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향: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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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8) 향로(香爐)
옛날에는 쑥을 태워 천지신명(天地神明, 천지의 조화를 맡은 온갖 신령)에게 도달했기에 향을 피우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향로가 없었다. 지금 말하는 ‘향로’는, 모두 옛사람들이 종묘(宗廟)[1]에 제사지내던 그릇을 본떠 만든 물건이다.
‘작로(爵爐)’는 옛날의 작(爵)[2]을, ‘산예로(狻猊爐)’는 옛날의 우족두(踽足豆)[3]를, 향구(香毬)[4]는 옛날의 용가마[鬵][5]를 본뜬 향로인데, 그 유형이 똑같지 않다. 혹은 새로 주조하면서 옛 기물을 본떠 만든 향로도 있는데, 이는 박산로(博山爐)[6]로, 바로 한(漢)나라 태자궁(太子宮)에서 쓰던 것이다. 향로의 제작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동천청록(洞天淸錄)》[7][8]


작(爵)(국립고궁박물관)
두(豆)(국립중앙박물관)
향구(국립중앙박물관)













관요(官窯)[9]·가요(哥窯)[10]·정요(定窯)[11]에서 만든 향로라 하더라도 어찌 사용할 만하겠는가? 평소에 쓰는 향로로는 선동(宣銅)[12]·반동(潘銅)[13]·이로(彛爐)[14]·유로(乳爐)[15]중에서 찻잔 모양을 띠면서 크기가 큰 향로가 하루종일 사용할 만하다. 《준생팔전》[16][17]



소향로(燒香爐)에 색깔 내는 법
동청(銅靑)[18]2돈, 노사(磠砂)[19]·압취담반(鴨嘴膽礬)[20]·주사(硃砂)[21]각각 5돈을 함께 가루 낸 뒤, 좋은 쌀식초를 골고루 섞는다. 향로를 가져다가 먼저 곱고 단단한 숯의 재로 문질러 광을 내는데, 이때 긁힌 자국에 기름이 스미게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맑은 물을 사용하여 몸통을 씻어내고, 마르면 붓에 앞에서 만든 약물을 적셔서 향로에 골고루 바른다. 잠시 뒤에 향로 안에 불씨를 집어넣어 쬐면, 자연스럽게 색깔이 변한다. 불이 식으면 또 씻어내고, 약물을 바르고 불 쬐기를 수십 번 반복하면 곧 오래된 향로의 색을 띨 것이다. 만약 검붉은 반점이 생기면 색깔은 더욱 빼어나다. 만일 색깔이 좋지 않으면, 다시 재로 문질러 빛을 내고, 앞에서처럼 씻고 약물을 바른 뒤, 불에 쬔다. 《고금비원》[22]

약물을 바르기 전에, 손에 힘을 주어 몹시 힘껏 문질러야, 향로에 광택이 나서 색이 빼어나다. 《고금비원》[23]

약물을 바른 뒤에는 잠깐 동안 기다려야 하며, 기다렸다가 맑은 물로 대충 씻어 색을 제거하고, 그런 뒤에 불에 쬔다. 향로를 불에 쬔 뒤에는 손가락에 재를 묻혀, 향로의 전체 몸통을 1번씩 살짝살짝 문질러준다. 이때 향로의 입구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문지르다가, 두 귀 부분에 이르면 거듭 반복하여 문질러준다. 《고금비원》》[24]

향로에 밤껍질색을 내려면 담반(膽礬) 1돈을 더하고 가루 낸 뒤, 위의 약에 섞어서 향로에 발라가며 불에 쬐되, 향로가 밤껍질색을 띨 때까지 한다. 귤껍질 색깔을 내려면 위의 약에 봉사(蓬砂)[25]2돈을 더하고 가루 낸 뒤, 약에 섞어서 향로에 바르는데, 이때는 깨끗이 씻어내지 않는다. 《고금비원》》[26][27]



향로 관리
향로가 쥐오줌으로 얼룩지거나, 땀이 밴 손으로 만져서 더러워졌을 때는, 눈 녹은 물에 하룻밤 동안 담가 놓으면 곧 얼룩이 가신다. 《고금비원》[28][29]


