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재료:목재:목재의 등급

pungseok
김광명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2월 3일 (목) 23:39 판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내용

1) 목재의 등급

집 짓는 재목은 소나무를 상급으로 친다. 그 밖에 다른 나무는 비록 좋은 재목이 있다 해도 초막이나 외양간, 창고 등을 지을 때 섞어 쓰는 데 지나지 않을 뿐이다.《증보산림경제》[1][2]


잡목 가운데 밤나무만이 초가 기둥을 만들면 땅속에 박힌 지 오래되어도 썩지 않고, 문빗장을 만들면 도둑이 감히 들어오지 못한다. 사시나무[3]는 성질이 단단해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으므로 목재로 쓰기에 가장 알맞다. 오동나무는 널판을 만들어 차양을 치면 비나 이슬에 잘 견딘다. 그 나머지 상수리나무·떡갈나무·가죽나무·옻나무 등 곧게 자라는 성질을 띤 나무로는 그저 초막이나 창고, 변소, 방앗간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증보산림경제》[4][5]


《노송(魯頌)》에서 “조래산(徂來山)[6] 소나무와 신보산(新甫山)[7] 측백나무, 자르고 헤아리며, 작은 자와 큰 자로 재도다. 네모진 소나무 서까래 크니 노침(路寢, 왕이 정무를 보는 건물)도 매우 크구나.”[8]라고 했다.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집짓기에 알맞은 재료로 사용된 점은 예부터 그러했다. 같은 소나무나 측백나무라도 산지에 따라 다시 등급을 나누었다. 그러므로 소나무는 반드시 조래산 소나무라 하고, 측백나무는 반드시 신보산 소나무라 한 것이다. 참으로 이 두 산에서 나는 재목이 다른 지방에서 나는 재목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관동과 관북의 깊은 골짜기에서 나는 목재가 가장 좋다. 무늬와 결이 곱고 치밀하면서도 옹이가 없다. 가장자리는 희고 속은 누런데, 흰 부분을 제거하고 누런 부분을 취하면 반들반들 윤이 나면서 비바람을 잘 견딜 수 있으니, 민간에서는 이를 ‘황장목(黃腸木)’[9]이라 부른다. 지금 서울의 큰 저택은 대부분 관동에서 소나무를 베어다가 강에 띄워 하류로 내려보낸 목재로 지은 건물이다. 관북은 거리가 멀어서 그 목재를 서울까지 가져올 수 없다.
남쪽 바닷가의 여러 고을에서 나는 목재를 ‘해송(海松)’이라 하는데, 역시 집 짓는 데 쓰기에 알맞다. 다만 개미가 생기면 관동이나 관북에서 나는 목재의 뛰어난 품질에는 미치지 못한다.
측백나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잎이 옆으로 나는 나무를 ‘측백(側柏)’이라 하고, 측백나무 잎에 소나무 줄기 모양을 하고 잎이 뾰족하고 단단한 나무를 ‘원백(圓柏)’이라 하고,【일명 회(檜)나무이고, 괄(栝)나무인데, 바로 지금의 노송(老松)이다.】 솔잎에 측백나무 줄기 모양을 한 나무는 전나무[樅]이며, 소나무와 회나무의 중간쯤 되는 나무가 회백(檜柏)나무이다.[10] 측백나무는 파리하면서 단단하고, 원백나무는 울퉁불퉁하고 꾸불꾸불하여 모두 집 짓는 재목으로는 알맞지 않다. 앞의 시에서 시인이 말한 측백나무는 아마도 전나무와 회백나무 사이인 나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민간에서 말하는 백(柏)은 바로 잣나무[五鬣松, 잎이 다섯인 소나무][11]이다. 중국 사람들은 이 나무가 요해(遼海, 요동) 지역에서 나기 때문에 ‘해송자(海松子)’라 한다. 그 목재 역시 집 짓는 용도에 알맞다. 다만 나무껍질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창살을 만들 때는 대패를 잘 받아 주고, 나무에 윤기가 나며 깨끗하여 사랑스럽지만 결국 소나무의 내구성에는 미치지 못한다.《금화경독기》[12][13]


