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용지:건물 짓는 제도:척도:건물의 세 부분

pungseok
최시남 (토론 | 기여)님의 2020년 10월 30일 (금) 10:53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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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1) 건물의 세 부분
심괄(沈括)은 《몽계필담(夢溪筆談)》에서 유호(喩皓)의 《목경(木經)》을 인용하여, “일반적으로 건물에는 세 부분이 있는데, 들보[1]에서 그 위로는 상분(上分), 집 바닥 위는 중분(中分), 기단은 하분(下分)이다.”[2]고 했다. 일반적으로 들보나 서까래, 기둥, 네모진 서까래, 계단 등은 다 서로 짝이 되는 ‘척도(尺度)’가 있다. 옛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이처럼 세심하게 척도에 주의했다. 대개 하분이 지면에서 멀면 벽은 습기를 끌어들이지 않고, 상분이 높고 가파르면 ‘기왓고랑[瓦溝]’으로 물이 쉽게 흐르니, 훌륭한 장인이라면 특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금화경독기》[3]

중국에서 집 짓는 제도는 바닥에서 ‘용마루[屋脊]’[4]까지 높이를 재어 처마선이 그 중간에 오게 한다고 한다. 대개 상분과 중분의 치수가 서로 같은 것이다. 이렇게 한 다음에야 기왓고랑이 물동이를 뒤집어 놓은 모습[5]과 같아 빗물이 쉽게 빠지므로 지붕이 샐 우려가 없다. 우리나라의 옛날집 가운데 종종 지붕 구조가 아치 모양이어서 기와 층이 거의 세로로 선 듯이 된 이유도 물길로 물이 쉽게 빠지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근세에 도료장(都料匠)[6]들은 그저 보기 좋게만 하려고 척도를 무시하여 매번 네 귀의 처마끝이 들리게 한다. 그리하여 상분의 척도는 중분의 2/3도 안 되어 지붕의 중간은 경사가 완만하고 끝은 들려 있어서 물길이 자연스럽지 않다. 폭우라도 한번 지나가면 자리마다 비가 새니 마룻대가 썩고 들보가 꺾여 집 전체를 모두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서둘러 고쳐 옛 제도를 따라야 할 것이다.《금화경독기》[7]

각주

  1. 들보:건물의 기둥과 기둥 사이 위에 앞뒤로 건너질러 상부하중을 지지하는 가로재. 이와 직교하면서 건물의 길이 방향에 평행한 가로재를 ‘도리’라고 한다.
  2. 《夢溪筆談》 卷18 〈技藝〉.
  3.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03쪽.
  4. 용마루[屋脊]:지붕 꼭대기에 있는 수평 방향의 지붕마루. 평면에서 볼 때 가옥의 중심을 지나며, 가옥의 가장 높은 부분이 된다.
  5. 물동이를……모습:원문의 ‘建瓴’을 옮긴 것으로, ‘建’은 ‘뒤집는다’, ‘瓴’은 ‘물동이’를 의미한다. 이 말은 《사기(史記)》의 물동이를 옥상에서 쏟는 비유(“猶居高屋之上, 建瓴水也.” 《사기(史記)》 卷8 〈고조본기(高祖本紀)〉)에서 나온 말로 일반적으로 ‘세력이 강함’을 빗대는 말로 사용한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그 모양을 묘사한 것이다. 물을 거꾸로 쏟아부을 때 물동이의 측면이 급한 경사를 이루는 비스듬한 곡선이 되는데, 이 선을 지붕면에 비유한 것이다
  6. 도료장(都料匠):중국 당대(唐代)에 출현한 전문 건축시공 기술자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건축공사의 총책임자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었으며, 도목수(都木手), 도편수(都邊手), 도대목(都大木) 등과 같은 의미이다.
  7. 《임원경제지 섬용지(林園經濟志 贍用志)》1, 풍석 서유구 지음, 임원경제연구소 옮김(풍석문화재단, 2016), 103~104쪽.