각주

  1. 종묘(宗廟):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 및 추존된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왕가의 사당.
  2. 작(爵):고대에 제례에 사용되던 술잔으로, 새처럼 생긴 술잔. 준(尊)이나 이(彝)보다는 작은데, 용량은 1승 정도이다.
  3. 우족두(踽足豆):고대의 제기(祭器) 중의 하나로, 다리가 높고 대부분 뚜껑이 있는 그릇. 주로 술이나 고기를 담았다.
  4. 향구(香毬):금속으로 만든 구(毬)로, 구멍이 여럿 뚫려 있고 안에 향이 담긴 용기가 들어 있는 물건. 안의 향 용기는 입구가 항상 위를 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5. 용가마[鬵]:시루 모양의 큰 가마솥이다.
  6. 박산로(博山爐):중국의 전설 속에 신선이 산다고 전해지는 바다 위의 박산(博山) 모양을 본떠 만든 향로.
  7. 《洞天淸祿集》 “古硏辯”(《叢書集成初編》 1552, 14쪽).
  8.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89~390쪽.
  9. 관요(官窯):중국 송나라 때 변경(汴京)에 있던 가마 또는 그곳에서 제작된 도자기. 휘종(徽宗, 재위 1100~1118) 때에 조정의 명으로 도요지를 설치했으며, 송이 남쪽 항주(杭州)로 수도를 옮긴 후에는 항주 봉황산 근처에 도요지를 만들어 내사요(內司窯)라 했다. 관요의 도자기는 주로 황실과 조정에서 사용했으며 매우 매끄럽고 정밀한 품질로 유명했다고 한다.
  10. 가요(哥窯):중국 송나라 때 절강성(浙江省) 용천현(龍泉縣) 화류산(華琉山) 아래에 있던 가마 또는 그곳에서 제작된 도자기. 이 가마에서 장생일(章生一)과 장생이(章生二) 형제가 도자기를 구웠는데, 장생일의 도자기가 품질이 더 우수해서 그가 구운 도자기를 가요라 했다. 5대 명요(五大名窯)에 속한다.
  11. 정요(定窯):중국 송(宋)나라 5대 명요(名窯)의 하나로, 지금의 하북성 곡양현(曲陽縣) 간자촌(澗磁村) 일대에 있던 가마, 또는 그곳에서 제작된 도자기. 곡양현이 송대에는 정주(定州)에 속했기에 ‘정요’·‘정주요’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요는 탑기나 묘에서 나온 출토품을 통해 만당(晩唐)시대부터 백자를 제작하기 시작해 오대(五代)에 상당히 발전했고, 북송대(北宋代)에 최성기를 맞아 금대(金代)까지 지속적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국립중앙박물관, 《중국도자》, 2007, 국립중앙박물관, 102쪽).
  12. 선동(宣銅):중국 명(明)나라 선덕(宣德) 연간에 주조한 동기(銅器).
  13. 반동(潘銅):중국 명(明)나라 절강성(浙江省) 사람인 반씨(潘氏)가 제작한 동기(銅器).
  14. 이로(彛爐):술그릇인 이(彛)의 모양을 본떠 만든 향로. 향로가 없던 옛날에 고대의 동기(銅器)인 이(彛)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15. 유로(乳爐):향로 밑에 붙은 세 다리가 유두 모양인 화로.
  16. 《遵生八牋》 卷15 〈燕閒淸賞牋〉 中 “論香” ‘焚香七要’(《遵生八牋校注》, 596쪽).
  17.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0~391쪽.
  18. 동청(銅靑):구리의 표면에 슨 녹을 원료로 하여 만든 물감. 동록(銅綠)이라고도 한다.
  19. 노사(磠砂):염화암모늄의 옛 명칭. 광물의 일종으로, 일반적으로 화산이 활동한 지역에서 볼 수 있다. 화산에서 분출된 염화 암모니아 기체가 엉겨서 만들어진다. 공업과 농업 및 의약 부문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노사(鹵砂)라고도 부른다.
  20. 압취담반(鴨嘴膽礬):담반 가운데 오리 주둥이처럼 누런 빛깔이 나는 최상급의 담반. 담반은 황산구리로 이루어진 황산염 광물인데, 콩팥 모양 또는 종유(鐘乳) 모양이며 유리 광택이 나고 보통 반투명한 푸른색을 띤다. 여러 광산의 물속에서 발견되는데, 침전동(沈澱銅)의 원료 광물로서, 살충제·안료·매염제 등으로 쓰인다.
  21. 주사(硃砂):수은과 황의 화합물인 주홍색 광물. 적색(赤色)의 안료(顔料)와 주묵(朱墨)의 원료로 쓰인다.
  22. 《古今秘苑》, 위와 같은 곳.
  23. 《古今秘苑》 〈2集〉 卷3 “燒香爐色”, 5쪽.
  24. 《古今秘苑》, 위와 같은 곳.
  25. 봉사(蓬砂):천연붕사광을 정제하거나 붕소광(홀동석)으로부터 만들어 정제한 것이다
  26. 《古今秘苑》, 위와 같은 곳.
  27.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2쪽.
  28. 《古今秘苑》, 위와 같은 곳.
  29.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