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지붕 얹기

pungseok
최시남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1월 3일 (화) 13:28 판 (새 문서: ==내용== '''1) 중국의 제도'''<br/> 중국에서 기와 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와몸통은 완전히 동그란 대나무를 넷으로 쪼갠 모양과 같고,...)
(차이) ← 이전 판 | 최신판 (차이) | 다음 판 → (차이)
이동: 둘러보기, 검색

내용

1) 중국의 제도
중국에서 기와 얹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기와몸통은 완전히 동그란 대나무를 넷으로 쪼갠 모양과 같고, 기와 하나의 크기는 두 손바닥을 나란히 한 크기와 비슷하다. 민가에서는 원앙와(鴛鴦瓦)[1]를 쓰지 않는다. 또 서까래 위에 산자(橵子)[2]를 얽지 않고 바로 여러 겹의 삿자리[3]를 깐다.【안. 재력 있는 집에서는 나무판을 서까래 위에 깔고 기와를 나무판 위에다 얹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삿자리와 비교할 때 한결 견고하고 오래감을 알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삿자리 위에 기와를 얹는데, 이때 흙반죽을 깔지는 않는다. 기와 하나는 위를 쳐다보게 하고 다른 하나는 엎어 놓아 서로 맞물려서 암수가 되게 한다.[4] 회반죽으로 기와의 틈을 메꾸되, 물고기 비늘 모양으로 층층이 단단하게 붙이면 참새나 뱀이 뚫는 일이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열하일기》 [5][6]

2) 우리나라의 제도
우리나라의 기와 몸통은 너무 크기 때문에 너무 휘어 있다. 너무 휘어 있기 때문에 저절로 그 안에 빈곳이 많아 그곳을 흙반죽으로 메우지 않을 수 없다. 흙반죽이 누르는 무게만으로도 이미 마룻대가 휠 우려가 있다. 흙반죽이 일단 마르면 기와 밑이 저절로 들떠서 비늘 모양으로 층층이 붙인 기왓장이 흘러내리면서 결국 틈이 생긴다. 이 때문에 바람이 스며들고, 비가 새고, 참새가 구멍 뚫고, 쥐가 집 짓고, 뱀이 똬리 틀며, 고양이가 기와를 뒤집어 놓는 사태를 막을 수가 없다.《열하일기》[7][8]

기와지붕에 참새가 구멍 뚫고 뱀이 똬리 트는 이유는 오로지 상분의 척도에 법식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 서까래를 까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가령 오량(五梁)[9]을 건다면, ‘종도리[脊梁]’에서 ‘중도리[中梁]’까지 서까래를 거는 일이 하나요, 또 중도리에서 ‘처마도리[外梁]’까지 서까래를 거는 일이 또 하나이다. 만약 종도리에서 처마도리까지 높낮이가 척도에 맞으면 깔아 놓은 서까래가 위는 가파르고 아래는 경사가 줄어 기왓고랑이 물동이를 뒤집어 놓은 모습과 같아진다. 그런데 요즘은 보기 좋게 하기 위해 반드시 사방 처마를 쳐드니, 그 형세가 어쩔 수 없이 처마도리의 높이가 중도리에 비해 약간의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처마를 두른 서까래가 서지 못하고 눕게 된다. 중도리에서 위아래 서까래가 서로 만 나는 곳에 저절로 굴곡이 생기므로 반드시 흙반죽을 두껍게 깔아야 한다. 이 때문에 위로 종도리에서 아래로 처마 끝까지 뚜렷하게 커다란 흙 지붕이 된 뒤에야 비로소 기와를 얹을 수 있다.
얼면 흙이 부풀고 녹으면 흙이 주저앉아 기와와 흙이 서로 붙고 습기를 끌어들여 쉽게 상할 뿐만이 아니다. 흙이 부풀었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면 기와 층이 틀어져 참새가 구멍 뚫고, 뱀이 똬리 틀며, 쥐가 집 짓고, 비가 새는 사태가 뒤섞여 생기게 된다.
요즘에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서까래 위에 산자를 깔되 산자 위에는 흙을 조금도 쓰지 않는다. 다만 나무 다듬을 때 나오는, 도끼질한 나무껍질을 산자의 틈에 깔아 구멍을 메우고 기와를 그 위에 얹는다. 이때 마른 기와만을 비늘 모양으로 층층이 서로 물리게 하고, 사방 처마의 수키와[筩瓦] 마구리에만 회반죽[10]으로 흙손질하여 마무리하는데, 이를 ‘마른 기와 얹기[乾蓋瓦]’라 한다. 이 공법은 진흙[11]을 쓰는 방식에 비해 상당히 오래 견딘다. 하지만 기와 밑에는 오히려 빈틈이 많아 참새나 쥐의 피해를 끝내 막지 못한다.
【안. 석성금(石成金)[12]의 《인사통(人事通)》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지붕에 기와를 깔 때 지금 사람들은 매번 갈대섶을 묶어 깔고 여기에 흙반죽을 더해 주는데, 이는 결코 작고 단단한 대나무 3~4뿌리를 단단히 묶어 왕전(旺磚)[13] 위에 놓고 기와를 까느니만 못하다. 이렇게 하면 잘 잇대어져 마무리가 잘될 뿐 아니라 도적이 후벼 구멍을 뚫는 사태를 면할 수 있다. 이때 기와 줄마다 모두 단단히 이어야지 성글게 해서는 안 된다 .”[14]
그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마른 기와 얹기와 비슷하여 흙반죽을 사용하지 않는 점이 같다. 그러나 나무껍질을 쓰는 우리나라의 공법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래가는 데다 참새나 쥐의 해가 적다. ‘수키와[筒瓦]’ 속의 빈 곳은 더욱더 대나무 묶음으로 구멍을 막아야 할 것이다.】《금화경독기》[15]

