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지:활쏘기 비결:활터에서의 바른 자세:활 쏘는 법의 14가지 요점

pungseok
김용미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1월 23일 (월) 18:0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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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6) 활 쏘는 법의 14가지 요점[射法十四要]
① 활은 부드러워야 한다
이는 활이 꼭 부드러워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활의 세기가 활 쏘는 사람의 힘보다 강하면 사람의 힘이 활에 압도되므로 자신의 힘보다 강한 활을 쓰면 안 된다. 활 쏘는 사람의 힘이 활의 세기보다 강해야 사람의 힘으로 활을 뜻대로 다룰 수 있기 때문에 ‘활은 부드러워야 한다’고 한 것이다.

② 화살은 길어야 한다

화살은 활 쏘는 사람의 팔(膀, 어깨에서 손목까지의 부분) 길이에 따라서 그 길이를 정해야 한다.[1] 팔은 짧은데 화살이 길면 활을 지나치게 당기게 되어 죽머리(줌손어깨)가 불룩하게 튀어나오기 쉽고, 팔은 긴데 화살이 짧으면 활을 완전히 당기지 못해서 근육과 뼈가 오그라들어 곧게 펴지지 않는다. 이른바 ‘화살은 길어야 한다’는 말은 두 팔이 이러한 위치에 이를 수 있도록[2]60 화살의 길이를 알맞게 맞춘다는 뜻이지, 꼭 화살의 길이가 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③ 가슴 앞은 거둬들여야[吸] 한다

‘흡(吸)’이란 거둬들인다는 말이다. 가슴이 불룩해지면 허벅지 안쪽에 힘을 받지 못하고, 죽머리(줌손 어깨)도 가슴이 불룩해짐으로 인해 모두 솟아오른다. 깍지손은 불룩해진 가슴이 방해해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3] 이렇게 되면 줌손과 깍지손 마디마디가 모두 느슨해져 결국 허공에 시렁을 얹어 놓은 듯 화살이 힘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가슴을 한번 거둬들이면 몸에 돌고 있는 기력이 모두 끌어 올려져 상체 앞면에서 고동치고, 줌손 쪽 허벅지 안쪽은 이로 인해 힘을 받고, 죽머리는 이로 인해 솟았던 부분이 내려가고, 깍지손의 어깨는 이로 인해 움츠러든 부분이 펴지니 이렇게 되면 양팔의 뼈마디가 자연스럽게 아귀가 맞는다.[4] 그러므로 이 ‘흡(吸)’이라는 글자의 뜻을 공부하는 일을 가장 세밀하게 해야 한다.

④ 다리는 정해진 위치에 두어야 한다

‘방(方)’이란 네모반듯하게 발을 나란히 놓으라는 말이 아니다. 줌손 쪽 다리가 너무 앞으로나가면 허벅지 안쪽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깍지손 쪽 다리가 너무 뒤에 있으면 그 다리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앞뒤 두 다리에 각각 정해진 위치가 있는 것이다. 양쪽 다리에 균형을 맞춰 굳건하게 서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바로 ‘방(方)’이다.

⑤ 계란을 쥐듯이 활을 잡아라

계란을 쥐듯이 활을 잡으라는 말은 줌손의 가장 핵심 비결이다. 줌손으로 활의 줌통을 막줌[5]으로 쥐면 엄지와 검지 사이인 범아귀에는 힘이 들어가지만 하삼지(下三指)[6]에는 힘이 느슨해져서 살걸음[7]이 느려지기 쉽고, 또 줌손 반바닥[下掌][8]을 너무 위로 치켜들면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살걸음이 느슨해지고 화살에 힘이 없어 빠르게 날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계란을 쥐듯이 활을 잡으면 너무 약하지도 않고 너무 세지도 않아서 손과 줌통이 착 달라붙어 서로 조절하기 쉽고, 활고자는 초승달 모양처럼 생겨서 활이 옆으로 너무 눕거나[合手] 활이 너무 곧게 서는[陽手] 결점[9]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활 쏘는 사람은 이를 가장 세밀하게 익혀야 한다.