진저(陳翥)[14]의 《동보(桐譜)》에서 오동나무 목재의 우수함을 갖가지로 말하면서, “아무 때나 베어도 벌레가 쏠지 않고, 물기가 스며도 썩지 않으며, 바람을 맞고 햇볕에 쬐어도 갈라지지 않고, 나무에 빗물이 튀거나 진흙이 묻어도 비쩍 마르거나 이끼가 끼지 않는다. 그 덕분에 큰 건물을 지을 때 마룻대나 대들보, 도리, 기둥을 만들 수 있으니, 그 단단함이 비할 데가 없다.”[15]라고 했다. 지금 산촌에서는 집의 도리를 연결한 기둥을 만들고 이를 땅에 박곤 하는데, 모든 나무가 얼마 안 가 썩어 집 양쪽이 쉽게 내려앉아도 오동나무만은 굳건하게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오동나무 목재가 오래가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묵자(墨子)》에 나오는 “오동나무 관의 두께는 0.3척으로 한다.”[16]는 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말은 검소함을 높이 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관이 땅속에 들어가도 썩지 않는 점까지도 고려한 것이니, 그렇다면 진저의 말은 믿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남쪽에서만 오동나무가 나고 북쪽은 오동나무를 드물게 심어 그 목재값이 비싸다. 이 때문에 그저 살림에 쓰이는 집기들이나 만들 뿐, 마룻대나 들보로 쓰일 목재는 넉넉하게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오동나무를 톱질하여 얇은 판을 만든 다음 분합문 아래의 격자와 난간의 나무 격자【민간에서는 ‘머름[末蔭]’이라 부른다.】를 만들고, 인두로 이를 눌러 지져 침향색(황갈색)을 띠게 하면 매우 아름답다.《금화경독기》[17][18]


영창과 툇마루, 가장지문은 가래나무로 만든다. 만든 뒤에 나무를 기름으로 문질러 색을 내면 누렇게 윤이 나서 사랑스럽다.《금화경독기》[19]<[20]


느릅나무[黃楡木][21]로도 분합문 아래 격자와 난간 격자를 만들 수 있다. 만든 뒤에 나무를 기름으로 문질러 색을 내면 결무늬가 사랑스럽다.《금화경독기》[22][23]

상수리나무와 떡갈나무를 낮고 습한 곳에 깊이 묻어 놓고, 여러 해를 묵혀 꺼낸 다음 쪼개고 다듬어 마루판의 틀을 만들면 빛깔이 침향색과 같고, 또한 오래 견딜 수 있다.《금화경독기》[24][25]


각주

  1. 《增補山林經濟》 卷1 〈擇材〉(《農書》 3, 23~24쪽).
  2.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5쪽.
  3. 사시나무:버드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으로, 자세한 설명은 《만학지》 권4 〈나무류〉 “사시나무”에 나온다.
  4. 《增補山林經濟》, 위와 같은 곳(《農書》 3, 24쪽).
  5.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5쪽.
  6. 조래산(徂來山):중국 산동성(山東省) 태안(太安)에 위치한 산.
  7. 신보산(新甫山):중국 산동성(山東省) 신태(新泰)에 위치한 산으로, 연화산(蓮花山)이라고도 한다.
  8. 《毛詩正義》 卷20 〈魯頌〉 “閟宮”(《十三經注疏整理本》 6, 1676쪽).
  9. 황장목(黃腸木):품질이 가장 뛰어나 임금의 관(棺)을 만들 때 사용된 소나무. 궁궐 및 관아의 목조건축물을 신축, 보수, 복원하는 자재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10. 측백나무에는……회백(檜柏)나무이다:《本草綱目》 卷34 〈木部〉 “栢”, 1913쪽.
  11. 잣나무[五鬣松]:한 촉에 다섯 잎이 나오는 소나무로, 도가에서는 그 잎을 말리고 가루 내어 생식을 했다 한다. 오립송(五粒松) 또는 오수송(五鬚松)이라고도 한다.
  12. 출전 확인 안됨.
  1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6~248쪽.
  14. 진저(陳翥):982~1061. 북송(北宋)대의 농학자. 오동나무 재배에 관한 서적인 《동보(桐譜)》를 저술했으며, 천문·지리·수학 등에 관한 저술을 남겼다.
  15. 아무 때나……없다:《說郛》 卷105 〈桐譜〉 “器用第七”.
  16. 《墨子》 卷6 〈節葬〉 下.
  17. 출전 확인 안 됨.
  18.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8~249쪽.
  19. 출전 확인 안 됨.
  20.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9쪽.
  21. 느릅나무[黃楡木]:《물명고(物名考)》에서는 황유(黃楡)를 ‘느티’라 했으나(《朝鮮後期漢字語彙檢索辭典》, 679쪽) 느릅나무로 보아야 한다. 이하 동일.
  22. 출전 확인 안 됨.
  2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9쪽.
  24. 출전 확인 안 됨.
  25.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249~2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