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지:명승지 여행:여행 도구:주구

pungseok
김광명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1월 2일 (월) 10:46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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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5) 주구(酒具, 휴대용 술그릇)
산길이 험하여 절뚝거리는 나귀에 술을 실으니 어찌 주구가 없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는 편제(偏提)[1]가 있었는데, 이는 요즈음의 주별(酒鼈)[2]과 같다. 주별의 길이는 1.5척 가량이고, 납작한 모양에 1두(斗, 말) 남짓 용량이다. 술을 넣고 따르는 위쪽 구멍은 작은 동전 크기만 하고, 길이는 0.05척이며 마개를 사용한다. 양쪽에 고리를 달고, 가죽 끈을 매며 옻칠만 한다.
임포(林逋)가 이산인(李山人)[3]에게 보낸 시에도, 그래서 ‘몸에는 거친 직철(直掇)[4]만 걸쳤고, 말 앞엔 옛편제를 길게 둘러맸네.’[5]라는 구절이 있었다.
지금 세상에는 또 옻칠한 큰 호로(葫蘆)[6]가 있는 데, 3칸으로 나누어 술은 아래 칸에 놓고, 과일과 그릇은 가운데 칸과 위 칸에 넣고 푸른 끈으로 묶어서 등에 진다. 혹은 서협(書篋, 책상자)을 붙여 한 짐을 만들고, 우구(雨具)[7]및 금(琴)을 위에 더해도 모두 좋다. 심괄(沈括)[8]이 산을 유람할 때의 여행도구와 비교해 보면 약간 소략하다. 하지만 술잔만은 심괄의 제도를 따라 은그릇을 써야 한다.[9]《산가청사》[10]

술을 담아 멀리 유람할 때 옛날 요기(窯器, 도자기)가 가장 좋고 구리 주전자[銅提]는 그 다음이고, 요즘에 주석으로 만든 술그릇은 몹시 나쁘다. 내가 생각하기에 자기(磁器)는 지고 다니기에 무겁고 구리그 릇은 쇳내가 나므로 호리병박으로 만든 술통만 못하 다. 호리병박 안에 옻칠을 단단히 해서 지니고 멀리 유람하면 매우 가볍고 간편할 듯하다. 《준생팔전》[11]

주합(酒盒)[12]은 유랍(鍮鑞)[13]으로 만든다. 형태는 둥글고 납작하다. 위쪽의 주둥이는 세로로 0.1척 정도 솟아 있고 지름도 주둥이 길이와 같다. 뚜껑의 모양은 우산 꼭대기 같고 뚜껑의 깊이는 주둥이 길이와 같다. 주둥이와 뚜껑을 모두 나선형으로 서로 맞물리게 만들어 술이 한 방울도 새지 않게 한다. 뚜껑의 중앙에 세로로 작은 대롱(빨대)을 끼우되, 아래는 바닥에서 0.1척 정도 떨어지게 한다. 주합의 주둥이를 가져다 입술에 넣고 대롱을 빨면 술이 곧장 올라와 입으로 들어온다. 주합 양쪽 어깨에 고리를 만들고 여기에 가죽끈을 달아 하인에게 차게 하면 말 위에서도 빨아먹을 수 있으니, 번거롭게 술잔과 표자(杓子, 술을 뜨는 국자)를 쓰지 않아도 된다. 《금화경독기》[14]

태극준(太極樽)은 납작한 박[匏]으로 만든다. 바로 세워 위에 구멍을 하나 뚫은 다음 대나무를 꽂아 주둥이를 만들고 바닥에는 나무굽을 붙인다. 바깥은 칠포(漆布, 옻칠한 베)로 단단하게 싸고, 안에는 생옻[生漆]을 붓는데, 모두 2번 한다. 이렇게 하면 술을 담아 두어도 썩지 않고 게다가 스며 나오는 일을 면할 수있다. 끈을 달아 휴대하면 유람하기 매우 편리하다. 호로준(葫蘆樽)은 큰 박과 작은 박 이 2개의 박으로 만든다. 가운데 허리부분은 대나무의 위와 아래 부분을 나선형 수나사(볼트)처럼 만든 관(管)을 장부[15]로 삼아 위와 아래를 연결하고 단단하게 포칠(布漆)[16]을 한다. 꼭대기에는 위의 태극준처럼 구멍을 하나 낸다. 다만 바닥에는 굽을 달지 않는다. 주둥이 위에 작은 구멍을 하나 내고 아울러 뚜껑에도 구멍을 뚫어 구리 빗장을 횡으로 꽂되, 작은 빗장으로 잠가 놓고, 헐거워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위의 태극준도이 제법과 동일하다. 《준생팔전》[17][18]

각주

  1. 편제(偏提):손잡이가 달린 주전자 형태의 술병. 술을 따르는 돌출된 주둥이가 있는 형태도 있고, 생략된 형태도 있다. 《이운지》 권1 〈은거지[衡泌]의 배치〉 “음주 도구” ‘편제’ 항목 참고.
  2. 주별(酒鼈):자라 모양으로 생긴 술병.
  3. 이산인(李山人):?~?. 임포가 지은 시 〈기태백이산인(寄太白李山人, 태백 이산인에게 보내다)〉 에 이름과 자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4. 직철(直掇):승려나 도사가 입는 도포. 주로 누더기처럼 낡은 옷을 뜻한다.
  5. 몸에는……둘러맸네:《林和靖集》 卷3 〈七言律詩〉 “寄太白李山人”.
  6. 호로(葫蘆):호리병박. 여기서의 호로는 아주 커서 술뿐 아니라 안주나 간단한 그릇 등의 물건을 수납할 수도 있는 크기이다.
  7. 우구(雨具):우산이나 도롱이 등 비올 때 쓰는 도구.
  8. 심괄(沈括):1031~1095. 중국 북송(北宋)의 학자. 호는 몽계(夢溪), 자는 존중(存中). 사천감(司天監, 천문대 수장)이 되어 천체관측법·역법(曆法) 등을 창안하였다. 천문·수학·지리·본초(本草) 등의 학문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저서로 《임원경제지》의 여러 곳에 인용된 《몽계필담(夢溪筆談)》·《망회록(忘懷錄)》 등이 있다.
  9. 심괄(沈括)이……한다:심괄의 저서 《망회록)에는 여행 도구가 세밀하게 기록되어 있으며 아래 26) “여행 도구를 넣는 2가지 형태의 어깨 짐[行具二肩]”에 그 세부 내용이 있는데, 술잔을 비롯한 휴대용 술그릇 등의 기물이 열거되어 있다.
  10. 《山家淸事》 〈酒具〉 (《叢書集成初編》 2883, 1~2쪽).
  11. 《遵生八牋》 卷8 〈起居安樂牋〉下 “溪山逸游條” ‘游具’(《遵生八牋校注》, 261쪽).
  12. 주합(酒盒):둥글넓적하고 덮개가 있는 형태의, 술을 담는 그릇.
  13. 유랍(鍮鑞):구리와 주석을 합금한 놋쇠의 일종.
  14. 출전 확인 안 됨.
  15. 장부:한 부재의 구멍에 끼울 수 있도록 다른 부재의 끝을 가늘고 길게 만든 부분
  16. 포칠(布漆):목조공예품 표면에 베를 입혀서 옻칠하는 방법.
  17. 《遵生八牋》 卷8 〈起居安樂牋〉下 “溪山逸游條” ‘游具’(《遵生八牋校注》, 263쪽).
  18. 《임원경제지 이운지(林園經濟志 怡雲志)》 4,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임원경제연구소 옮김 (풍석문화재단, 2019), 395~3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