먼저 얇은 척홍을 하고 그 위에 흑칠(黑漆)을 하는 단순한 공법이다.
- ↑ 자단(蔗段):향합의 문양으로, 옆 모습이 사탕수수 모양처럼 둥근 기둥 여러 개를 나란히 엮어 놓은 듯한 모양을 말한다.
- ↑ 황향병(黃香餠):누르스름한 색에 문양이 없는 향병(香餠)으로 왕진(王鎭)이 제작한 것이 유명하다.
- ↑ 흑향병(黑香餠):거무스름한 색의 향병(香餠)으로 유학(劉鶴)이 만든 것이 유명하다.
- ↑ 요요(饒窯):중국 명(明)나라 요주부(饒州府) 부량현(浮粱縣) 경덕진(景德鎭)의 가마터.
- ↑ 삼자합(三子盒):내부에 작은 합이 3개 들어 있는 합.
- ↑ 오자합(五子盒):내부에 작은 합이 5개 들어 있는 합.
- ↑ 향당(香撞):들고 다닐 수 있도록 위에 손잡이가 달린 합[提盒] 형태의 향합. 불가에서 쓰는 향당은 3단이나 4단인 것도 있다.
- ↑ 《遵生八牋》 卷15 〈燕閒淸賞牋〉 中 “論香” ‘焚香七要’(《遵生八牋校注》, 596쪽).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3~394쪽.
- ↑ 중심부……향합:위의 주석(척홍’조)에서 설명한 척서(剔犀) 공법으로 꾸민 향합을 말한다.
- ↑ 출전 확인 안 됨
- ↑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