⑥ 저울에 추를 매달듯 시위 한가운데에 화살을 걸어라

저울이란 물건의 무게를 재는 기구로, 저울눈이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반드시 천 리만큼 큰 차이로 벌어진다. 오늬를 시위에 걸 때 정해진 위치보다 위쪽에 걸면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가 짧아지고, 정해진 위치보다 아래쪽에 걸면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가 길어진다. 마치 저울이 수평이 되도록 추를 매달듯이 시위 한가운데에 화살을 걸면 화살이 날아가는 거리에 저절로 오차가 없어질 것이다. ⑦ 활고자는 기울여야[側] 한다

‘측(側)’이란 약간 눕힌다는 의미이다. 만약 활을 너무 곧게 세우면 손바닥이 보이는 양수(陽手)가 되고, 너무 옆으로 기울이면 손바닥이 아예 보이지 않는 합수(合手)가 된다. 이 두 가지 결점을 범하면 과녁을 제대로 겨눌 수 없다. 활고자를 눕힌다는 말은 너무 기울이지도 않고 너무 곧게 세우지도 않으면서 마치 초승달 모양처럼 눕혀서 활을 당기는 것이다.[10]
⑧ 손은 수평을 이루어야 한다

활쏘기에서 화살이 적중하는지 적중하지 못하는지는 모두 양손에 달려 있다. 활을 당겼을 때 줌손은 낮고 깍지손이 높으면 화살이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반대로 줌손은 높고 깍지손이 낮으면 또한 화살이 멀리 날아가지 못한다.[11] 이른바 ‘평형(平衡)’이란 줌손과 깍지손이 털끝만큼도 높이의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양손은 가슴 위와 턱 아래에 있어야 하고, 마치 시위를 타듯 양손을 평행하게 당겨야 한다. 활 쏘는 법에 이른바 “가슴과 팔과 옷소매가 꿰뚫린 듯이, 저고리 앞섶을 가를 듯이 팔뚝을 내려라.”라는 말이 이것이다.
⑨ 줌손의 팔뚝은 엎어야[轉] 한다

‘전(轉)’이란 곧게 한다는 말이다. 줌손 상박을 엎지(돌리지) 않으면 팔이 곧지 않고, 팔이 곧지 않으면 근육과 뼈가 펴지지 않는데, 팔이 굽어서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국 마디마디가 모두 어긋나게 된다.[12] 일단 상박을 곧게 하면 활고자가 저절로 눕혀지면서 줌손 상박의 힘이 곧바로 줌손 주먹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13] 이 부분에서 훈련을 가장 열심히 해야 한다.

⑩ 관절은 펴야[伸] 한다

사람의 신체에서 근육과 뼈는 원래 둘이 서로 짝을 이루고 있어 털끝만큼의 차이도 없는데, 약간이라도 근육이 어긋나면 이미 펴진 다른 근육들까지도 덩달아 바르지 않게 되므로 활을 쏘았을 때 결국 자세가 경직되는 결점이 생긴다. 이른바 ‘신(伸)’이란 활시위를 차분하게 당긴다는 말이다. 관절과 주리(湊理)[14] 사이가 편안하면 은연중에 여기저기에서 서로 맞물리는 느낌이 생기는데, 이때 너무 힘을 줘도 안 되고, 또한 너무 힘을 빼도 안 된다.
⑪ 줌손의 어깨는 거둬들여야[藏] 한다

‘장(藏)’이란 거둬들여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줌손의 어깨가 한번 솟아오르면 가슴도 이에 따라 솟아올라 손은 결국 힘을 전달받지 못하니 이를 ‘죽은 팔뚝[死膀]’ 또는 ‘솟은 어깨[聳肩]’라 한다. 활시위가 팔을 때리는 결점이 이로 인해 생긴다. 오직 어깨를 거둬들여야만 허벅지에도 힘이 들어가고 가슴 역시 거둬들이게 되어, 가슴뼈가 열리면서 등근육에 힘이 들어가 충분히 힘을 모을 수 있으니, 화살을 쏠 때는 이 ‘장(藏)’이라는 글자에 심오한 의미가 있다.
⑫ 깍지손의 어깨는 밀어내야[擠] 한다