각주

  1. 원앙와(鴛鴦瓦):수키와[鴛瓦]와 암키와[鴦瓦]의 합을 맞춰 배열해 놓은 기와.
    원앙와. 볼록 솟은 부분이 수키와이고 오목한 부분이 암키와이다.(©wizdata / Fotolia)
  2. 산자(橵子):서까래 위에 기와를 잇기 위하여, 가는 나무오리나 싸리나무, 또는 가는 장작 따위를 새끼로 엮어 댄 것, 또는 그 재료.
    서까래 위에 까는 산자
  3. 삿자리: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4. 기와……한다:암키와 역할을 하는 기와 2개를 하늘을 향해 나란히 놓았을 때 생기는 틈새 위에 수키와 역할을 하는 또 다른 기와를 엎어 놓는 공정이다.
  5. 《熱河日記》 〈渡江錄〉 “六月二十八日”.
  6.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06~107쪽.
  7. 《熱河日記》, 〈渡江錄〉 “六月二十八日”.
  8.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07~108쪽.
  9. 오량(五梁):도리(道理)를 다섯 줄로 놓은 지붕틀의 꾸밈새
  10. 회반죽:기와를 잇는 데는 석회와 백토(白土)를 혼합한 회백토(灰白土)를 사용하는데, 특히 처마 끝의 수키와 틈을 메우는 데 사용하는 것을 아귀토[瓦口土]라 한다.
  11. 진흙:원문의 ‘泥’를 옮긴 것으로, 단순한 진흙이 아니라 일종의 토목공사용 접착제(예컨대 모르타르와 같은)의 의미이나 두 가지 의미가 혼용되고 있고, 접착제라 하더라도 이에 걸맞은 명칭이 없어서 진흙(또는 흙반죽)으로 옮긴다.
  12. 석성금(石成金):1658~?. 중국 청대 학자. 강소성 양주 출신으로, 저작이 40여 종에 이르렀다. 저술은 대개 통속적이었고, 세상을 경계하면서도 집안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저작물은 《전가보(傳家寶)》 4집으로 편집되어 있는데, 서유구는 그의 저술을 《임원경제지》 여러 곳에서 즐겨 인용했다. 건륭(乾隆) 연간(1736〜1795) 초에 죽었는데, 그때 나이가 80여 살이었다고 한다.
  13. 왕전(旺磚):서까래 위에 기와를 얹기 전에 나무판 대신 깔기도 하는 방형의 납작한 벽돌. 밑에서 올려다볼 때 서까래 사이로 보인다는 의미에서 망전(望磚)이라고도 한다.
  14. 《傳家寶》 卷9 〈人事通〉 “竹把鋪瓦”, 301쪽.
  15.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08~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