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상):금ㆍ검: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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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21) 금실(琴室, 금 연주실)
옛 선배들은 간혹 땅속에 옹기를 묻어놓고, 그 위에서 금(琴)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이 설은 아마도 잘못 전해진 것 같다.[1] 대개 금을 연주하는 방은 채워져 있어야지 비어 있으면 안 되니, 여러 층으로 된 누각의 아래가 가장 적당하다. 대개 위에 누대의 판(板)이 있으면 금 소리가 흩어지지 않고, 그 아래가 텅 비어 있어 그윽하면 소리가 잘 전달되어 퍼지기 때문이다.
만약 높은 당(堂)이나 큰 방이라면 소리가 흩어지고, 작은 각(閣)이나 밀실이라면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 원유(園囿)》[2]에 있는 정사(亭榭, 정자)는 알맞은 곳이 더욱 아니다. 만약 반드시 속세를 피해 사는 사람이나 은둔하는 사람이 높은 나무가 있는 큰 숲이나 암석 동굴의 석실(石室) 아래이면서 깨끗하고 탁 트인 곳에서, 게다가 산수의 경치까지 빼어난 곳에서 연주한다면 금의 소리가 더욱 맑을 것이다. 이 정도라면 광한월전(廣寒月殿)》[3]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동천청록》[4][5]

각주

  1. 옛……같다:《임원경제지 이운지》 권1에도 금실을 소개한 2개의 기사가 있는데, 그중 첫째 기사에서 지하에 큰 항아리를 묻어 두라는 내용이 나온다.
  2. 원유(園囿):원은 꽃과 나무를 심은 동산, 유는 새나 동물들을 풀어서 키우는 동산을 말한다.
  3. 광한월전(廣寒月殿):전설 속 달에 사는 선녀인 항아(姮娥)의 궁전. 광한전(廣寒殿)·광한부(廣寒府)·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 등의 이명이 있다.
  4. 《洞天淸祿集》 〈古琴辯〉(《叢書集成初編》1552, 6쪽).
  5.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444~4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