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문방아제:둥근 반죽 늘이기

pung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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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녹교(鹿膠, 녹각아교)를 찧어서 곧 둥글고 단단한 가래를 만들 때는, 지체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반죽에 곧 주름이 생기고 갈라져서 가래를 만들지 못한다. 만약 우교(牛膠)를 절구에 찧고 하루가 지난 뒤에 우교의 접착력이 골고루 퍼졌을 때 다시 절구에 넣고 1,000여 번 찧어야 마침내 가래를 만들 수 있다. 둥근 가래를 만들 때는 5명을 차례대로 쓴다. 이 사람들은 쇠다듬잇돌과 쇠망치를 가지고서 먹 반죽을 300〜500번을 내리친다. 옛말에 “망치질 1번 자르기 1번, 손놀림이 다투듯 빠르네.”라 했으니, 이것이 그 방법이다. 처음에 망치질을 하면 광택이 도는 반죽[光劑]이 되고, 다시 망치질을 하면 단단한 반죽[硬劑]이 되며, 단단한 반죽의 단계를 거친 뒤에 망치질을 더하면 숙성된 반죽[熟劑]이 된다. 매번 반죽 1덩이는 5명이 돌아가며 망치질을 하여 숙성된 반죽이 되어야 비로소 장인의 손에 들어가 둥글고 단단한 가래가 된다. 조열지 《묵경》[1]


쇠망치로 단련하여 숙성된 반죽이 완성되면, 광택이 돌고 매끄러우면서 단단한 나무 탁자 위에서 덩어리를 부드럽게 주물러 덩어리마다 골고루 용뇌(龍腦)·사향(麝香)을 넣고, 다시 골고루 주물러야 비로소 둥글고 길게 늘여 가래를 만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한결같은 기운으로 문질러서 만들어야 좋다는 것이다. 만약 반죽을 문지르는 방법이 능숙하지 않으면 반죽에 단단한 알갱이가 생기거나 터져 반죽을 이어 붙이더라도 마치 숯과 같이 갈라진 무늬가 생긴다.

그을음반죽은 식히면 안 된다. 식으면 마르고 단단해져 손으로 문지르기 어려워서, 축축하고 찰지게 만들 수 없다. 그을음반죽이 크면 문지르기가 어렵다. 가령 무게가 4냥인 그을음반죽이라면 반드시 두 덩어리로 나누어 각자 한 덩어리씩 문지른다. 문질러서 반죽이 잘 숙성되면 바로 두 덩이를 합쳐서 한 덩어리로 만들고 다시 문질러야 비로소 둥글고 길게 늘여 가래를 만들 수 있다. 손을 재빨리 놀리면 광택이 도는 반죽이 되지만, 손을 천천히 놀리면 주름진 반죽이 되고 만다.

가래 한 덩이가 완성되었는데, 다시 반죽하면 좋지 않다. 반드시 탄알 모양처럼 문질러 둥글고 매끄럽게 만듦으로써 실이나 터럭 같은 자국이나 접히거 나 붙인 흔적이 없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반죽 문지르는 판으로 반죽을 늘여 모양을 잡고 반듯하고 평평하게 누른 뒤, 드디어 먹틀에 올리고, 다시 다음 항목에 있는 향료(香料)를 넣는다. 그러면 시간이 오래 지나서 먹을 갈아도 향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장미로(薔薇露)·사향(麝香)·용뇌향(龍腦香). 이상의 약미들을 곱게 가루 낸 뒤, 다시 쌀가루처럼 가는 소리가 나지 않을 때까지 간다. 이 가루를 먹 반죽을 할 때마다 조금씩 넣고 둥글고 길게 늘여 가래를 만든다. 《묵법집요》[2]


  1. 《墨經》 〈擣〉(《叢書集成初編》 1495, 12쪽).
  2. 《墨法集要》 〈丸擀〉(《叢書集成初編》 1496 〈墨法集要〉, 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