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문방아제:주사로 먹 만드는 법
은주(銀硃, 황화수은)로 약즙을 만드는 법은 모두 ‘자황으로 먹 만드는 법’과 같다. 【안. ‘자황으로 먹 만드는 법’은 아래에 보인다.】 《거가필용》[1]
좋은 진사(辰砂)[2] 1.3냥·홍주(紅硃, 주사의 일종) 2냥을 진피수(秦皮水)[3]에 아교와 함께 넣고 끓여 7일 밤 동안 맑게 가라앉힌 뒤, 그릇을 기울여서 아교의 맑은 물을 따라 낸다. 서서히 반죽을 말렸다가 먹반죽의 습도가 적당해지면 먹틀에 넣고 찍어 벼루에 갈아 사용하는 것이 매우 좋다.
다른 방법:화주(花朱)[4]를 등황(藤黃)과 함께 갈아 권점(圈點)[5]을 찍는다. 【안. 《거가필용》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주사를 섞어 점을 찍거나 글씨를 쓰는 법에 대하여 ‘은주(銀硃)를 양에 관계없이 등황(藤黃)에 넣고 물을 부어 고루 간다. 다만 은주로 찍은 권점을 문질렀을 때 가루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하면 아교를 쓰거나 조각자·아교를 함께 섞어서 쓰는 것보다 품질이 더욱 뛰어날 것이다. 그러면 비록 오래 사용해도 냄새가 나거나 먹물이 망가지지 않는다.’라 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백급수(白芨水)[6]로 주사를 갈아도 빼어나다.”[7]】 《준생팔전》[8]
주사로 먹 만드는 법:진주(辰州)[9]에서 나는 주사 중에 신비로운 기운을 띤 것을 막자사발 안에 넣고 살살 곱게 간다. 이를 깨끗한 물로 수비(水飛)[10]하여 맑게 가라앉힌 뒤, 그늘진 곳에서 말리면 가장 좋다. 여기에 옻(모서리를 자른 것)·심홍(心紅, 주사의 일종)을 넣고 광교(廣膠)[11] 졸인 물에 담갔다가 손으로 비벼 씻고 수비하여 맑게 가라앉힌 뒤, 누렇고 두텁게 일어나는 거품이 사라지고 물이 깨끗해질 때까지 한다. 다시 깨끗한 물에 넣고 다시 수비하여 맑게 가라앉혀 끓인 다음 가라앉은 탁한 앙금을 제거한다. 자흑색을 띠는 가루는 사용하지 않고, 맑게 가라앉은 것 중에 선홍색을 띠는 가루만을 취하여 다시 오매(烏梅) 끓인 물로 2~3차례 비벼 씻는다. 그 다음 종이로 덮고 햇볕에 쬐어 말린다. 주사 6냥마다 심홍 10냥을 배합한다. 염색 가게에서 만든 홍화즙을 새로 길어온 물에 담근 다음 맑게 가라앉힌다. 그리고 위로 떠오른 깨끗한 웃물을 따라 내고 주발 바닥의 진한 즙만 취한다. 이 과정을 대략 3~4차례 정도 반복한 뒤, 이 즙을 고르게 섞어 습기를 머금게 하고 자기 그릇 안에 펼친다. 이때 햇볕에 닿지 않게 하고 오직 열기로만 건조시키며, 또한 불에 닿게 하는 것도 금한다. 만약 햇볕이나 불에 닿으면 먹 전체 색이 모두 변하여 황색을 띠게 될 것이다. 즙이 마른 뒤에는 품질이 가장 좋은 투명한 광교 1.28냥에 깨끗한 물 0.5잔을 넣고 즙과 함께 가열하여 녹인 다음 식으면 주사를 섞어 비비고 합하여 먹을 만든다. 다른 방법으로는, 여기에 산호가루 1냥·빙편(氷片)[12] 3.2돈을 더하면 먹의 품질이 빼어나다. 《고금비원》[13]
- ↑ 《居家必用》戊集 〈文房適用〉 “造硃墨法”(《居家必用事類全集》, 201쪽).
- ↑ 진사(辰砂):주사(硃砂)라고도 하며, 주성분은 황화수은(HgS)이다. 석회암에서 나고, 주홍색이다. 공기 중에서 가열하면 원소 상태의 수은을 얻을 수 있다.
- ↑ 진피수(秦皮水):물푸레나무 껍질을 담가놓았던 물.
- ↑ 화주(花朱):색감이 고운 주사로 추정된다.
- ↑ 권점(圈點):문장의 중간이나 끝에 찍는 점으로, 문장의 구두를 표시하거나 중요한 곳을 표시하기도 했다.
- ↑ 백급수(白芨水):난초과의 자란(紫蘭)뿌리를 담가놓았던 물.
- ↑ 주사를……빼어나다:《居家必用》戊集 〈文房適用〉 “調硃點書法”(《居家必用事類全集》, 204쪽).
- ↑ 《遵生八牋》 卷15 〈燕閑淸賞牋〉 中 “論墨” ‘附硃墨法’(《遵生八牋校注》, 575쪽).
- ↑ 진주(辰州):중국 호남성(湖南省) 북서부 일대.
- ↑ 수비(水飛):곡식의 가루나 그릇을 만드는 흙 따위를 물속에 넣고 휘저어 물에 뜬 잡물을 없애는 방법.
- ↑ 광교(廣膠):우피교(牛皮膠)의 일종.
- ↑ 빙편(氷片):녹나무의 수지를 증류한 백색의 결정체.
- ↑ 《古今秘苑》 1集 卷3 〈造朱挺子〉,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