깍지손이라 말하지 않고 깍지손의 어깨라고 말한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줌손의 어깨와 호응하기 때문이다. 또 아래로 내놓는다고 말하지 않고 뒤로 밀어낸다고 말한 이유는 거둬들인다는 뜻의 장(藏) 자와 호응하기 때문이다. 깍지손 손목에 힘을 주고 활시위를 당겨서 깍지손의 어깨가 곧게 처지는 모양을 각지게 솟아오른다[凸]라 한다. 이렇게 솟아오른 채로 깍지손의 어깨를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과 뼈가 펴지지 않는다. ‘제(擠)’란 가볍게 앞쪽으로 모은다는 말이다. 깍지손의 어깨와 등근육을 모으고, 등근육과 줌손의 어깨를 모으고, 줌손의 어깨와 줌손의 상박을 모으면, 마디마디가 모두 모이고 마디마디에 모두 힘이 들어가는데, 이것은 모두 어깨를 민다는 의미의 제(擠) 자의 뜻을 따라서 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줌손의 어깨를 거둬들이려면 바로 깍지손의 어깨를 밀어야 한다.
⑬ 화살을 내보낼 때는 가벼워야[輕] 한다

활쏘기에서 화살이 적중하는지 적중하지 못하는지는 모두 화살을 쏘는 순간에 달려 있다. 경(輕)이란 손가락으로 훈련하지 않고 화살이 가볍게 저절로 손가락에서 벗어나면서 나가기를 기다린다는 뜻이니, 이렇게 하면 화살이 정확하게 그리고 수평으로 날아가지 않을 수 없다.
⑭ 화살을 놓을 때는 빨라야[速] 한다

‘속(速)’이란 활을 쏠 때 조금이라도 거리낌이 없고, 잠깐이라도 지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른바 ‘깍지손이 화살을 놓은 것을 줌손도 모른다.’는 말은 빠르게 화살을 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과녁을 정확히 겨누는 훈련은 대개 활시위를 당길 때 해야 한다. 화살을 놓을 때 조금이라도 과녁 겨누는 데에 신경을 쓰면 도리어 거기에 얽매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화살을 빠르게 쏜다는 ‘속(速)’이 화살을 가볍게 쏜다는 ‘경(輕)’을 따라 나온 것이다. 활쏘기를 연습할 때는 이 점을 세밀하게 익혀야 한다.《무경회해》[15][16]

각주

  1. 화살은……한다:팔 길이에 따른 적당한 화살의 길이는 다음과 같다.
    팔 길이에 따른 화살의 적당한 길이










  2. 두 팔이……있도록:양팔의 상박과 어깨를 과녁과 일직선상이 되도록 향하게 하고, 시위를 당겼을 때 양팔의 상박 관절과 근육이 완전히 펴진 상태를 의미한다.
  3. 가슴이 불룩해지면……못한다:여기에서 설명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가슴이 불룩해진 모습









  4. 그러나……맞는다:여기에서 설명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가슴을 거둬들인 모습









  5. 막줌:작대기 같은 물건을 잡을 때처럼 손으로 활의 줌통을 쥘 때 검지부터 소지까지 손가락을 수평으로 가지런하게 잡는 방법. 활을 쥘 때에는 ‘흘려 쥔’ 손가락이 수평이 아닌 사선을 이룬다
    막줌








  6. 하삼지(下三指):중지・약지・소지를 말한다.
  7. 살걸음:화살이 날아가는 속도.
  8. 반바닥[下掌]:손바닥에서 손목과 붙은 부분을 말함. 태권도에서는 이를 '바탕손'이라 부름.
  9. 활이……결점:활이 옆으로 너무 기울거나[合手] 활이 너무 곧게 서는[陽手] 자세는 다음과 같다.
    합수
    양수







  10. 활고자를……것이다:여기에서 설명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활고자가 기울어진 모습








  11. 활을……못한다:여기에서 설명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줌손은 낮고 깍지손이 높은 모습
    줌손이 높고 깍지손이 낮은 모습








  12. 줌손……된다:이것을 “중구미를 엎는다”라 표현한다. 만약 엎지(돌리지) 못하면 ‘붕어죽(잘못된 활쏘기 자세의 하나로, 활을 잡은 손의 팔꿈치가 뒤로 젖혀져 살대와의 사이가 붕어의 배처럼 휘어든 자세)이 된다.
  13. 일단……있으니:여기에서 설명하는 모습은 다음과 같다.
    줌손 상박을 곧게 펴서 활고자가 누운 모습










  14. 주리(湊理):피부와 근육 사이의 틈.
  15. 《武經七書彙解》 末卷 〈射法秘傳攻瑕〉(《中國兵書集成》 43, 1843~1846쪽).
  16. 《임원경제지 유예지(林園經濟志 遊藝志)》 1,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7), 176~1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